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위에 축구공이 두 개?...볼보이까지 동원한 아스톤 빌라 꼼수 딱 걸렸네, 2억원대 벌금 '철퇴' [스춘 해축]

토트넘전서 "볼 보이들이 빌라 선수들에게만 추가 공 제공"

2025-08-16     배지헌 기자
아스톤 빌라 선수단(사진=아스톤 빌라 SNS)

 

[스포츠춘추]

아스톤 빌라가 또 걸렸다. 프리미어리그 멀티볼 시스템을 악용해 홈 어드밴티지를 취한 혐의로 이번에는 12만5000파운드(2억3000만원) 벌금과 함께 새 시즌 홈 3경기에서 멀티볼 사용이 금지됐다.

멀티볼 시스템은 2022-23 시즌부터 도입된 제도다. 경기장 곳곳에 여분의 공을 배치해 경기 흐름을 유지하고 지연 시간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핵심은 양 팀에게 동등한 조건을 제공하는 공정성에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15일(한국시간) "아스톤 빌라가 지난 시즌 5차례에 걸쳐 멀티볼 규정을 위반했다는 제재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빌라는 이번 주말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시즌 개막전을 비롯해 크리스털 팰리스전(8월 30일), 풀럼전(9월 27일)에서 멀티볼 시스템을 쓸 수 없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 5월 16일 토트넘과의 홈경기였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빌라는 에즈리 콘사와 부바카르 카마라의 골로 2대 0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멀티볼 규정을 노골적으로 위반했다는 게 프리미어리그의 판단이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빌라가 공격하는 골 뒤편에는 규정보다 많은 볼 보이들이 배치됐고, 이들은 코너킥과 프리킥 상황에서 빌라 선수들에게 직접 공을 던져줬다. 반대편 토트넘이 공격하는 골 뒤편에는 정확한 개수의 공만 배치됐고 추가 볼 보이도 없었다. 더욱 노골적인 것은 토트넘 골키퍼 안토닌 킨스키가 골킥을 위해 공을 가져가는 순간 볼 보이가 경기장에 다른 공을 던져 넣었다는 점이다.

프리미어리그는 "경기 전 심판과 리그 파견 관계자가 빌라 관계자들에게 규정 준수를 당부했고, 하프타임에도 멀티볼 슈퍼바이저에게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빌라는 계속 규정을 어겼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새 공인구인 푸마 오르비타 얼티메이트 PL 브릴리언스. 사진 | 푸마

이번이 빌라의 첫 위반이 아니다. 지난 시즌에만 5차례나 적발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10월), 본머스전(같은 달), 크리스털 팰리스전(11월), 브렌트포드전(12월)에서도 같은 위반을 저질렀다.

빌라의 변명은 매번 그때그때 달랐다. 유나이티드전에서는 "4일 전 챔피언스리그 바이에른 뮌헨전에서 다른 프로토콜을 적용해 볼 보이들이 혼란스러워했다"고 했다. 본머스전과 팰리스전 전에는 볼 보이들에게 주의를 줬지만 "오랫동안 사용해온 작업 패턴을 바꾸는 것이 어려웠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브렌트포드전과 토트넘전에 대해서는 아무런 변명도 내놓지 못했다. 상습적이고 의도적이었다는 뜻이다.

2022-23 시즌부터 도입된 멀티볼에 대해 프리미어리그는 "멀티볼 관련 규정과 지침 준수는 일관성을 유지하고 무엇보다 홈 클럽이 시스템 오용을 통해 경쟁 우위를 점하지 않도록 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빌라처럼 노골적으로 악용하는 팀들이 있다. 빌라만이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벌금이 10만 파운드를 넘어 공개된 첫 사례다. 빌라는 지난 시즌 동안 멀티볼 관련 벌금으로 상당한 액수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 체제에서 아스톤 빌라는 놀라운 변신을 보여줬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꿈의 무대에 발을 딛었고,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상위권 경쟁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 멀티볼 조작이라는 꼼수 논란은 자칫 흠집이 될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중요한 목표를 앞두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는 의지는 이해할 만하지만, 그것이 규정을 어기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