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맨' LG 톨허스트 "우리 야수진의 호수비가 호투 비결" [스춘 인터뷰]
톨허스트, 데뷔전서 7이닝 2안타 7K 무실점 승리
[수원=스포츠춘추]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이 많은 것 같아요."
데뷔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냈지만, 시종일관 무표정이었다. 삼진을 7개나 솎아냈지만 세리머니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 팀 동료는 이런 그를 "부끄러움이 많다"고 했지만, 투구 내용은 상반됐다. LG 트윈스의 새 외국인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26)의 얘기다.
1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LG와 KT위즈의 경기. 이날 선발 등판한 LG 톨허스트는 7이닝을 77구만에 삭제하며 데뷔전 승리를 기록했다. 그만큼 공격적으로 투구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성격은 정반대라고. 경기 후 LG 내야수 오스틴 딘에게 슬쩍 물어보니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의 오스틴은 톨허스트가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이 많은 녀석"이라며 웃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샤이(shy)맨' 톨허스트는 "우리팀 야수진이 수비를 잘 해줬기 때문에 내가 공격적으로 피칭할 수 있었다"며 활짝 미소지었다. 톨허스트는 "우리 야수들이 타구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에, 투구를 공격적으로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야수들에게 꼭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공격적인 경기 운영 덕분에 1회 13구로 산뜻하게 출발한 톨허스트는 3회에는 단 3구만으로 이닝을 끝냈다. 5회에도 단 7구 만에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최고 구속 시속 153km의 속구(38구)를 앞세워 커터(21구), 포크(12구), 커브(6구)를 적절히 섞었고, 스트라이크와 볼 비율은 54대 23이었다.
효율적인 투구 운영으로 빠르게 이닝을 소화해낸 톨허스트는 "사실 올시즌 7이닝 투구는 처음"이라면서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가 마운드에서 타자와 경쟁하고 이겨냈다는 것에 정말 만족한다"고 말했다.
특히 제구가 돋보였다. 전반적으로 가운데 몰리는 공 없이 스트라이크존 보더라인을 공략했다. 특히 2회말 강백호와 장성우를 상대로 삼구삼진을 연속으로 잡아낸 장면이 압권이었다. 6구 중 단 1구를 제외하고 모두 스트라이크존 가장자리를 통과하며 KT 타선을 얼어붙게 했다.
톨허스트는 "KBO 공인구는 미국에서 썼던 공과 확실히 다르다. 공인구의 실밥이 조금 더 두드러지게 돋아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던질수록 편안해졌다. 그래서 내가 가진 다양한 구종들을 잘 컨트롤할 수 있었고 이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허용한 안타는 단 2개뿐이었다. 3회말 1사 후 장진혁에 우전 안타를, 7회말 2사 후 안현민에 중전 3루타를 내줬지만 모두 실점 없이 막았다. 안현민에 장타를 내준 순간을 떠올린 톨허스트는 "더그아웃에서 투수 코치님이 마운드에 방문하셔서 한 타자만 잘 막아보자 하셨다. 나도 예정된 투구수(80구)가 거의 다 찼다는 걸 알아서 최대한 모든 것을 쏟아내 남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으려 했다"고 했다.
최고 구속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더 높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날 톨허스트는 속구 최고 시속 153km를 찍었다. 그러나 그는 "오늘 구속도 만족스럽지만, 앞으로 더 잘 나올 것"이라며 "앞으로 더 자신감 있게 던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톨허스트는 LG가 지난 3일 '우승 도전'을 위해 영입한 우투수다. 지난해 LG에서 활약했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올 시즌 4승 4패, 평균자책점 4.23으로 부진하자, LG는 과감히 교체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이날, 비록 한 경기였지만 그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톨허스트의 데뷔전은 LG 우승을 향한 퍼즐 조각이 맞춰진 순간과 다름없었다.
LG에서 우승을 향한 도전을 하게 된 톨허스트는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에 와 영광이고 감사하다.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팀에서 기대하는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더욱더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