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보직은 선발투수" 로버츠 감독이 선 긋긴 했지만...가을야구 불펜 오타니 볼 수 있나 [스춘 MLB]

가을야구 가면 불펜 오타니? 현재로선 현실성 떨어지는 시나리오

2025-08-22     배지헌 기자
라이브 피칭을 소화한 오타니(사진=LA 다저스 SNS)

 

[스포츠춘추]

LA 다저스에서 오타니 쇼헤이의 불펜 등판론이 나왔다. 마크 프라이어 투수코치가 화두를 던졌고,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맞장구를 쳤다.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그런데 정말 가능한 일일까.

프라이어 코치의 발언은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타니가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으로 나올 시나리오가 있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답했다. 물론 나중에 보완 설명을 했지만, 일단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는 점은 분명하다.

202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전이 떠오른다. 오타니는 그때 지명타자로 경기를 시작했다가 9회 마무리투수로 등판했다. 상대는 전 LA 에인절스 동료 마이크 트라웃이었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스위퍼 삼진으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으며 일본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야구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그렇다면 포스트시즌에서도 이런 장면을 볼 수 있을까? 다저스의 우승이 걸린 월드시리즈에서 마지막 아웃을 잡는 마무리 오타니 말이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문제는 MLB의 '오타니 특별 규정'이다. 이 규정은 오타니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역설적으로 오타니를 제약하기도 한다. 선발투수로 나온 오타니는 투수 역할을 마쳐도 지명타자로 경기를 계속할 수 있다. 하지만 지명타자로 시작해서 중간에 투수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투수 역할을 마치는 순간 경기에서 완전히 빠져야 한다.

이런 규정 때문에 오타니의 불펜 등판은 현실적으로 경기 막판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경기를 끝내는 마지막 아웃을 잡는 역할이라면 타석을 포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WBC에서처럼 말이다.

선발투수와 불펜투수는 준비 방식부터 다르다. 선발은 며칠 전부터 몸을 만들고, 불펜은 언제든 투입될 수 있게 대기한다. 오타니가 과연 이런 역할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까?

오타니가 2018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불펜으로 나선 것은 WBC 한 번이 전부다. 그마저도 국가대표팀에서 특별한 상황이었다. 로버츠 감독도 "일주일로는 부족하다"며 충분한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투수 오타니(사진=MLB.com 중계화면)

다저스는 일단 오타니를 선발투수로 쓸 계획이고, 그 과정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 오타니는 두 번째 팔꿈치 수술에서 복귀한 뒤 10경기에서 평균자책 4.61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2경기에서 8.1이닝 동안 9실점을 하며 평균자책이 대폭 올랐지만, 이는 예상된 과정의 일부다.

3~4이닝을 던질 때까지는 안정적이었는데, 5이닝으로 이닝을 늘린 최근 2경기에서 대량실점을 기록했다. 수술 후 체력과 스태미나를 단계적으로 늘려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다저스도 이런 부침을 예상하고 있었다.

로버츠 감독의 말이 팀의 방향을 명확히 한다. "현재 그를 선발투수로 보고 있다. 5~6이닝을 책임져주는 것이 팀에게 가장 도움이 된다." 최근 부진에도 불구하고 선발 복귀 계획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다.

프라이어 코치는 "팀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오타니는 어떤 역할이든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타니의 승부욕과 희생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오타니의 불펜 등판은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경기 막판, 그것도 마지막 아웃을 잡는 상황에서만 말이다. 규정상의 제약도 있고, 선발투수와 불펜투수의 역할 차이도 크다. 무엇보다 현재 오타니는 선발 복귀 과정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다저스의 오타니 불펜론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메시지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적당해 보인다. 당장 현실이 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현재로선 오타니의 가을야구 보직은 선발투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월드시리즈 7차전, 모든 것이 걸린 9회 위기 상황이 온다면 어떨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