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km 던지는 예능 출연 비선출 투수가 최대어? 프로 꿈꾸는 19명 도전한 KBO 트라이아웃 [스춘 이슈]

탬파베이 출신 신우열, 연세대 감독 아들 조재우 등 눈길

2025-08-19     배지헌 기자
탬파베이 마이너리그 팀에서 활약한 신우열(사진=신우열 SNS)

 

[스포츠춘추]

최고구속 148km를 던지는 비선출 투수, 탬파베이 레이스 출신 메이저리그 유턴파, 아마야구 감독의 2세가 KBO리그 트라이아웃에 도전장을 던졌다. 

18일 고양 국가대표 야구 훈련장에서 열린 2026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이 마무리됐다. 19명의 선수가 참가한 이번 트라이아웃에선 투수 8명, 야수 11명이 타격, 수비, 주루, 투구 테스트 순으로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의 평가를 받았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린 197cm 장신 투수 선성권이었다. 선성권은 초등학교 시절 10개월간 리틀야구를 한 것 외엔 중고교와 대학에서 엘리트 선수로 활약한 경력이 전무한 '비선출'이다.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 소속으로 활동하다 이번에 프로 도전장을 냈다. 

선성권은 이날 최고 시속 148km를 기록하며 참가자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졌다. A구단 스카우트는 "전체적으로 괜찮은 선수가 많지 않았던 오늘 트라이아웃에서 가장 눈에 띈 선수였다"며 "빠른 공을 던지면서 어느정도 스트라이크 던지는 능력도 갖추고 있더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지적됐다. B구단 스카우트는 "큰 키에 비해 팔 스윙이 약간 낮은 편이다. 높은 타점을 살리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그대로 140km 후반대 구속은 매력적이다"며 "과거 LG에서 뛰었던 한선태 정도는 될 수 있겠다 싶다"고 평가했다.

C구단 스카우트는 "나이가 27살로 많은 편이고 비선출이라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미 군복무를 마친 선수다. 제구도 크게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껏 트라이아웃을 통해 프로 유니폼을 입은 비선출로는 한선태(2018년 LG), 김서진(2022년 롯데)이 있었다.

탬파베이 레이스 출신 외야수 신우열도 큰 관심을 받았다. 배재고 시절 4할 타율을 기록하는 등 뛰어난 타격 재능을 보여줬지만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2023년 MLB 드래프트 16라운드에서 지명됐고,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2년간 뛰었다.

올해 싱글A 49경기에서 3홈런을 기록한 신우열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A구단 스카우트는 "확실히 힘이 있는 선수다. 이날 트라이아웃 배팅에서는 좋은 타구를 날리지 못했지만 신체조건이나 스윙으로 볼 때 파워가 뛰어난 선수인 것은 분명하다. 구단에 따라 평가가 갈릴 것 같은데, 우리는 좋게 봤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C구단 스카우트도 "파워 하나는 살벌한 선수다. 최근 외야수 중에 이 정도의 파워를 보여주는 선수가 많지 않다"며 신우열의 장점을 인정했다.

반면 B구단 스카우트는 "기대를 많이 했는데 오늘은 아쉬웠다. 고양 야구장이 작은 편인데, 펜스를 넘어가는 타구가 하나밖에 안 나왔다"며 "그렇다고 발이 빠르거나 수비가 좋은 타입이 아니라서 파워라는 자기 장점을 보여줘야 하는데 오늘은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완투수로 부상 전까지 153km 강속구를 던진 조재우(사진=조재우 SNS)

연세대 조성현 감독의 아들인 투수 조재우는 지난 3월 받은 팔꿈치 수술로 이날 실제 투구를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IMG 아카데미와 미국 대학야구를 거치며 성장한 그는 부상 전 최고 153km/h의 빠른 공과 높은 완성도의 슬라이더, 커브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술 때문에 미국대학야구 스케줄(1~5월) 상 미국에서는 2027년에야 실전에 나설 수 있어 한국 프로에 도전하게 됐다.

A구단 스카우트는 "던지는 걸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동영상을 통해 봤는데 그것만 갖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일단 갖고 있는 능력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재활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있는 선택일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B구단 스카우트도 "트라이아웃에서는 참가는 안 하고 와서 인사만 하고 자리를 지켰다. 영상으로 봤을 때는 좋아 보였다. 신체조건도 좋고, 투구폼도 안정감이 있더라. 최고구속 95마일(153km)까지도 던졌다고 하는데 보통은 90마일(145km) 정도더라"면서 "다만 부상 이전 영상이라 판단 근거로는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C구단 스카우트는 "아직 미국 대학 재학 중인 선수라서 드래프트 참가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규정상으로는 중퇴자나 졸업한 경우에만 참가할 수 있게 돼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일단 참가는 하게 해주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지명하는 팀이 나올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트라이아웃 참가자들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는 '아쉽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A구단 스카우트는 "전체적으로 최근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수준이 점점 하향화되는 추세다. 올해도 아주 눈에 띄는 대어급 선수는 보이지 않았다"며 "육성선수로 뽑히는 선수가 2, 3명 정도 나올 수는 있을 것 같다. 구단의 판단에 따라서는 하위 라운드 지명 선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평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좀 더 냉정했다. "드래프트에서 정식 지명할 정도의 선수는 없었다고 본다. 다만 구단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으니 100% 단언은 못 한다. 육성선수라면 3명 정도는 입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트라이아웃에는 16명이 참가했으나 신인드래프트에서 단 한 명도 지명받지 못했다. 이준우(키움), 김경묵(KIA) 정도만 육성 선수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을 뿐이다. 2013년 시작된 KBO 트라이아웃의 지명률이 해를 거듭하며 낮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있다. C구단 스카우트는 "최근 메이저리그 팀에서 방출당한 선수들이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는 내년, 내후년은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9월 17일 열리는 신인드래프트에서 이번 트라이아웃 참가자들의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