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 도우미' 아들이 벌써 빅리그 데뷔한다고? 콜로라도, 에릭 캐로스 2세 카일 캐로스 전격 콜업 [스춘 MLB]
콜로라도 로키스 3위 유망주, 9일 애리조나전 앞두고 콜업
[스포츠춘추]
'찬호 도우미' 2세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다. 과거 박찬호의 현역 시절 LA 다저스 동료로 한국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에릭 캐로스의 아들 카일 캐로스(23)의 빅리그 콜업 소식이 전해졌다.
콜로라도 로키스는 9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을 앞두고 구단 내 3위 유망주 카일 캐로스를 메이저리그로 불러올렸다고 발표했다. 카일은 12번 유니폼을 입고 첫 빅리그 무대를 밟을 예정이다.
'캐로스'는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이다. 아버지 에릭 캐로스는 1995년부터 2001년까지 LA 다저스에서 뛰며 박찬호의 전성기를 함께 만들어간 강타자였다. 게리 셰필드, 라울 몬데시, 션 그린, 마이크 피아자와 함께 이른바 '찬호 도우미'의 핵심 멤버로 활약하며 국내 팬들로부터 뜨거운 성원을(혹은 미움을) 받았다. 당시 한국 야구팬들은 위성 생중계를 통해 박찬호의 경기를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에릭 캐로스라는 이름을 기억에 새겼다.
14시즌 동안 다저스, 시카고 컵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활약한 에릭의 야구 DNA는 두 아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장남 재러드는 다저스 산하 더블A에서 투수로 뛰고 있고, 차남 카일은 타자의 길을 택했다. 아버지 에릭이 파워가 무기인 1루수였다면, 카일은 수비가 강점인 3루수다. 포지션은 달라도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부자가 다르지 않다.
2023년 UCLA에서 5라운드로 드래프트된 카일은 불과 2년 만에 콜로라도 조직 정상급 유망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하이A 스포케인에서 123경기 동안 타율 .311, 출루율 .390, 장타율 .485를 기록하며 노스웨스트리그 MVP에 선정됐고, 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올 시즌엔 더욱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더블A 하트퍼드에서 55경기 동안 타율 .294, 출루율 .399, 장타율 .462를 찍었고, 7월 트리플A 앨버커키로 승격한 후에도 16경기에서 타율 .306을 유지하며 빅리그 문턱까지 올라왔다.
특히 카일이 자신 있어하는 부분은 수비다. 그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UCLA에 가서 수비에 매력을 느꼈다"며 "1학년 때 개막 라인업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내 글러브 덕분이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그는 마이너리그 최고 3루 수비수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유망주 평가 전문가는 카일에 대해 "3루수에게 기대하는 파워는 아닐 수도 있지만, 정말 솔리드한 타자이자 매우 발전된 타석 접근법을 가진 선수"라며 "정확히 콜로라도가 필요로 하는 유형의 선수"라고 평가했다.
콜로라도는 이번 시즌 라이언 맥마혼을 트레이드로 내보낸 후 3루에 큰 구멍이 뚫렸다. 올랜도 아르시아와 카일 파머로 그 자리를 메우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아르시아가 우측 팔꿈치 염증으로 10일 부상자 명단에 올라가면서 콜로라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카일의 콜업은 이런 급한 불을 끄는 동시에 미래를 대비하는 일석이조의 선택이다.
현재 30승 84패로 메이저리그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콜로라도로선 젊고 재능 있는 유망주의 등장은 몇 안 되는 희망적인 소식이다. 구단은 이번 시즌이 끝난 후 떠날 베테랑들 대신 더 밝은 미래를 가진 젊은 옵션들로 팀을 재편하는 중이다.
카일은 현지 인터뷰에서 "하이 A 시절 경기장에 나갈 때마다 우리가 리그 최고 팀이라고 생각했고, 이길 거라고 믿었다"며 "앞으로 몇 년 안에 빅리그에서도 그런 기대감과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콜로라도의 밝은 미래를 장담했다.
1990년대 박찬호와 함께 한국 야구팬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에릭 캐로스의 아들이 이제 새로운 세대의 주인공으로 나선다. 아버지 세대가 만들어준 추억 위에 자신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그리고 콜로라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