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이 5이닝도 못 버티는 시대, 구원투수들을 위한 상이 생겼다...MLB, 2026년부터 '올해의 구원투수상' 신설 [스춘 MLB]

아메리칸리그-내셔널리그 각각 선정..."구원투수들 제대로 평가받아야"

2025-08-24     배지헌 기자
전설의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사진=뉴욕 양키스 SNS)

 

[스포츠춘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구원투수들만을 위한 개인상이 신설된다. 야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는데 MVP, 사이영상을 받기는 어려운 구원투수들을 위한 상이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에 각각 '올해의 구원투수상'을 신설하기로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고 24일(한국시간) 밝혔다. 이는 1983년 '올해의 감독상' 제정 이후 43년 만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BBWAA 주관 시상이다.

BBWAA는 "시즌이 후반에 접어든 관계로 올해부터 시행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2026년부터 시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주간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으며, 금요일 투표를 마감한 뒤 토요일 회원들에게 결과를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MLB 네트워크에 따르면 현재 시상식 날짜 조율과 각 지역 지부장들의 투표자 선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새로 신설된 구원투수상은 기존 최우수선수(MVP), 사이영상, 신인왕, 올해의 감독상에 이어 BBWAA가 연례 시상하는 다섯 번째 상이 된다.

이번 상 신설의 배경에는 현대 야구의 변화상이 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스티브 버만 기자는 "1956년 BBWAA가 사이영상을 제정한 것은 투수들이 MVP 투표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며 "이제 그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구원투수들은 현대 야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존 시상 체계에서는 소외되어 왔다. MVP는 대부분 타자들이, 사이영상은 선발투수들이 독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수) 등 전통적인 가치 평가 체계에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이닝을 던지는 구원투수들은 선발투수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현대 야구에서 불펜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선발투수가 완투하는 경우는 드물어졌고, 5이닝도 못 버티는 선발이 대부분. 이에 경기의 상당 부분을 구원투수들이 책임지게 됐다. 마무리 투수뿐만 아니라 셋업맨, 중간계투 등 역할이 세분화되면서 각자의 전문성도 더욱 중요해졌다.

한 시대를 풍미한 마무리 크레이그 킴브렐(사진=MLB.com)

메이저리그에는 이미 구원투수를 위한 상이 존재한다. 아메리칸리그의 마리아노 리베라상과 내셔널리그의 트레버 호프만상으로, 은퇴한 마무리 투수들로 구성된 패널이 투표를 통해 선정한다. MLB는 이번 BBWAA 구원투수상과 별개로 이 상들을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BBWAA는 투표 과정에서 회원들에게 기존 상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메이저리그 전체 최고의 구원투수 한 명만 선정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존 네 개 주요 상과의 일관성을 유지해 양대 리그에서 각각 한 명씩 선정하는 쪽으로 결정됐다.

첫 번째 투표는 2026년 9월에 실시되며, 첫 올해의 구원투수상 트로피는 같은 해 11월에 수여될 예정이다. 시상식은 MVP, 사이영상, 신인왕, 올해의 감독상과 함께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