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순간의 연속...'7월의 남자' KT 안현민이 떠올린 한 남자 '강백호' [스춘 인터뷰]
안현민, 생애 첫 월간 MVP 등극
[수원=스포츠춘추]
훌륭한 선배는 유능한 후배를 길러낸다. 아직 모든 게 처음인 후배 옆에서 세심한 조언과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그 앞길을 밝히는 것이 좋은 선배의 역할이다. 그래서 누구나 좋은 선배를 만나는 건 큰 행운이라 한다. KT 위즈 외야수 안현민(22) 역시 그런 행운을 누리고 있다. 스스로도 “운이 좋다”고 말하는 그의 곁에는, 든든한 롤모델이자 선배인 KT의 간판타자 강백호(26)가 있다.
안현민은 요즘 프로 데뷔 이후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축하 연락이 쏟아져 정신이 없을 정도다. 지난 11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선정한 7월 월간 최우수선수(MVP)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팬 투표에서는 한화 이글스의 코디 폰세에 밀렸지만, 기자단 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총점 1위에 올라 MVP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 기쁨의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바로 강백호였다. 1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만난 안현민은 “프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타기 힘든 월간 MVP를 받게 돼 그저 영광이고 감사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7월에만 30안타, 5홈런, 타율 0.441을 기록한 그는 “(강)백호 형은 너무 좋은 형이자 선배다. 도움이 되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구체적인 조언 내용은 비밀이라 웃어넘겼지만 “백호 형은 나 같은 유형의 선수가 KT에서 나오길 원했던 것 같다. 나는 그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안현민이 말한 ‘그 유형’은 KT에서 보기 드물었던 거포 외야수다.
올 시즌 중반, 이른바 ‘아홉 수’에 걸렸을 때도 강백호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2022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38순위로 KT에 입단한 안현민은 지난 7일 한화전에서 시즌 99번째 안타를 기록했지만, 이후 삼성과의 2연전에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며 발걸음이 멈췄다. 10일 삼성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다가, 다섯 번째 타석에서야 좌전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프로 데뷔 후 첫 시즌 100안타 고지를 밟았다.
그 시기를 돌아본 그는 “99번째 안타까지는 전혀 신경을 안 썼는데, 이후 세 경기 연속 안타가 없으니 점점 신경이 쓰였다. 일요일 경기에서도 안타를 못 쳤으면 다음 경기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 다행히 하나를 쳐서 편히 쉴 수 있었다”고 웃었다.
이때 옆에서 격려의 손길을 내민 사람이 바로 강백호였다. “백호 형이 ‘네가 하는 야구를 해라’고 계속 이야기해 줬다. 형이 보기엔 내가 전혀 나만의 야구를 못 하고 있는 것 같았다며, 더 편하게 하라는 말을 많이 해줬다”고 전했다.
8월 초반 부진했던 자신의 경기를 돌아보며 “자멸하는 타석이 많았다”고 솔직히 털어놓은 안현민은 강백호의 조언 덕분에 7월의 뜨거웠던 타격감을 다시금 찾아가기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조언을 건넨 강백호 역시 7월 타율이 0.083에 그치며 최악의 슬럼프를 겪었지만, 8월 들어 12일 기준 월간 타율 0.359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를 격려한 셈이다.
이제 안현민은 자신만의 자신 있는 야구를 다시 펼치고 있다. KT가 오래 기다려온 거포 외야수의 등 뒤에는, 묵묵히 힘이 되어준 ‘천재타자’ 강백호의 진심 어린 조언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