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미네소타, 내년 '꿈의 구장' 게임에서 격돌...영화 촬영지에 실제 구장 건설했다 [스춘 MLB]
영화 촬영지 다이어스빌에 영구 구장 신설, 2026년 8월 정규시즌 경기 개최
[스포츠춘추]
"야구장을 지으면 그들이 올 것이다." 1989년 영화 '꿈의 구장'의 명대사가 현실이 될 때가 다시 왔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4년 만에 아이오와주로 돌아온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미네소타 트윈스가 2026년 8월 아이오와주 다이어스빌에서 정규시즌 경기를 치른다고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이 25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이번 경기는 미네소타의 홈경기로 치러진다.
MLB는 26일 2026년 정규시즌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며, 필리스-트윈스 경기의 정확한 날짜는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꿈의 구장 경기가 열리는 것은 2022년 이후 처음이다.
이 특별한 이벤트는 2021년 뉴욕 양키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첫 경기로 시작됐다. 이듬해엔 시카고 컵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두 번째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이후 이벤트가 중단됐고, 당시 사용된 임시 야구장은 해체됐으며 부지는 매각됐다.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아예 영구 구장이 새로 건설된 것이다. 좌석 규모는 첫 두 경기 때 수용규모인 약 7800명보다 훨씬 작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구 시설이 들어서면서 앞으로 꿈의 구장 게임이 리틀리그 클래식처럼 연례 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기가 열리지 않은 지난 3년간 꿈의 구장 부지는 큰 변화를 겪었다. 소유주들은 이 기간 동안 유소년 팀을 위한 야구장들을 추가로 건설하는 등 시설을 확장했다. 한편 실제 영화 촬영지로 사용된 필드는 MLB의 경기용 구장과는 별개로 여전히 관광지로 운영되고 있다. 전 세계 야구팬들이 찾아와 영화 속 장면을 재현하며 추억을 만들어가는 성지 같은 곳이다.
트윈스는 2018년 푸에르토리코 원정 이후 처음으로 MLB의 특별 경기에 참가한다. 필리스 역시 특별 경기 경험이 풍부하다. 2018년과 2023년 윌리엄스포트에서 열린 리틀리그 클래식에 두 차례 출전했고, 2024년엔 런던에서 두 경기를 치렀다.
2021년 첫 꿈의 구장 게임은 야구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로 꼽힌다. 영화의 주연 케빈 코스트너가 옥수수밭에서 나타나 선수들을 경기장으로 안내하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경기는 9회말 화이트삭스 팀 앤더슨의 끝내기 홈런으로 막을 내렸다. 공은 마치 영화처럼 옥수수밭으로 사라졌다.
2022년 두 번째 게임도 특별했다. 켄 그리피 주니어와 그의 아버지 켄 그리피 시니어가 경기 전 캐치볼을 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경기에선 컵스가 4대 2로 승리했다.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이 두 경기는 모두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고, 티켓은 치열한 경쟁 상품이었다. MLB는 아이오와 지역번호를 가진 팬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티켓 구매 기회를 제공했을 정도였다.
MLB는 최근 독특한 장소에서 정규시즌 경기를 여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앨라배마주 버밍엄의 릭우드 필드에서 경기했다. 올해 초엔 신시내티 레즈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테네시주 브리스톨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맞붙었다. 이제 새로 건설된 영구 구장과 함께 다이어스빌은 야구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이 됐다.
2021년과 2022년 경기는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유일한 MLB 정규시즌 게임으로 남아있다. 내년이면 세 번째가 추가된다. 물론 2021년 첫 게임의 드라마와 감동을 재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케빈 코스트너의 감동적인 경기 전 세리머니와 팀 앤더슨의 끝내기 홈런이라는 완벽한 스토리를 다시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꿈의 구장으로의 복귀는 야구팬들에게는 또 다른 꿈같은 순간이 될 것이다. 영화 속 대사처럼 야구장을 지었으니, 이제 그들이 올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