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경기 2홈런' 이승엽처럼 오승환도? "공 놓지 않겠다" 의욕에 박진만 감독 "여건 되면 등판할 수도" [스춘 현장]

박진만 감독 "계속 공 던져왔다...팀 상황 봐서 판단" 오승환 실전 가능성 열어둬

2025-08-07     배지헌 기자
은퇴 기자회견에서 마이크 앞에 앉은 오승환(사진=삼성)

 

[스포츠춘추=인천]

이승엽처럼 오승환도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을까. 은퇴를 선언한 오승환은 마지막까지 공을 손에서 놓지 않겠다며 의욕을 보였고, 사령탑 박진만 감독은 “여건이 되면 출전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6일 현역 은퇴를 선언한 오승환은 7일 인천에서 열리는 SSG 랜더스와 경기를 앞두고 송도 오라카이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오승환은 남은 시즌 기회가 되면 마운드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승환은 “(남은 시즌 등판은) 야구장에 나가야 알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지난 주까지만 해도 퓨처스리그에서 공을 던졌다. 지금은 부상도 없고 몸상태는 좋다”고 자신했다.

오승환은 “공을 아예 놓지는 않을 것이다. 한 경기라도 나갈 수 있도록, 마운드에 서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마지막 경기까지 할 수 있는 부분을 해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예우 차원에서 열리는 이벤트성 은퇴경기를 넘어, 아예 실전 등판 가능성을 열어둔 오승환이다.

박진만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경기전 취재진과 만난 박 감독은 우선 현역 시절 팀 동료로 함께한 오승환의 기억부터 떠올렸다. 유격수 자리에서 수없이 오승환을 지켜봤던 박 감독은 “6회까지만 이기고 있으면 됐다. 수비 입장에서는 편안하게 볼 수 있었고, 마무리 오승환까지 가는 경기는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잔여 시즌 등판 의욕을 내비친 오승환에 대해서는 “아직 날짜가 좀 많이 남아있다”면서도 “오승환이 그동안 계속 공을 던져왔다. 시즌 끝까지 팀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 여건이 되면 등판할 수도 있고, 여러 상황을 봐야 한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오승환은 남은 시즌 엔트리 등록 없이 1군 선수단과 동행할 예정이다. 이에 관해 박 감독은 “함께 이동하고 바로 옆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밝혔다. 만약 몸 상태가 괜찮다면 은퇴경기 전에라도 엔트리에 등록해 출전할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은 셈이다. 박 감독도 "팀 사정과 상황을 봐야겠지만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드라마틱한 시나리오는 자신의 은퇴경기에 오승환이 마무리로 등판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것이다. 삼성이 순위를 확정한 가운데, 오승환이 남은 시즌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경쟁력 있는 공을 던진다면, 중요한 경기 후반 상황에 마운드에 오르는 장면을 상상해볼 수 있다. 

삼성의 타자 레전드 이승엽(전 두산 감독)이 가장 좋은 예다. 이승엽은 2017시즌 은퇴를 선언하고 마지막 은퇴경기인 10월 3일 대구 넥센전(현 키움)에 선발 출전했다. 이날 이승엽은 5타수 2안타 2홈런 3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10대 9 승리를 이끄는 활약을 펼쳤다. 은퇴하는 게 아쉬울 정도의 활약으로, 끝까지 이승엽다운 모습으로 마무리했다.

리그 최고 마무리투수였던 오승환에게도 그처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기회가 돌아올 수 있을까. 남은 시즌 오승환의 행보를 끝까지 지켜봐야 할 이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