21년 정든 마운드 떠나며 끝까지 팀 걱정하는 오승환,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게 아닌지..." [스춘 현장]

2025-08-07     정진영 기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사진=스포츠춘추 정진영 기자)

[인천=스포츠춘추]

삼성의 끝판대장으로 불린 오승환이 21년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날까지도 팀을 걱정했다.

오승환은 7일 인천 송도 오라카이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21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치는 소감도 전했다.

오승환은 KBO 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로 리그 통산 427세이브(평균자책점 2.32) 기록을 남겼다. 그는 2005년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 KBO 리그에서 44승 33패 427세이브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했다. 이후 2006년과 2011년 47세이브로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웠고, 2014년 일본 한신에서 2년 연속 센트럴리그 구원왕을 차지했다. 2016년부터는 MLB 세인트루이스, 토론토, 콜로라도에서 42세이브 45홀드를 추가하며 한미일 통산 1096경기에 등판해 모두 549세이브(일본 80개, 미국 42개)를 기록했다. 이후 2020년에 삼성 라이온즈에 마무리 투수로 복귀했다.

기자회견이 시작한 뒤 오승환은 "이렇게 팀이 치열하게 순위싸움을 하는 와중에 혹시나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 앞서고, 이 자리를 찾아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사실 아직도 크게 실감 나지 않는다. 라이온즈파크에서 마지막 경기를 할 때쯤이면 피부에 와닿을 것 같다"고 웃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삼성 라이온즈 이종열 단장과 오승환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춘추 정진영 기자)

이날 은퇴식에는 이종열 단장을 비롯해 삼성 구단 관계자들과 후배 선수들이 참석하여 꽃다발을 전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삼성 라이온즈 이종열 단장은 "오승환 선수하고 선수 생활을 같이했었는데 은퇴한다니까 여러 생각이 든다. 오승환 선수가 어렵게 은퇴 결정을 해줬고, 거처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것 같다"며 "구단 입장에서 오승환 선수가 멋진 삶을 살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강조했다. 

원태인과 김재윤,  오승환, 강민호, 구자욱(왼쪽부터)이 기자회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춘추 정진영 기자)

강민호는 "야구인의 후배로서 (오)승환이 형이 너무 멋지게 살아온 인생에 경의를 표한다. 저 역시도 열심히 마지막까지 따라가겠다"고 전했다. 구자욱은 "아직 떠나보낼 마음이 안됐는데, 아쉬운 부분이 크다. 은퇴식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많은 기억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재윤은 "팀에 같이 오래 있진 않았지만, 아시다시피 선배님은 제 롤모델이자 우상이었다.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태인도 "어릴 때부터 존경하던 선배님과 이렇게 같은 팀에서 같이 운동하면서 할 수 있었던 시간이 너무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 저에게 항상 좋은 말과 소중한 기억들이 많이 남는다. 고생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앞으로의 길도 응원하겠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사진=스포츠춘추 정진영 기자)

이어진 은퇴 기자 회견에 참석한 오승환은 '돌부처'라는 별명답게 덤덤한 표정으로 소감을 밝혔다.

은퇴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서 오승환은 "갑작스럽지는 않다. 제가 은퇴를 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이제 은퇴를 결정했다. 올 시즌엔 느끼지 못했지만, 갑작스럽게 몸에 이상이 생기면서 100%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은퇴를 고민해 왔다. 시즌 중에 제가 구단에 먼저 말씀드렸고 그런 결정들이 결국에는 은퇴라는 것을 하게 됐지만, 저는 지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시즌 중에 이런 발표를 하게 됐는데 아직 실감이 나질 않고 그게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아직 와닿지는 않은데 어떤 말씀부터 드려야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선수로서 팬분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지 않았는지 생각한다"라며 "다시 생각해 보니까 선수 생활이 21년이다. 21번이라는 숫자가 매우 뜻깊다. 삼성 최초의 투수 영구결번이라는 결과는 팬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팬들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했다.

은퇴 후 행보에 대해선 "아직 시즌 중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구단하고 사장님, 단장님 등 많은 이야기를 통해서 단장님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오승환의 제2 인생을 새롭게 시작해 보려 한다"고 밝혔다.

오승환은 21년 프로생활 마침표를 찍는다. 오승환의 백넘버 21번은 22(이만수), 10(양준혁), 36(이승엽)에 이어 삼성 라이온즈 구단 4번째 영구결번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한편, 오승환은 올 시즌 남은 기간 동안 별도 엔트리 등록 없이 1군 선수단과 동행할 예정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KBO 및 타 구단과의 협의를 거쳐 오승환의 은퇴 투어를 진행하고, 시즌 말 성대한 은퇴 경기도 마련하기로 했다. 오승환의 등번호 21번은 22(이만수), 10(양준혁), 36(이승엽)에 이어 삼성 라이온즈 구단 4번째 영구결번으로 지정될 예정이며 오승환이 원할 경우 해외 코치 연수도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