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타석 소화한 신인 포수와 670억원 대형 계약 맺은 볼티모어...돈 좀 쓰랄 때는 안 쓰더니 뜬금포 계약? [스춘 MLB]
59승 69패 부진 중 뜬금없는 초대형 계약...볼티모어 구단의 의도는?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 데뷔 일주일, 단 16타석. 사무엘 바살로가 볼티모어 오리올스 유니폼을 입고 기록한 전부다. 그런데 이 21세 신인이 8년 6700만 달러(938억원)라는 신인 포수 역대 최고 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2034년 클럽 옵션까지 포함하면 최대 8850만 달러까지 불어날 수 있는 초대형 딜이다.
타이밍이 묘하다. 볼티모어는 현재 59승 69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꼴찌에서 허덕이고 있다.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팬들의 기대를 높였던 팀이 올해 들어 완전히 무너진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터진 거액 계약 소식이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구단주는 "모든 사람이 실망하고 있다"며 팀 성적 부진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은 매우 중요한 상징적 첫 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정작 팬들이 원했던 것은 다른 계약이었다. 거너 헨더슨, 애들리 러치먼 같은 검증된 핵심 선수들과의 장기계약 말이다.
볼티모어는 최근 2시즌 연속 약 4000만 달러씩 연봉을 늘렸다. 그럼에도 정작 팬들이 기대했던 스타 플레이어들과는 장기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2019년 전체 1순위로 지명받은 러치먼은 신인왕 후보에 오르고 올스타에 선정됐지만 아직 장기계약 소식은 없다. 헨더슨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상황에서 딱 16타석 출전한 신인과 먼저 계약을 맺었다. 게다가 바살로는 러치먼과 같은 포수다. 마이크 일라이어스 단장은 "여러 훌륭한 포수가 있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1루와 지명타자에도 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6700만 달러 짜리 포수를 백업으로 쓸 팀은 없다. 러치먼에게는 묘한 암시를 줄 수 있는 계약인 셈이다.
바살로의 장래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MLB 파이프라인 8위 유망주이긴 하지만, 포수로서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유망주 평가 전문가 키스 로는 "바살로의 포수 수비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미래의 30홈런 1루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포수로 뽑았지만 결국 1루수로 전향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마이너리그 성적은 인상적이다. 5년간 401경기에서 타율 0.283, 73홈런을 기록했다. 올 시즌 트리플A에서도 76경기 44볼넷으로 향상된 선구안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6700만 달러를 정당화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볼티모어로서는 2012년 아담 존스와 6년 8550만 달러 계약을 맺은 이후 13년 만의 신인 장기계약이다. 그만큼 유망주 장기계약에 신중했던 팀이 갑자기 방향을 바꾼 셈이다. 올해 보스턴이 로만 앤서니, 크리스찬 캠벨과 맺은 조기 장기계약 트렌드를 벤치마킹한 것일 수도 있다.
바살로 본인은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인생을 바꿀 돈이고, 하나님이 우리 가족에게 주신 큰 축복"이라며 "지금은 야구에 집중하고 팀 승리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루벤스타인 구단주는 "이와 같은 다른 계약들도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정작 팬들은 순서가 바뀌었다고 생각할 법하다. 16타석 신인보다는 이미 검증된 선수들과 먼저 계약하는 게 순리 아니었을까. 아니면 지난 오프시즌 전력강화에 좀 더 투자했다면 올 시즌 팀의 처지도 다르지 않았을까.
리빌딩을 완성하고 우승에 도전할 줄 알았던 팀이 올 시즌 크게 추락한 뒤 예상외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볼티모어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베팅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바살로가 앞으로 보여줄 경기력에 달려 있다. 볼티모어 구단이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 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