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는 눈속임, 아래는 결정타...'우승 청부사' LG 톨허스트, 교과서 피칭의 정수 [스춘 현장분석]

낙차 큰 포크볼, 결정구로 위력적

2025-08-20     황혜정 기자
LG 외국인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 (사진=LG)

[잠실=스포츠춘추]

LG 트윈스 '우승 청부사'인 외국인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26)의 투구는 마치 교과서 속 한 장면처럼 정석적이다.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 그는 6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아내며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눈으로는 하이패스트볼을 따라가게 만들고, 몸은 뚝 떨어지는 포크볼에 속게 한다. 전형적인 위·아래 패턴을 활용한 완급 조절이다.

1회초, 롯데 선두타자 한태양을 상대한 첫 장면부터 인상적이었다. 포심 패스트볼을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쳐 던진 뒤, 커브로 타자의 몸쪽 높은 코스를 찔렀다. 이어 포심을 다시 높은 위치로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고, 마지막으로는 낮은 바깥쪽으로 스트라이크를 찔러 타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단순한 공 배합이 아니라, 타자의 시야와 타이밍을 교란시키는 정교한 계산이 담겨 있었다.

19일 롯데전에서 1회초 선두타자 한태양을 상대할 때 투구 위치. (사진=네이버 문자 중계 캡처)

5회초에도 다시 만난 한태양을 상대로 같은 방식의 패턴이 반복됐다. 첫 공은 몸쪽 하이패스트볼, 이어지는 커터는 낮은 코스, 세 번째 공은 바깥쪽 상단 커터였고, 마지막은 존 바깥 하단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이었다. 타자는 결국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다.

이런 조합은 다른 타자에게도 똑같이 통했다. 2회초 2사 후 황성빈을 상대할 때도 첫 두 공은 스트라이크존 아래로 낮게 깔았고, 세 번째 공은 한가운데로, 마지막은 다시 하이패스트볼로 삼진을 이끌어냈다. 구속뿐만 아니라 높낮이를 섬세하게 조절하면서 타자의 반응을 유도했다.

사실 이와 같은 투구 패턴은 이미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12일 KT 위즈전에서부터 드러났다. 당시 2회말 KT 장성우를 상대로 톨허스트는 단 세 개의 공으로 삼진을 이끌어냈다. 연속해서 낮은 바깥쪽 포심으로 카운트를 잡은 후, 마지막 공은 몸쪽 높은 포심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톨허스트의 12일 KT전 장성우 상대 2회말 투구 위치. (사진=네이버 문자 중계 캡처)

KT 이강철 감독은 “톨허스트는 투구 템포가 빨라 타자가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톨허스트는 스트라이크존을 폭넓게 활용하면서도 공 사이사이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며 타자들의 예측을 무력화시켰다. 단순히 좋은 구종만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운영 전체를 지배하는 스타일이다.

19일 롯데와의 경기 후 톨허스트는 “오늘 경기는 타자들을 공격적으로 압도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수비를 믿고 던졌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포수 박동원의 리드에 대해 “그의 볼배합 사인이 큰 도움이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완벽한 제구는 아니었지만, 결정구로 사용된 포크볼과 포심 패스트볼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들어갔다. 그는 “완전한 제구는 아니었지만, 중요한 순간에 포크볼로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 있었고, 포심도 원하는 곳에 잘 들어갔다. 커터도 중요한 카운트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톨허스트는 단순한 파워 피처가 아니다. 구종의 조합, 템포의 활용, 스트라이크존의 활용까지. 모든 것이 계산된 피칭을 실현하며 LG의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을 스스로 입증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