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이인 데이비슨 홈런치고 투수 등판한 날 롯데 12연패 탈출...데이비슨의 저주 이제 끝? [스춘 리뷰]

벨라스케즈 첫승에 타선 16안타 폭발...8월 6일 이후 16일 만의 승리

2025-08-24     배지헌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12연패의 기나긴 수렁에서 마침내 벗어났다. 홈런을 친 빅터 레이예스(사진=롯데)

 

[스포츠춘추]

롯데 자이언츠가 12연패의 기나긴 수렁에서 마침내 벗어났다. 5회가 끝나기도 전에 10점차 이상 크게 앞서가면서 이미 연패 탈출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상대팀 타자 '데이비슨'의 마운드 등판은 롯데가 퇴출한 투수 데이비슨의 저주가 끝나는 날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피날레였다.

롯데는 2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전에서 17대 5로 대승을 거뒀다. 오랜만의 완승으로 최근 12연패와 14경기 연속 무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고 8월 6일 KIA전 이후 16일 만에 승리를 맛봤다.

이날 롯데는 외국인 투수 빈스 벨라스케즈를 선발로 내세워 연패 탈출을 노렸다. 벨라스케즈 영입을 위해 퇴출한 10승 투수 터커 데이비슨 퇴출 이후 팀이 연패에 빠지면서 팬들 사이에선 '데이비슨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왔던 터였다. 데뷔 2경기 연속 부진으로 실망을 안긴 벨라스케즈로선 이날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마침 선발 매치업도 롯데에게 유리했다. NC가 원래 이날 등판 순서였던 외국인 에이스 라일리 톰슨 등판을 다음 주로 미루고 4년차 영건 이준혁을 대신 선발로 내세운 것이다. 이준혁은 올 시즌 선발로 2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 7.53에 그친, 아직 1군 주력과는 거리가 있는 투수였다. 물론 전날 김녹원 상대로 5이닝 1득점으로 꽁꽁 묶였던 롯데 분위기인 만큼 완전히 안심하긴 일렀다. 

괜히 바꿨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게 하는 빈스 벨라스케즈(사진=롯데)

출발은 다소 불안했다. 1회초 박찬형의 2루타와 노진혁의 볼넷으로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지만, 고승민이 번트에 실패했다. 강공으로 전환했지만 투수 앞 땅볼에 그쳤고 이때 2루 주자가 3루에서 포스아웃당했다. 연패 기간 수많은 찬스를 날린 장면이 오버랩되는 순간, 빅터 레이예스가 해결사로 나섰다. 이준혁의 2구째를 기술적으로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을 작렬시키며 3대0 리드를 잡았다.

연패 기간 선취점을 낸 뒤 추가점을 못 낸 경기들과 달리 이날은 후속 득점도 빠르게 이어졌다. 2회초 장두성의 볼넷과 희생번트로 만든 찬스에서 박찬형이 중견수 뒤로 넘어가는 3루타를 터뜨려 4대0으로 달아났다. NC가 2회말 1점, 3회말 1점씩 추격했지만 롯데도 3회초 이호준의 적시타와 황성빈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더해 6대 2로 격차를 유지했다.

승부는 4회초에 완전히 끝났다. 롯데는 이 이닝에서만 8점을 쏟아내며 NC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바뀐 투수 손주환을 상대로 고승민의 2루타를 시작으로 유강남의 내야안타가 나왔고, 장두성 타구 때 서호철의 실책, 황성빈 타구 때 김태훈의 연속 실책까지 겹쳤다. 여기에 박찬형(2타점)-노진혁-고승민-레이예스가 차례로 적시타를 터뜨리며 14대 2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일부러 지려고 마음먹지 않는 이상 도저히 지기 어려운 점수 차였다.

5회와 6회에 각각 2점과 1점을 추가한 롯데는 결국 17대 5로 대승을 거뒀다. 벨라스케즈는 6이닝 6피안타 2볼넷 4실점으로 여전히 전임자보다 못한 투구 내용이었지만, 타선의 폭발적인 지원에 힘입어 한국 무대 첫 승을 기록했다. 불펜진도 안정적이었다. 7회 정현수와 8회 최준용이 뒷문을 단단히 지켰고, 9회 김진욱이 만든 위기는 박진을 재빨리 투입해 진화했다.

롯데 자이언츠가 12연패의 기나긴 수렁에서 마침내 벗어났다(사진=롯데)

타자들의 활약도 화려했다. 박찬형이 4안타 4타점, 레이예스가 3안타 4타점, 이호준이 3안타 2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장두성은 안타는 없었지만 4개의 볼넷을 골라내며 눈으로 공격에 힘을 보탰다. 롯데 타선은 총 16안타 11볼넷으로 17득점하며 연패 기간의 공격 부진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경기 막바지에는 흥미로운 장면도 연출됐다. NC의 거포 맷 데이비슨이 타석에서 홈런을 포함해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뒤 9회 2사 후에는 투수로 마운드에 서는 팬서비스를 펼쳤다. 터커 데이비슨 퇴출 이후 시작된 연패가 끝나는 날, 동명이인(등록명 기준) 데이비슨이 홈런을 치고 투수로 마운드에 선 것이다. 마치 데이비슨의 저주가 끝나는 상징적 의식을 보는 듯했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59승 5무 57패 승률 0.509를 기록하며 잠실 원정을 싹쓸이한 KT 위즈와 공동 4위로 올라섰다. 반면 전날 공동 4위였던 NC는 54승 6무 54패 승률 0.500으로 6위로 밀려났다. 긴 연패의 터널을 벗어난 롯데에게 이날 승리가 막판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