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모드' 김주원-'도루저지 1위' 김형준 NC 듀오 후반기 대폭발...MLB 구단 사장이 반할만 하네 [스춘 FOCUS]

전반기 부진 깨고 후반기 맹활약...김주원 후반기 타율 0.403 맹타

2025-08-25     배지헌 기자
김형준과 김주원, 리그를 대표하는 센터라인 수비수들(사진=NC)

 

[스포츠춘추]

NC 다이노스 'KK 듀오'의 후반기 포텐이 폭발하고 있다. 유격수 김주원(22)과 포수 김형준(25), 두 국가대표 야수 듀오의 최근 활약이 예사롭지 않다. 전반기 아쉬웠던 성적을 뒤로하고 후반기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며 팀의 5강 싸움에 앞장서고 있다. 벌써부터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이 젊은 듀오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주원의 후반기 활약은 인상적이다. 전반기 타율 0.259로 다소 아쉬웠던 '한국의 린도어'는 후반기 들어 타율 0.403이라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후반기 6홈런 18타점 10도루, OPS 1.146으로 리그 최상위권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8월 들어서는 더욱 좋은 모습이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도 타율 0.403(77타수 31안타) 5홈런 12타점 4도루 OPS 1.178으로 점점 더 뜨거워지는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는 타율 0.425(40타수 17안타) 4홀런 6타점을 기록했다.

지난주 경기에선 스윙만 했다 하면 안타와 홈런이 쏟아져 나왔다. 20일 삼성전에서 2안타 1홈런, 21일에도 2안타 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롯데와의 주말 3연전에서도 매 경기 안타를 기록했고, 25일 경기에서는 팀은 패배했지만 롯데가 10승 투수를 버리고 데려온 메이저리그 38승 투수 빈스 벨라스케즈 상대로 홈런을 뽑아내며 개인 한 시즌 최다홈런(11홈런)을 경신했다.

25일 현재 김주원은 114경기에서 타율 0.298, 11홈런 47타점 34도루 OPS 0.834에 스탯티즈 기준 WAR 5.39승을 기록 중이다. 리그 유격수 중 WAR 1위이자, 전체 야수 중에서도 송성문-양의지-안현민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MVP 후보급 성적이다. 박성한, 박찬호, 오지환 등 리그 대표 선배 유격수들을 제치고 유격수 중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김주원의 나이다. 역대 리그에서 만 22세 이전에 김주원보다 높은 WAR를 기록한 유격수는 김하성(현 탬파베이 레이스)이 유일하다. 김하성이 KBO리그를 지배하는 성적을 낸 뒤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을 생각하면, 김주원의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현재 KBO 국내 선수 가운데 유일한 스위치히터인 김주원은 좌우 타석에서 균형잡힌 생산력을 보여준다. 우투수 상대 타율 0.311(312타수 97안타) 7홈런 OPS 0.833, 좌투수 상대 타율 0.268(127타수 34안타) 4홈런 OPS 0.836으로 좌우 생산성에 큰 차이가 없다. 빠른 발과 강한 어깨, 넓은 수비범위까지 갖춘 만능형 유격수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김주원의 내구성이다. 스위치히터에 리드오프, 유격수라는 삼중 부담 속에서도 전 경기 출전을 이어가고 있다.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해도 곧바로 도루를 시도하고, 수비에서 몸을 날리는 플레이를 마다하지 않는 투지도 돋보인다.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등 앞서 미국에 진출한 선배들과 닮은 점이다.

공수주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김주원(사진=NC)

김형준 역시 후반기 들어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전반기 타율 0.216으로 주춤했던 국가대표 '안방마님'은 후반기 타율 0.282로 크게 반등했다. 최근 5경기만 봐도 타율 0.333(12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25일 현재 김형준은 99경기에서 타율 0.234, 15홈런 49타점 OPS 0.748 WAR 2.63승을 기록 중이다. 리그 포수 중 홈런 3위, WAR 3위에 해당한다. 김형준 앞에는 현역 레전드 양의지와 '우승 포수' 박동원 둘 뿐이다. 25세 젊은 군필 포수로서는 상당히 인상적인 수치다. 20대 나이에 이미 양의지, 박동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표 표수로 자리잡은 김형준이다.

김형준이 더욱 빛나는 것은 수비에서다. 올시즌 도루저지율 33.9%로 압도적인 전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9초 안팎의 빠른 팝타임과 강한 어깨, 정확한 송구로 리그 최고 수준의 도루저지 능력을 자랑한다. 특히 올 시즌 두산과의 맞대결에서는 도루왕 출신 선수들을 잇따라 아웃시키며 1경기 3도루 저지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ABS(자동 볼 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 도입으로 포수의 블로킹, 도루저지가 더욱 중요해진 최근 야구에서 김형준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투수들의 장점을 살리는 배짱있는 리드도 돋보인다. 2023년 에릭 페디, 지난해 카일 하트 등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에이스 투수들과 호흡을 맞춰 호투를 이끌어냈고 2023년 플레이오프에서 신민혁과의 호흡도 오래 회자되고 있다.

25세 이하 가운데 이만큼 많은 출전 경험을 보유한 포수가 드물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미 2023 아시안게임, 2024 프리미어12 등에서 국가대표 마스크를 썼다. 포수에게 치명적인 십자인대 수술을 딛고 일어선 강인함까지 보여준 김형준은 한국야구 포수 포지션의 현재이자 미래다.

올시즌 20홈런에 도전하는 김형준(사진=NC)

두 선수의 이런 활약상과 잠재력에 미국 프로야구 구단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14일에는 뉴욕 메츠의 데이비드 스턴스 야구운영부문 사장이 한국을 방문해 잠실야구장에서 NC-두산전을 관람했다. 당시 스턴스 사장은 경기 전 양팀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야구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했는데, 그중에서도 김주원과 김형준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고 알려졌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한 야구 관계자는 "스턴스 사장이 두 선수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고, 경기 중에도 유심히 지켜봤다"고 전했다. NC 한 관계자는 "한국야구에 정말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이런 것까지 물어보나?' 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질문도 던졌다"고 했다. 스턴스가 방문한 이날 김주원은 5타수 3안타(1홈런) 1타점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메이저리그 고위 인사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퍼포먼스였다.

NC는 이미 에릭 테임즈, 에릭 페디, 카일 하트 등 외국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사례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아직 국내 선수의 미국 진출 사례는 없다. 두 선수가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NC 관계자는 "아직 한참 남은 이야기"라면서도 "두 선수가 계속 지금처럼 발전해서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된다면 구단으로서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은 두 선수의 놀라운 후반기 활약을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창원의 젊은 듀오가 보여주는 성장 스토리 자체가 이미 충분히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