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야구, 직업 삼고 싶다"...위대한 도전 나서는 4인의 용사들 - ③김현아 [스춘 여자야구]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4인방, WPBL 도전

2025-08-17     황혜정 기자

2026년, 미국 여자야구 프로리그(WPBL)가 출범합니다. 그리고 그 역사적인 무대에 한국 여자야구 선수 4명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아직 프로는 물론 실업 무대조차 없는 한국 여자야구 현실 속에서, 이들의 도전은 단순한 이적이나 진출을 넘어 '가능성의 증명'이자 '미래를 향한 선언'입니다. 스포츠춘추는 WPBL 트라이아웃에 나서는 네 명의 선수를 중심으로, 그들의 도전과 성장, 그리고 여자야구의 오늘과 내일을 조명하는 특별 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국가대표 포수 김현아.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스포츠춘추]

고등학교까지 엘리트 야구 선수로 뛰었던 남동생을 따라 야구를 시작했던 한 소녀가 있었다. 이제 그 소녀는, 20대 중반 의젓한 어른이 돼 동생이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품고 프로야구 선수를 향한 도전에 나선다.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포수 김현아(25·이화여대 졸)가 ‘야구를 직업으로 삼는 여성’이라는 아직은 낯설고 멀게 느껴지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오는 19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2026년, 미국에서 여성을 위한 프로야구 리그 WPBL이 출범한다. 이 리그는 1943년부터 1954년까지 운영됐던 전미프로여자야구리그(AAGPBL) 이후 무려 70년 만에 미국에서 탄생하는 여자 프로야구 리그다. AAGPBL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남자 선수들이 전장에 나간 사이 한시적으로 운영된 대체 리그였다면, WPBL은 오롯이 여성 선수들을 위한 ‘정식 프로 무대’다.

김현아가 WPBL 트라이아웃에 도전장을 낸 이유는 단순하고도 분명하다. “좋아하는 야구를 직업으로 삼고 싶어서요.” 그는 “여성은 직업 야구 선수가 될 수 없는 게 현실이었는데, 내년에 프로리그가 생긴다니까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야구로 생업을 삼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도전은 그래서 누구보다 진심이고 절실하다.

지난 4월, WPBL 트라이아웃에 지원서를 제출한 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훈련에 매진했다. “잠자고,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곤 온전히 야구에만 집중했다”는 김현아는 배재고 권오영 감독의 배려로 대표팀 동료 박주아와 함께 엘리트 고등학교 야구부 훈련에 참여하며 땀을 흘렸다. 오후 훈련이 끝나면 곧장 헬스장과 레슨장을 찾아 개인 훈련까지 소화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마음뿐이었다.

김현아는 대표팀 내에서도 가장 강한 어깨를 자랑한다. 홈플레이트에서 2루까지 정확하고 빠르게 송구하는 능력으로, 포수로서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2023년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야구연맹(BFA) 여자야구 아시안컵에선 주전 3루수로 출전해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한국 여자야구의 사상 두 번째 동메달 획득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트라이아웃은 결코 쉽지 않다. 체격과 힘이 뛰어난 미국, 캐나다 등 서양권 선수들이 다수 참가한다. 그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각인시킬 수 있을까. 김현아는 오히려 기죽지 않겠다고, 도리어 당당히 보여주고 오겠다고 다짐한다. “그간 준비해온 모든 걸 다 보여주고 올 거예요. 마지막 날까지 살아남아, 내년에 꼭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에요.”

김현아.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그는 현재 모교이자 전국 유일의 여자야구 동아리 이화여자대학교 '이화플레이걸스'에서 후배들에게 재능기부 형태로 훈련을 돕고 있다. 김현아는 “프로 선수가 되어 더 체계적으로 야구를 배우고, 그 지식과 경험을 한국 여자야구 발전에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아의 이번 도전은 단순한 개인의 경력 쌓기를 넘어선다. 여성이 야구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하는 첫걸음이자, 한국 여자야구의 위상을 세계 무대에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그가 미국 땅에서 어떤 결과를 얻든, 이번 도전은 한국 여자야구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