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코트에 성인용품 연쇄 투척 파문...여성 스포츠 향한 테러? 암호화폐 집단의 조직 범죄? [스춘 이슈]
암호화폐 그룹 배후 의혹..."코인 가치 조작 위한 계획된 공격" 논란
[스포츠춘추]
처음엔 몇몇 관중의 철없는 장난으로 치부됐다. 여자농구 경기장 안으로 성인용품이 날아들었고, 정신나간 관중 하나가 더러운 장난을 했나보다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정황을 따져보면 구린내가 진동한다. 7월 29일 WNBA(미국여자프로농구) 애틀랜타 드림과 골든스테이트 발키리스의 4쿼터 경기 중 한 관중이 녹색 성인용품을 코트에 던져 경기가 중단됐다. 첫 번째 범인 델버트 카버(23)는 체포되며 "농담으로 한 일이 화제가 되길 바랐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8월 1일 시카고 스카이 경기, 8월 5일 LA 스파크스와 인디애나 피버 경기, 같은 날 피닉스 머큐리 경기까지. 열흘간 최소 6차례나 같은 녹색 성인용품이 코트에 투척됐다. 우연치고는 너무 계획적이었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건 소피 커닝햄을 겨냥한 듯한 사건이다. 피버의 커닝햄이 소셜미디어에 "던지지 말라. 우리가 다칠 수 있다"고 경고한 지 며칠 만에 그녀의 발 앞으로 성인용품이 날아든 것이다. 이쯤 되면 확신범의 소행이다. 단순한 개별 행동이 아니라 여성 선수들을 표적 삼은 조직적 공격이라는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미네소타 링스의 셰릴 리브 감독이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짚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은 여성을 억압하는 데 사용되는 수단이고, 이것도 다르지 않다"며 "우리가 조롱의 대상이 아니라 그들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여성 스포츠가 성장하자 이를 폄하하려는 조직적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진짜 충격은 따로 있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탐사 보도 결과 사건 배후에 '그린 딜도 코인'이라는 암호화폐 그룹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들이 여성 혐오를 이용해 자신들의 코인 가치를 끌어올리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황은 심상치 않다. 그린 딜도 코인은 첫 사건 하루 전인 7월 28일 출시됐고, 관련 상품 온라인몰은 3주 전부터 준비됐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코인 가격은 뛰었고, 일주일 만에 가치가 3배나 올랐다. 우연치고는 너무 완벽한 타이밍이다.
더 놀라운 건 이들의 실시간 조율 모습이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암호화폐 그룹은 라이브 스트림을 통해 "LA에서 성공했다"며 환호하고, "시애틀에서도 시도할 예정"이라고 대화했다. 심지어 투척자들과 직접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건을 기획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LA 범인이 건물에서 빠져나갔다"는 실시간 보고까지 나왔다. 이쯤 되면 여성 혐오를 이용한 금융 사기라고 봐야 한다.
뉴욕대학교 블록체인 전문가 크리스천 그레웰의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레웰은 디 애슬레틱 인터뷰에서 "성인용품 투척 사건은 악의적 행위자들이 기존 부정적 정서를 이용해 관심을 끌기 위한 구실이었다"고 말했다. 밈코인은 "거의 무료로 만들 수 있지만 며칠 만에 수백만 달러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그렇다면 체포된 2명은 "장난으로 한 일",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는 바보 같은 장난"이라며 암호화폐 그룹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이들이 정말 독립적으로 행동했다면 왜 하필 같은 녹색 성인용품을 선택했을까. 너무 많은 우연이 겹친다.
WNBA 선수들의 분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카고 스카이의 엘리자베스 윌리엄스는 "매우 무례하고 미성숙한 일"이라며 "누구든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LA 스파크스의 린 로버츠 감독은 "바보같고 멍청하며 위험하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WNBA도 뒤늦게 강력 대응에 나섰다. "코트에 물건을 던지는 팬은 즉시 퇴장되고 최소 1년간 출입금지되며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수노조도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진짜 범인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암호화폐 조직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이는 "WNBA 투척은 끝났지만 다른 트롤링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 야구 경기에서도 비슷한 성인용품을 든 관중이 목격됐다. 이 집단의 다음 타겟은 어디일까?
여성 스포츠를 겨냥한 치졸한 공격이 암호화폐 조작이라는 금전적 목적과 결합되면서 더욱 악질적으로 변했다. WNBA가 역대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바로 이 시점에 벌어진 일이라는 게 더욱 씁쓸하다. 돈을 위해서라면 여성 혐오도 서슴지 않는 이들의 공격을 과연 막아낼 수 있을까? 여성 스포츠의 성장이 비열한 세력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