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판독신청 안 해야 할 때가 있다"…체크스윙 비디오판독, 득점무효-주자 재배치가 변수 [스춘 FOCUS]
"득점 상황에서 괜히 판독 했다가 뒤로 갈 수도...상황 잘 보면서 신청해야"
[스포츠춘추=수원]
프로야구에 체크스윙 비디오판독이란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그동안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체크스윙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 제도 뒤엔 감독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복잡한 상황들이 도사리고 있다.
KBO는 19일부터 체크스윙 비디오판독을 전면 도입했다. 팀당 2회의 기회가 주어지고, 판정 번복에 성공하면 기회를 유지한다. 연장전에서는 1회가 추가된다. 퓨처스리그에서 적용해온 기준을 그대로 사용해 배트 끝 각도가 타자석 기준 90도를 초과하면 스윙, 90도 이하면 노스윙으로 판정한다. KBO 전용 카메라 2대가 설치된 구장에서만 시행되며, 중계 카메라가 아닌 전용 영상으로만 판독한다.
문제는 판정이 뒤바뀔 때 벌어지는 복잡한 상황들이다. KBO가 마련한 원칙에 따르면 판정이 번복되면 해당 타석에서 벌어진 모든 플레이를 원점으로 되돌린다. 주자 재배치가 필요한 경우엔 심판 팀장이 판독센터의 조언을 받아 최종 결정한다.
이강철 KT 감독은 1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전을 앞두고 "체크스윙 비디오 판독으로 판정이 번복될 경우 그동안 이루어진 모든 플레이가 이전으로 원복된다"며 "이 점이 변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득점을 올렸는데 괜히 요청을 했다가 번복되면 다시 뒤로 가야 하지 않나. 그런 부분도 잘 생각하면서 요청을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상황에 따라서 알면서도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지 않는 경우도 생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숭용 SSG 감독도 신중함을 강조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을까 싶다"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는 상황과 타이밍이 정말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양 팀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이라는 심판진의 설명을 들었다"며 "심판들이 우리보다도 더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겠나. 그런 결론을 냈으니 따라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들은 다양하다. 런앤히트를 시도하려던 상황에서 타자가 체크스윙을 했지만 노스윙으로 판정됐는데, 그 사이 도루에 성공하고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면? 이후 체크스윙 판독으로 스윙 판정이 나면서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낫아웃 상황도 흥미롭다. 포수가 완전히 포구하지 못한 투구가 볼로 판정됐을 때 타자는 1루로 뛸 수 있지만, 체크스윙 판독 요청 후 스윙으로 번복되면 별도의 태그나 송구 없이도 타자는 무조건 아웃으로 처리된다. 판독 요청을 안 하는 편이 나은 상황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첫날은 비교적 조용했다. 이날 5개 구장 가운데 KT와 SSG의 경기에서만 한 차례 체크스윙 판독이 나왔다. 8회초 2사 1, 2루 SSG 오태곤 타석. 볼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오태곤이 KT 투수 손동현의 포크볼에 배트를 내다가 멈췄다. 주심이 노스윙을 선언하자 이강철 감독이 체크스윙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결과는 노스윙 판정 유지였다.
하지만 시즌이 깊어질수록 체크스윙 비디오판독 사례가 늘어나고 다양한 상황들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경기일수록, 긴박한 순간일수록 새 제도가 가져올 변수는 더 클 것이다. 감독들은 벌써부터 복잡한 계산을 시작했다. 알면서도 하지 말아야 할 때와 해야만 할 때를 구분하는 것, 그것이 새로운 숙제가 됐다. 이강철 감독은 쓴웃음을 지으며 "야구가 어려워진다. 공부해야 할 게 계속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