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도 '안씨 성 예비역' 있다!...15kg 벌크업해 돌아온 1차지명 천재 유격수 후계자 [스춘 히어로]
15kg 증량해서 돌아온 안재석의 끝내기 홈런... "현역 복무, 후회하지 않는다"
[스포츠춘추=잠실]
프로야구에 새로운 공식이 생길 것 같다. '군복무+벌크업=대박'이라는 공식 말이다. 군 복무 후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온 '안씨 성 예비역' 두산 베어스 안재석(23)이 전역 후 첫 선발 출전에서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작렬시키며 화려한 복귀 신고를 마쳤다.
안재석은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연장 11회말 1사 후 상대 투수 김건국을 상대로 8구 승부 끝에 터뜨린 끝내기 솔로홈런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2023년 4월 이후 846일 만의 홈런이었다.
안재석은 서울고 시절부터 천재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2021년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할 당시만 해도 팬들과 구단의 기대가 컸다. 좋은 신체 조건과 뛰어난 컨택 능력을 바탕으로 '원조 천재 유격수' 김재호의 뒤를 이어 두산 내야의 중심이 될 거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좀처럼 기대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입단 후 225경기를 소화하며 꾸준한 기회를 받았지만 즉시전력감 기대에 바로 부응하지는 못했다. 몇 차례 수비 실수로 자신감이 하락했고, 타격에서도 고전하면서 점점 기회가 줄어들었다. 2023년에는 1군 27경기 출전에 그치며 부진의 늪에 빠졌고, 결국 안재석은 자진해서 현역 입대를 선택했다.
군복무 기간이 결과적으로 안재석에게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 강원도 화천군에서 소총수로 복무하며 틈틈이 몸을 만들었다. 낮에 복무하고 일과시간 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려면 보통 이상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했지만 묵묵히 해냈다. 15kg 증량이라는 성과가 그 노력을 말해준다. 갓 고교를 졸업한 비쩍 마른 신인의 모습은 사라지고 제법 우람한 모습의 운동선수가 되어 돌아왔다.
"장타에 욕심이 있어서 군대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굉장히 열심히 했다"고 밝힌 안재석. 그는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몸을 만들었다. "끼니마다 닭가슴살 한두 개씩 먹고 중간중간에 프로틴이랑 밥을 먹었다. 웨이트도 주 4-5회 하면서 휴식도 많이 취했다"며 "그런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변화는 외관상으로도 확연했다. "보기에는 티가 많이 안 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만족스럽게 벌크업을 한 것 같다"고 본인은 겸손하게 말했지만, 한눈에 봐도 체형이 달라진 게 확연했다. 상체가 눈에 띄게 커지고 몸이 두꺼워진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몸의 변화가 퍼포먼스 향상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체중이 늘어난 만큼 근육량이 늘었고, 배트 스피드와 타구 스피드도 확연히 빨라져 그 부분에 만족한다"고 안재석은 자신했다. 조성환 감독대행도 "연습 때 보면 안재석의 타구나 스윙이 괜찮더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 안재석이 때려낸 타구들은 모두 외야 펜스까지 날아가는 강력한 것들이었다. 잘 맞은 타구도 내야를 넘어가기 힘겨웠던 입대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4회말 좌월 2루타로 복귀 후 첫 안타와 첫 타점을 올렸고, 마지막 끝내기 홈런은 120m를 날아가며 우측 담장을 넘겼다. 본인이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하고 세리머니를 할 정도였다.
안재석의 사례는 올해 강력한 신인왕·MVP 후보로 급부상한 KT 안현민을 연상시킨다. 안현민 역시 2022년 2차 4라운드로 입단 직후 현역으로 입대해 취사병으로 복무하며 90kg에서 100kg 이상으로 벌크업한 뒤 올 시즌 리그 최고 타자로 떠올랐다. 둘은 같은 '안씨 성'에 현역 복무라는 공통점이 있다. 벌크업에 성공한 안재석을 보며 기대를 갖게 되는 이유다.
안재석에게 군복무는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정신적 성장의 시간이기도 했다. "군대를 다녀오면서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사람 대하는 법도 알게 되고, 단체생활의 중요함을 많이 느꼈다"며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다 조심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돌아봐도 후회하지 않는다. 그 기간이 내게 전환점이 된 것 같다"며 현역 복무 시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두산은 여전히 안재석을 팀의 차세대 유격수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박준순, 이유찬, 오명진 등의 경쟁 구도에 안재석까지 가세하면서 두산 내야 주전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안재석은 "경쟁을 싫어하지 않는다. 경쟁자가 있어야 서로 윈윈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안재석은 "이제는 도망갈 데가 없다"며 "앞으로는 소극적으로 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야구를 해야 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두산 1차 지명 유망주의 진짜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안씨 성을 가진 또 한 명의 예비역 신화가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