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타율 0.385' 타자 강백호 반등 계기는 '투백호' 등판? 강철매직 "기분 전환이 된 것 같다" [스춘 현장]
6년 만의 깜짝 투수 등판 이후 타격 대폭발...시즌 후반 활약 예고
[스포츠춘추=수원]
"투수로 등판했던 게 기분전환이 된 것 같다.”
‘야구천재’ 강백호가 살아났다. 6년 만의 깜짝 투수 등판을 계기로 극심한 타격 부진을 털어내고 시즌 후반 활약을 예고했다.
강백호는 5일부터 7일까지 대전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3연전에서 미친 존재감을 발휘했다. 5일 경기에서 3타점 적시타, 6일 경기에서도 2타점 적시타, 7일 경기에서는 역전 투런포를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8월 이전까지만 해도 극심한 부진과 부상에 신음했던 강백호였다. 지난 5월 말 경기 도중 귀루하는 과정에서 우측 발목 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다. 지난달 22일 NC 다이노스전을 시작으로 1군에 복귀했지만, 7월 복귀 이후 9경기 24타수 2안타 타율 0.083의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29일 LG전 마지막 타석에서 외야 뜬공으로 물러나자 강백호는 방망이를 바닥에 내리치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그런 강백호가 8월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환점은 31일 LG전에서의 투수 등판이었다.
강백호는 LG 전에서 팀이 16대 0으로 크게 뒤진 8회말 등판해 1.0이닝 동안 3피안타 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오랫동안 투수를 하지 않았음에도 140km/h대 속구를 던졌고, 슬라이더 등 변화구도 구사하며 여전한 투수 재능을 과시했다.
강백호는 서울고 시절 투타를 오가며 고교야구를 지배한 천재 선수였다. 타석에서 초대형 홈런타구를 쳐내고, 투수로는 150km/h대 강속구를 앞세워 에이스 역할을 했다. KT 입단 뒤에는 타자에 전념하면서도 종종 투수로 깜짝 모습을 선보였다. 2019년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는 한 차례 불펜피칭을 소화해 화제가 됐고 그해 한 차례 실전 마운드에 등판해 1이닝을 피칭했다. 31일 등판은 2019년 이후 6년 만이었다.
공교롭게도 마운드 등판 이후 강백호의 방망이가 살아났다. 강백호는 투수 등판 다음날인 1일 NC전 원정에서 4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 1볼넷의 맹타를 선보였다. 팀은 3대 5로 패했지만 오랜만에 멀티히트 경기를 펼쳤다. 2일 NC전에서도 5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 3일 NC전에서는 3타수 1안타(2루타) 1볼넷으로 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3연전에서 도합 12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을 올렸다.
살아난 강백호의 방망이는 대전 한화 원정에서 대폭발했다. 5일 경기에서 KT 타선은 문동주 상대로 7이닝 동안 한 점도 내지 못하고 꽁꽁 묶였다. 그러나 8회 공격에서 한승혁 상대로 황재균의 홈런, 허경민의 희생플라이로 2대 2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만루 상황에서 강백호가 한화 마무리 김서현 상대로 우측 한화생명볼파크 우측 담장 상단을 맞히는 초대형 적시타를 날려 주자 3명을 불러들여 5대 2 대역전승을 거뒀다.
6일 한화전에서도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팀은 4대 5로 패했지만 강백호는 리그 최고 괴물투수 코디 폰세 상대로 안타를 때려냈고, 9회 공격에서는 김서현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폭발적인 타격감을 자랑했다.
7일 한화전에서는 9회초 공격에서 좌완 조동욱 상대로 역전 홈런을 터뜨렸다. 3대 4로 뒤진 1사 2루에서 조동욱의 초구를 공략해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포를 날렸다. 1루로 달려나가면서 크게 포효한 강백호는 이날 5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으로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8월 들어 26타수 10안타 2홈런 10타점 3볼넷으로 타율 0.385, 출루율 0.448, 장타율 0.692를 기록하며 강백호다운 타격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이강철 감독도 강백호의 활약에 반색했다. 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 감독은 “투수로 등판한 게 기분전환이 된 것 같다. 그 이후로 잘 치는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이 감독은 “강백호가 조금 (기분이) 처져 있었다. 1군에 돌아와서 아무것도 못 하고, 찬스도 계속 놓치면서 침체돼 있었다. 그래서 ‘투수라도 한번 해라’ 그랬더니 ‘안 되니까 그거라도 하겠습니다’ 하더라. 자기도 팀의 일원으로서 뭔가를 한다는 생각, 그리고 창원에서 가서 안타를 치고 하면서 기분이 업이 된 것 같다”고 반색했다.
이 감독은 “본인도 많이 답답했을 거다. 옆에서 안현민은 잘 치고 활약하는데, 자기도 잘하고 싶은데 안 되니까”라며 강백호의 심리상태를 설명했다.
강백호의 타격이 살아나면서 KT 타선 전체가 살아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올시즌 혜성처럼 나타나 타격 3개 부문 1위에 올라있는 신인왕 후보 안현민을 향한 상대팀의 집중 견제가 분산되는 효과다.
이 감독은 “강백호가 살아나니까 상대도 안현민에게 승부를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전에는 쳐줘야 할 선수들이 못 쳐주다 보니 안현민 타순이 지나가면 그냥 쓱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는데. 백호가 올라오면서 좀 나아졌다. 여기에 새로 합류한 외국인 타자 앤드류 스티븐슨이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강백호는 이날도 4번 지명타자로 중심타선에 배치됐다. KT의 선발 라인업은 스티븐슨(중견수)-김상수(2루수)-안현민(우익수)-강백호(지명타자)-장성우(포수)-이정훈(좌익수)-황재균(3루수)-오윤석(1루수)-권동진(유격수)으로 꾸려졌다. 선발투수로는 소형준이 등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