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지하철 4정거장' 더 빨리 집 갔지만...현장 불만은 여전 [스춘 이슈]

평균 경기 시간 12분 단축

2025-08-19     황혜정 기자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시범경기 도중 외야 쪽 피치클락 모습 (사진=KT)

[스포츠춘추]

지하철 네 정거장을 지나갈 수 있는 시간, 12분.

올 시즌 KBO리그가 피치클락과 연장 11회 제도를 도입하며 평균 경기 시간이 단축된 수치다. 표면적으로는 ‘성공적인 제도 개혁’으로 보이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조금 다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올해 평균 경기 시간은 지난해보다 약 12분 줄었다. 투수의 투구 템포와 타자의 준비 동작이 줄며 경기 흐름이 빨라졌고, 연장전도 11회까지만 허용되면서 끝없는 소모전은 사라졌다. 팬과 방송사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선수들 사이에서는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승부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단 12경기에 불과했던 무승부가 올해는 이미 18경기를 기록했다. 아직 79경기가 남아 있어 역대 최다 무승부 기록이 경신될 가능성이 크다.

현장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피치클락 때문에 루틴이 깨져 투구할 때 괜히 조급해진다. 10회, 11회까지 싸우고도 승부가 안 나면 허탈하다”는 것이 선수들의 목소리다. “선수 입장에서는 깔끔하게 승패를 가리는 게 더 낫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야구인은 “경기 시간이 짧아진 건 긍정적이지만, 현장에선 차라리 승부치기 같은 방식으로라도 결과를 내는 걸 선호한다”고 말했다.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직장인 팬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 구단 홈경기를 찾은 한 팬은 “예전엔 끝나고 집에 가면 자정이 넘었는데, 요즘은 11시 전에 도착할 수 있어 여유가 생겼다”며 “야구가 하루를 망치는 취미가 아니라 퇴근 후 즐기는 루틴이 됐다”고 반겼다.

반면 일부 팬들은 야구의 본래 매력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한다. “야구는 원래 느긋하게, 길게 보는 재미가 있는데 이제는 뭔가 쫓기듯 진행된다. 승부도 안 나고 허무하게 끝나는 경기가 많아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가족 단위 관중에게는 무승부가 불만으로 다가온다. 한 아버지는 “아이 손을 잡고 주중 경기를 보러 갔는데, 무승부로 끝나니 아이가 ‘왜 결과가 없어?’라고 묻더라. 설명하기 난감했다”고 말했다.

KBO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흐름에 발맞춰 ‘짧고 밀도 높은 경기’를 지향하고 있다. 팬 서비스와 방송 효율성을 고려하면 방향 자체는 타당하다. KBO 관계자 역시 "경기 템포가 빨라지며 경기 시간이 줄어든 것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느끼는 피로감과 허탈함, 일부 팬들이 지적하는 몰입감 저하는 간과할 수 없다.

결국 12분의 단축은 양날의 검이다. 편의성과 만족도를 높였지만, 승부의 완결성과 야구 특유의 여유로움은 줄어들었다. 승부치기 논의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앞으로 KBO가 어떤 방식으로 균형을 찾아갈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