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기용, 계산된 성장...LG의 '1라운드 신인' 김영우 육성 프로젝트 [스춘 FOCUS]
등판 타이밍도, 교체 시점도 전략
[잠실=스포츠춘추]
최고의 투수를 만들기 위해 허투루 하는 것이 없다. 마운드에 올라가는 순간부터 내려오는 장면까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얻는 자신감과 실망, 모든 것을 철저히 계산하며 육성 중인 투수가 있다. LG 트윈스가 2025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0순위로 뽑은 신인 투수 김영우(20)다.
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 8회초, LG가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김영우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선두타자 빅터 레이예스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유강남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어 대타 노진혁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하지만 김영우는 2사 2루 상황에서 마무리 유영찬과 교체됐다. 결과적으로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지만, 그 교체에는 철저한 계산이 숨어 있었다.
경기 다음날인 21일, 염경엽 LG 감독은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았지만, 주자가 도루로 2루에 가면서 동점이 될 확률이 높아졌다”며 “그래서 마무리 투수를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영우의 투구 내용이 나빴던 건 아니다. 다만, 앞으로 더 중요한 순간에 기용하려면 성공 경험을 하나하나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서 2사 2루에서 교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염 감독은 만약 주자가 도루를 하지 않고 1루에 그대로 있었더라면, 김영우에게 8회를 끝까지 맡겼을 것이라고도 했다. “2사 1루 상황이었다면 그대로 던지게 했을 것이다. 그게 본인에게 큰 자신감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엔 득점권 상황이었기에 교체가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김영우의 등판은 단순한 경기 출장이 아니라, ‘성공의 경험’을 쌓기 위한 치밀한 계획의 일환이다. 염 감독은 “투수 파트와 함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기회를 아예 주지 않거나 과도하게 기용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적절한 타이밍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김영우는 아직 성장 중인 투수다. 염 감독은 그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보완할 점도 함께 언급했다. “150km 후반대의 빠른 포심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는 투수다. 이런 유형의 투수는 결국 팀의 핵심 불펜 자원으로 성장하게 돼 있다. 국가대표까지 할 수 있는 재목”이라며 “하지만 아직은 근력이 부족하다. 2이닝을 던지면 구속이 떨어진다. 앞으로 2~3년은 체력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LG는 지금, 한 명의 신인을 단순한 전력 보강 그 이상으로 키우고 있다. 팀의 미래를 10년 넘게 책임질 수 있는 투수 에이스로 성장시키기 위한 준비는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