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천 시절 생각나네...에이스 카드 실패+조급한 공격+클러치 에러→롯데 12연패로 5위 추락 [스춘 리뷰]

NC전 이틀 연속 실책으로 역전패, 3위에서 공동 5위로 추락

2025-08-23     배지헌 기자
알렉 감보아도 연패를 끊지 못했다(사진=롯데)

 

[스포츠춘추]

이기는 법을 잊어버린 팀의 모습이 이토록 처참할 줄이야. 롯데 자이언츠가 외국인 에이스 카드까지 꺼냈지만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연패의 무게가 선수들의 어깨를 짓누르면서 조급함이 조급함을 낳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롯데는 2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에서 NC 다이노스에 1대 4로 역전패하며 12연패 깊은 늪에 빠져들었다. 지난 7일 부산 KIA전부터 시작된 연패 행진이 14경기째 계속되고 있다. 2무승부를 포함한 최근 14경기에서 단 한 번도 승리를 맛보지 못한 채 58승 5무 57패를 기록했다. 이는 백인천 감독 시절인 2003년 7월 8일 수원 현대전부터 8월 3일 잠실 LG전까지 15연패를 당한 이후 22년 만에 가장 긴 연패다.

순위마저 4위에서 KT 위즈와 공동 5위로 추락했다. 반면 승리한 NC는 54승 6무 53패로 단독 4위에 올라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롯데에게는 희망이 있어 보였다. 시즌 7승 4패, 평균자책 2.38을 기록 중인 외국인 에이스 알렉 감보아가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는 시즌 1승 3패, 평균자책 7.07의 김녹원. 누가 봐도 롯데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매치업이었다.

하지만 연패의 무게는 에이스마저 짓눌렀다. 감보아는 4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텼지만 5회말 결정적 순간에서 흔들렸다. 5이닝 6피안타 4볼넷 4실점(3자책)으로 무너지며 시즌 5패째를 당했고, 평균자책도 2.56으로 올랐다. 반면 NC 선발 김녹원은 5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2승째를 따내며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더 답답한 건 타선이었다. 7안타 5볼넷으로 12번의 출루 기회를 만들었지만 고작 1점만 뽑아냈다. 연패 팀 특유의 조급함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2회초 무사 1, 3루 절호의 찬스에서 손호영이 2-1 카운트에서 바깥쪽 높은 볼까지 억지로 건드렸다. 기다릴 법한 공이었지만 마음이 급했다. 이호준도 3-1 유리한 카운트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성급하게 승부를 걸다가 화를 자초했다. 장두성이 볼넷으로 만루를 만들었지만 황성빈의 타구가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득점 없이 공격이 마감됐다.

3회초에도 박찬형의 2루타로 또 다른 찬스가 왔다. 하지만 고승민이 2구째에 성급하게 타격하다 아웃당했고, 빅터 레이예스도 초구부터 덤벼들다 범타로 물러났다. 유강남 타석에선 체크스윙 비디오판독까지 시도했지만 헛스윙 삼진으로 허무하게 기회를 날렸다.

간신히 4회초 이호준의 적시 2루타로 1대 0 선취점을 올렸지만, 1사 2, 3루에서 추가점을 만들지 못했다. 황성빈의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박찬형의 타구는 높이 떠올라 파울 지역으로 향했다. 21일 경기에서 6대 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전날도 3대 0으로 앞서다가 역전당한 롯데에게 1대 0 리드는 불안하기만 했다.

2안타 2볼넷을 기록한 노진혁(사진=롯데)

불안감은 5회말 현실이 됐다. 감보아는 선두타자 9번 천재환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어 1번 김주원에게 0-2 유리한 카운트에서 안타를 맞았고, 권희동을 또 볼넷으로 내보내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박건우의 우전 적시타로 1대 1 동점이 된 순간, 클러치 에러가 나왔다. 최정원의 빗맞은 땅볼이 1루수 노진혁 앞으로 향했다. 홈으로 던지기엔 이미 늦은 상황에서 1루를 선택한 노진혁의 공이 빗나가면서 악송구가 됐다. 3루 주자 박건우에 2루 주자 권희동까지 연달아 홈을 밟으며 1대 3 역전을 허용했다. 김휘집의 적시타까지 더해져 1대 4로 벌어지자 덕아웃 분위기는 완전히 가라앉았다.

8회초 롯데는 노진혁의 2루타와 대타 나승엽의 볼넷으로 1사 1, 2루 찬스를 만들었다. 따라붙을 찬스였지만 해결사는 나오지 않았다. 대타 정훈이 좌익수 뜬공, 장두성이 투수 땅볼로 순식간에 기회가 사라졌다. 9회초에도 2사 1, 2루에서 유강남의 중견수 뜬공으로 무기력하게 경기를 마감했다.

롯데는 노진혁이 유일한 멀티히트(2안타)에 2볼넷으로 100% 출루율을 기록했지만, 5회 결정적 실책으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반면 NC는 김휘집이 멀티히트 1타점을 올렸고, 박건우와 최정원도 타점 하나씩을 기록하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한때 단독 3위까지 치솟으며 LG와 한화를 위협했던 롯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지금의 롯데는 에이스를 내세워도 지고, 찬스를 잡아도 살리지 못하고, 중요한 순간엔 실책으로 자멸하는 전형적인 연패 팀의 모습이다.

연패가 길어지면서 조급함이 조급함을 낳고, 실수가 실수를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 에이스마저 무너진 가운데 이대로라면 5할 승률은 물론 5강 진입마저 위험한 상황이다. 백인천 시절 최다연패 기록마저 위태로운 지금, 롯데는 과연 이 길고 어두운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