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영건', KIA 상대 스윕 이끈 '영걸' 되다 [스춘 현장분석]

조성환 감독대행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경기 해나가겠다"

2025-08-18     황혜정 기자
(왼쪽부터) 두산 윤태호, 제환유. (사진=두산 베어스)

[잠실=스포츠춘추]

단군신화 속 곰이 긴 인내 끝에 사람이 되어 나라를 세운 것처럼, 두산 베어스의 젊은 선수들이 그 신화를 그라운드 위에서 되살렸다. 전통의 강호 KIA 타이거즈, 이른바 ‘호랑이 군단’을 상대로 두산의 ‘영건(Young Gun)’들이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3연전 스윕으로 이끌었다.

이번 3연전은 단순한 승리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경험 많은 KIA를 상대로 두산의 패기 넘치는 젊은 선수들이 주눅 들지 않고 거침없는 플레이를 펼친 결과였다. 마치 굴 속에서 고난을 이겨낸 곰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두산의 신예들은 달라진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투수진에서는 신예들의 과감한 피칭이 돋보였고, 타선에서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젊은 타자들의 방망이가 힘을 발휘했다. 노련미와 전통을 자랑하는 호랑이 군단을 상대로, 곰 군단의 ‘영건’들이 ‘영걸(英雄)’로 성장해가는 순간이었다.

그 중심에는 투수 윤태호(22)의 놀라운 데뷔전이 있다. 윤태호는 지난 16일 KIA전에서 3회초 긴급 등판해 4이닝 동안 단 1안타만 허용하고 4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국내 투수가 데뷔전에서 4이닝 이상 무실점을 기록한 것은 KBO리그 통산 22번째, 두산 구단 역사상 세 번째 기록이다. 앞서 장호연(1983), 박노준(1986)이 같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무려 39년 만에 두산에서 이 같은 데뷔전 투수가 탄생한 셈이다. KBO리그 전체로는 삼성의 허윤동(2020) 이후 처음이다.

두산 윤태호가 16일 데뷔전에서 생애 첫 홀드를 올린 뒤 기념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17일에는 두산 투수 제환유(25)가 1군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강타선을 자랑하는 KIA를 상대로 5이닝 1실점으로 잘 막아내며, 팀의 대역전승 발판을 마련했다.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두 젊은 투수들의 투구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윤태호는 정말 아름다운 피칭을 보여줬다”고 말하며, “제환유도 최고의 피칭을 해줬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특히 윤태호의 투구는 상대 팀 이범호 KIA 감독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감독은 17일 인터뷰에서 “전날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진 윤태호처럼, 이날 콜업된 신인 김정엽도 그렇게 던지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주말 3연전의 첫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안재석(23)도 빼놓을 수 없다. 안재석은 시리즈 내내 맹타를 휘두르며 타율 0.454(11타수 5안타)를 기록, 팀의 스윕을 이끌었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으며, 결정적인 순간마다 출루에 성공하며 소중한 득점을 책임졌다.

이번 3연전 스윕은 두산에게 단순한 승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젊은 세대가 팀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시리즈였기 때문이다. 현재 9위에 머물고 있는 두산은 반등의 계기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지만, 이번 시리즈를 통해 ‘미래’는 충분히 밝다는 희망을 얻었다.

안재석의 끝내기 홈런으로 두산이 역전승을 거뒀다(사진=두산)

조성환 감독대행은 “오늘 최선을 다하면서,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경기를 이어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단군신화가 한민족의 시작을 알렸듯, 이번 시리즈는 두산이 젊음과 패기를 앞세워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음을 알린 역사적인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