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전통의 아메리칸리그-내셔널리그 체제 끝? MLB 커미셔너, "32팀 확장-동서부 리그" 구상 공개 [스춘 MLB]

32개 팀 확장 시 동서부 컨퍼런스 구조 검토, 이동거리 단축과 방송 효과 노려

2025-08-19     배지헌 기자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사진=MLB.com)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가 130년 넘게 지켜온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체제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가 리그 확장과 함께 지역 기반의 전면적인 재편성을 시사하며 야구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18일(한국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에서 열린 리틀리그 클래식 중계에서 ESPN과의 인터뷰를 통해 "확장과 재편성은 내 머릿속에서 연결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확장을 하게 되면 지역적으로 재편성할 기회가 생긴다"며 "선수들의 이동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고, 포스트시즌 편성도 ESPN 같은 방송사들에게 더욱 매력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MLB는 1998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탬파베이 레이스가 합류한 이후 27년간 30개 팀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2029년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32개 팀으로의 확장 절차를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해왔다.

확장 후 재편성의 핵심은 지역성이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때로는 보스턴과 애너하임이 맞붙는 오후 10시 경기가 있는데, 재편성되면 서부 해안 두 팀이 경기를 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에게 문제가 되던 10시 타임슬롯이 서부 해안 관중들에게는 진짜 기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사진=MLB.com)

이 같은 구상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MLB는 2020년 코로나19로 단축된 60경기 시즌에서 지역 기반 편성을 실험한 바 있다. 당시 각 팀은 자신이 속한 지구 내 팀, 그리고 다른 리그의 같은 지구 팀들과만 경기를 치렀다. 예를 들어 뉴욕 양키스는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 지구 팀들과 내셔널리그 동부 지구 팀들하고만 맞붙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의 발언을 종합하면, 2020년 방식이 향후 재편성의 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재편성이 현실화되면 MLB도 NBA나 NHL처럼 동부와 서부 컨퍼런스로 나뉠 수 있다. 이는 130년 넘게 이어져온 아메리칼리그와 내셔널리그라는 전통적 구분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변화다. 야구 전통을 중시하는 팬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반발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확장 후보 도시로는 내슈빌과 솔트레이크시티가 가장 유력하다고 USA 투데이가 7월 보도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지난달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 도시는 동부 시간대에, 다른 한 도시는 마운틴 타임이나 태평양 시간대에 있을 것"이라고 암시했다. 그는 또 확장 프랜차이즈 가입비에 대해 "B로 시작하는 숫자가 될 것"이라며 10억 달러(1조4000억원) 이상의 거액을 시사하기도 했다.

포틀랜드 다이아몬드 프로젝트, 빅리그 유타(솔트레이크시티), 뮤직시티 베이스볼(내슈빌), 올랜도 드리머스 등 여러 단체가 확장 프랜차이즈 유치에 나서고 있다. 샬롯, 몬트리올, 샌안토니오도 후보지로 거론된다.

32개 팀 체제가 구축되면 지구 재편성도 불가피하다. NFL처럼 4개 팀씩 8개 지구로 나누거나, NHL처럼 8개 팀씩 4개 지구로 구성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지역성을 우선시할 경우 카디널스-컵스, 다저스-자이언츠 같은 전통적 라이벌 관계가 해체될 수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과거 2018년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도 같은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32개 팀으로 확장해 지역 기반 편성이 이뤄지면 플레이오프 편성에 도움이 되고, 이동거리도 줄이며, 스플릿 시즌 같은 것도 더 쉽게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맨프레드의 발언 중 경기 속도 향상을 위한 룰 변경, 합법적 스포츠 베팅, 스트라이크 존 기술 등 다른 주제들이 모두 실현된 반면, 확장과 재편성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새로운 발언이 현실화된다면, 베이브 루스 시대부터 이어져온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의 구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