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이닝 먹방러 후라도, 오늘은 8이닝 101구 순삭...3년 연속 10승+QS 단독 1위 등극 [스춘 히어로]
SSG전 8이닝 1실점 역투로 시즌 10승째…3년 연속 10승 달성
[스포츠춘추=인천]
'슈퍼 이닝 먹개비' 아리엘 후라도가 또 8이닝을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10승을 달성했고, 퀄리티스타트와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부문에선 리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후라도는 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서 8이닝 동안 단 5피안타 1볼넷 1실점만 허용하고 삼진 5개를 잡는 호투로 팀의 6대1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 이적 후 첫 10승이자 키움 시절인 2023년부터 내리 3년 연속 10승이다.
후라도는 KBO리그 최고의 이닝이터로 통한다. 리그 데뷔 첫해인 2023년 키움 소속으로 30경기 183.2이닝으로 평균 6.12이닝을 책임졌고, 20회의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지난해에도 키움에서 30경기 190.1이닝을 소화하며 경기당 평균 6.34이닝으로 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퀄리티스타트는 23회로 리그 최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도 13회로 리그 최다를 기록했다.
삼성으로 이적한 올해도 긴 이닝을 던지는 특유의 능력은 여전하다. 7일 경기 전까지 후라도는 21경기에서 135.1이닝을 소화했다. 경기당 평균 6.44이닝으로 리그 1위, 퀄리티스타트도 16회로 제임스 네일과 함께 선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도 9차례로 코디 폰세와 함께 리그 공동 1위였다. 이날 8이닝 호투로 후라도는 퀄리티스타트와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후라도가 긴 이닝을 소화하는 비결은 공격적인 스트라이크존 공략이다. 전체 투구 대비 스트라이크 비율이 69.3%(3위)이고, 존 안으로 투구한 비율도 44.9%로 전체 5위를다. 스윙 대비 컨택 비율도 80.9%로 5위에 해당한다. 볼을 던지면서 타자 방망이를 피해가기보다는 구위를 믿고 존 안에 공격적으로 던지면서 타자의 배트를 유도한다.
일반적인 투수들은 타자와 여러 차례 상대하면 성적이 나빠지지만, 후라도는 오히려 상대 횟수가 늘수록 기록이 좋아진다. 타순을 첫 번째 상대할 때 피OPS 0.664에 평균자책 3.10인데, 두 번째에는 0.644에 2.56으로 좋아지고 웬만한 투수라면 애를 먹는 세 번째 바퀴에서도 0.614에 2.45로 오히려 더 기록이 좋아지는 특이한 투수다.
후라도는 대부분의 투수들이 고전하는 5회에 피안타율 0.188에 피OPS 0.601을 기록한다. 1회 0.289/0.719에서 2회 0.265/0.680, 3회 0.291/0.828, 4회 0.247/0.608, 5회 0.188/0.601로 오히려 이닝이 길어질 수록 투구 내용이 좋아진다. 6회 피안타율도 0.250에 OPS 0.516이다.
이날 SSG전에서도 후라도의 이닝 소화 능력이 제대로 발휘됐다. 후라도는 1회부터 공 8개로 가볍게 삼자범퇴 처리했다. 박성한-정준재-최정을 상대로 모두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박성한을 상대로는 3구 승부로 땅볼아웃, 정준재 타석에선 0-2에서 3구 삼진, 최정 상대로도 2구만에 커브로 땅볼아웃 처리했다.
3대0 리드를 안고 등판한 2회도 삼자범퇴. 3회에도 선두타자 최지훈을 삼진 처리하며 경기 개시 7타자를 연속 아웃 처리했다. 8번 현원회에게 초구에 중전안타를 맞고 첫 출루를 허용했지만, 이지영을 2구 만에 3루 땅볼 병살타로 잡고 이닝을 종료했다. 1회에 이어 3회에도 투구수 8구로 한 이닝을 해치운 후라도다.
4회까지 투구수 38구로 완봉 페이스였던 후라도는 5회 들어 첫 고비를 맞았다. 선두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던진 초구가 중월 솔로홈런으로 연결돼 일격을 허용했다. 그러나 한유섬과 9구 승부 끝에 중견수 뜬공을 잡고 한숨을 돌렸고, 다시 원래 모드로 돌아와 고명준, 최지훈을 각각 2구만에 1루 땅볼아웃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6회 선두타자 현원회에게 이날 2개째 안타를 허용했지만, 이지영을 또 3루수 병살타로 처리해 2아웃이 됐다. 3루수 김영웅이 글러브 앞에서 튀어오르는 어려운 바운드를 잘 처리해서 병살타로 연결했고, 후라도는 크게 포효하며 김영웅에게 박수를 보냈다.
7회가 이날 경기 최대 위기였다. 1사후 최정이 중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어 전 타석에서 홈런을 맞은 에레디아와 7구까지 가는 힘든 승부를 펼쳤다. 에레디아가 강하고 빠른 타구를 3루쪽으로 날렸지만, 이 타구가 3루수 김영웅의 정면으로 향해 직선타 아웃. 한유섬의 볼넷으로 2사 1, 2루가 됐지만, 여기서 전날 역전 3점포의 주인공 대타 오태곤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실점 없이 7회도 마무리했다. 7이닝 1실점으로 시즌 10번째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작성했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후라도는 투구수가 90구를 넘은 가운데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대타 하재훈을 2구 만에 땅볼아웃으로 처리하고 가볍게 1아웃을 잡았다. 현원회에게 이날 3개째 안타를 맞았지만 조형우를 삼진으로 처리했고, 김성현을 초구에 3루 땅볼아웃으로 잡아내면서 8회를 스스로 마무리했다.
삼성은 8회까지 101구를 던진 후라도를 9회부터 김재윤으로 교체했다. 김재윤이 1이닝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해 삼성의 6대 1 승리. 후라도의 3년 연속 10승을 지켜냈다. 빠른 템포로 아웃카운트를 쌓아올린 후라도의 호투 속에 경기는 2시간 36분 만에 빠르게 종료됐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후라도가 다 한 경기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직전 등판에서는 5이닝에 그쳤지만 오늘은 8이닝을 던지면서 후라도 본연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타자들에 대해선 "2회에 2타점 적시타를 친 박승규를 칭찬하고 싶다. 구자욱과 르윈 디아즈도 중심타선답게 좋은 시점에 추가 타점을 내줬다”고 말했다.
취재진과 만난 후라도는 3년 연속 10승 기록에 대해 덤덤한 표정으로 소감을 밝혔다. 후라도는 “그렇게 일정하게 (기록을) 유지할 수 있어서 기쁘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잘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을 오래 끌고가고 이닝을 많이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팀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