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최초 리틀WS 승리투수에 삼진 당했던 타자, 메이저리거로 10년 만에 조우 [스춘 MLB]

모네 데이브스, 2014년 리틀리그WS 최초 여성 승리 투수

2025-08-17     황혜정 기자
모네 데이비스와 로버트 해셀의 10년 전 모습과 현재 모습. (사진=ESPN)

[스포츠춘추]

약 10년 만의 조우다. 소년·소녀 시절 마운드와 타석에서 맞섰던 두 인물이 성인이 되어, 시구자와 메이저리거로 다시 만났다.

2014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LLWS)에서 맞붙었던 모네 데이비스(23)와 로버트 해셀 3세(23)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스 파크에서 재회했다. 필라델피아 출신 데이비스는 내셔널스의 ‘레이디스 나이트’ 행사에 초청돼 시구자로 나섰고, 포수 미트에 공을 받은 이는 다름 아닌 워싱턴 내셔널스 외야수 해셀이었다. 10년 전, 데이비스가 강속구로 삼진을 잡았던 바로 그 선수였다.

데이비스는 당시 13세 소녀였다. 리틀리그 무대에서 뿌린 강속구로 해셀을 제압한 장면은 지금도 회자된다. 그는 LLWS에서 여성 최초로 완봉승을 거둔 선수로 이름을 남겼고, 대회 후 ‘리틀리그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타임지 표지 모델에 오르고, AP 선정 ‘올해의 여자 선수’에 뽑히며 미국 스포츠계를 뒤흔든 주인공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자 프로야구 리그가 부재한 현실 탓에 프로 무대 진출은 좌절됐고, 그는 햄프턴 대학교로 진학해 소프트볼 선수로 학업과 운동을 병행했다.

해셀은 데이비스에게 삼진을 당한 기억을 생생히 간직한 채 야구를 이어갔다. 절치부심 끝에 그는 올해 마침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이날 데이비스를 다시 만난 헤셀 “그녀의 공에 여전히 힘이 있더라. 기대했던 그대로”라며 웃었다. 헤셀은 “그녀가 13살이었을 때도 우리는 결코 그녀를 얕잡아보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룬 성취는 정말 대단하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데이비스 역시 감회를 전했다. 그는 “LLWS 경기 순간은 아직도 또렷하다. 해셀을 삼진 잡았을 때는 정말 멋진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데이비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소프트볼 무대에서 경력을 이어온 그는 이제 다시 야구에 도전한다. 오는 2026년 미국에 여자 프로야구 리그 출범이 예정된 가운데, 데이비스는 오는 25일 다시 한 번 내셔널스 파크를 찾아 트라이아웃에 나선다. 그는 “야구가 여전히 내 일부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