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9구 승부+천금 적시타' SSG 천적 잡은 '저격수' 고명준 "고영표 선배 공 잘 쳤던 기억...자신있었다" [스춘 히어로]
13일 만에 1군에 복귀해 2안타 1타점 맹활약, 팀도 7대 1 완승
[스포츠춘추=수원]
긴 슬럼프의 터널을 빠져나온 SSG 랜더스 고명준이 화려한 1군 복귀전을 펼쳤다.
고명준은 2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에 6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 3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 맹활약으로 팀의 7대 1 승리를 이끌었다. 이달 초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가 1군에 돌아오자마자 방망이가 폭발했다. SSG는 이날 승리로 수원 원정을 2승 1패 위닝시리즈로 마감하며 57승 4무 53패(승률 0.518)를 기록, 단독 3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고명준의 이번 시즌은 전반기와 후반기가 극명하게 갈렸다. 전반기 타율 0.288(302타수 87안타)에 7홈런 39타점, OPS 0.743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후반기 들어 타율 0.151(53타수 8안타)에 2홈런 5타점, OPS 0.467로 급격한 부진에 빠졌다. 특히 8월 경기에서는 16타수에서 안타나 볼넷 하나도 얻지 못하는 침체 끝에 8월 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8월 이후 타격부진을 겪은 고명준에게 SSG는 2군에서 재정비할 시간을 부여했다. 퓨처스리그 4경기에 출전한 고명준은 타율 0.357(14타수 5안타)에 1홈런 4타점, 장타율 0.643을 기록하며 타격감과 자신감을 서서히 찾아갔다. 전날 열린 고양 히어로즈전에서 3타수 2안타 1홈런으로 폭발한 뒤 바로 이날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고명준의 복귀 상대는 SSG의 천적 고영표. 고영표는 통산 SSG전에서 17선발 12승 3패, 평균자책 2.07을 기록한 대표적인 SSG 킬러다. 올시즌에도 2경기 선발등판해 12이닝 3실점(2자책)으로 2승을 거뒀다. 이숭용 감독은 이런 고영표를 상대로 통산 타율이 0.400(10타수 4안타)인 고명준을 투입해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고명준은 첫 타석부터 제몫을 해냈다. 2회초 1사 후 타석에 나와서 고영표와 9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다. 파울 6개를 걷어내며 끈질긴 승부를 벌인 끝에 9구째에 삼진을 당했지만, 고영표가 많은 공을 던지게 하면서 내용 있는 타석을 만들었다. 이미 1회 에레디아를 상대로 12구 승부를 펼친 고영표는 2회까지 44구를 던지면서 초반부터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고영표 저격수' 고명준의 진가는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발휘됐다. 1사 후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우전안타로 출루하고 한유섬도 우전안타로 연결한 상황에서 고명준이 좌중간 적시타로 1대 0 선취점을 뽑아냈다. 이어진 최지훈의 2루 땅볼 때 3루 주자 한유섬이 홈인해 SSG가 2대 0으로 리드를 잡았다.
7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를 추가했다. 선두타자로 나온 고명준은 바뀐 투수 이상동을 상대로 2구째 149km/h 빠른 공을 잘 받아쳐 좌중간 펜스까지 굴러가는 2루타를 기록했다. 이어진 최지훈의 희생번트로 3루까지 진루했지만, 김성욱의 얕은 중견수 쪽 타구를 KT 중견수 앤드류 스티븐슨이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내 홈은 밟지 못했다.
8회에는 프로 데뷔 후 첫 고의볼넷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4대 0으로 앞선 2사 2, 3루에서 등장한 고명준은 주권으로부터 자동고의볼넷을 얻어 1루를 밟았다. 후속타자 최지훈의 적시타로 1점을 추가한 SSG는 5대 0까지 리드를 늘렸다. 9회에는 최정의 2타점 적시타가 추가, 7대 1 완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고명준은 이날 총 4타석에 나서 3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7월 29일 키움전 이후 7경기 22타수 무안타 행진을 끝내고, 8월 첫 안타와 함께 첫 멀티히트 경기를 펼쳤다. 시즌 타율도 0.271로 끌어올리며 후반기 극심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는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고명준은 "팀이 한창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데 보탬이 된 것 같아서 기분 좋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 어떤 각오로 임했느냐는 질문엔 "2군에서 준비했던 것들을 1군에서 해보고 싶었다. 또 고영표 선배 상대로 잘 쳤던 기억이 있고, KT 전에서 잘 친 기억들이 많아서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고영표 상대로 유독 강한 비결이 있을까. 고명준은 "오늘 고영표 선배 공이 좋았다. 생각보다도 공에 더 힘이 있었다"는 너스레와 함께 "내 스윙과 고영표 선배의 공이 잘 맞는 것 같다. 투수와 타자에 따라 잘 맞는 경우가 있지 않나. 나도 다른 사이드암 투수 상대로는 그렇지 않은데, 고영표 선배 공은 잘 맞는다"고 말했다.
퓨처스리그에 내려가면서 "내가 못해서 내려가는 거니까, 다시 올라올 수 있게 준비 잘 하자"고 다짐했다는 고명준은 "한 번 (2군에) 내려갔다 왔으니까, 내려갈 때 그 마음을 잊지 않겠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 나를 믿고 써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