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야구장 소음 참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데 주민 민원 여전한 목동야구장…KBSA "소통 노력 지속" [스춘 이슈]
KBSA 관계자, "협회도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중… 알아줬으면 좋겠다"
[스포츠춘추]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에서 지난 9일부터 제53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리며 오랜만에 야구팬들의 응원 함성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하지만 경기장 구조적 특성과 주변 아파트 단지 근접성으로 인한 소음 민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1986년 준공된 목동야구장은 한때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의 임시 홈구장으로 활용되며 많은 야구팬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북향으로 설계돼 응원 소리와 조명이 남향에 위치한 목동 5단지 아파트로 직접 전달되면서 수년간 주민 민원이 지속 제기됐다.
소음 논란은 2008년 프로야구 경기가 정기적으로 열리기 시작하면서 핵심 문제로 대두됐다. 외야 방음벽 설치 등 대응 방안이 검토됐지만 구조적 제약과 예산 문제로 실효성 있는 조치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후 목동야구장은 아마추어 전용 경기장으로 운영되며 민원이 한동안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듯했지만, 최근에도 일부 주민들의 소음·조명 관련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서울시야구소프트볼협회와 협의해 경기 운영 방식을 조정했다. 현재는 하루 최대 3경기까지만 진행하며, 마지막 경기에 연장전이 발생해도 오후 8시 이전에 모든 경기를 마쳐야 한다. 주거지 소음·조명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KBSA 관계자는 "2~3년 전과 비교하면 민원이 많이 줄어든 편이지만 아예 없어졌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과거에는 밤 11시가 넘도록 경기가 진행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현재는 최대한 이른 시간에 경기를 종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동야구장과 같은 부지 내 위치한 서울이랜드FC 축구장에서는 야간 경기가 오후 8시 이후까지 진행되고 큰 응원도 동반되지만 비교적 민원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KBSA 측은 "축구는 주 1회 경기 위주로 운영되지만 야구는 일주일 내내 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라며 "축구 역시 민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위치상 차이도 민원의 핵심으로 꼽힌다. 축구장은 아파트 측면에 위치한 반면, 야구장은 아파트 정면을 마주 보고 있어 소음과 빛이 직접 전달되는 구조다. 목동 5단지 아파트는 대부분 거실 유리문이 야구장을 정면으로 향하고 있어 생활 소음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방음벽 설치에 대한 논의도 있었지만 현실적 한계에 부딪혔다. 관계자는 "작년에 방음벽 설치를 요청해 현장조사까지 진행했지만 소음 기준치에 미달해 설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방음벽 설치는 아예 무산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협회는 아파트 주민들과의 갈등 완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대회 개최 전에는 아파트 관리소를 직접 방문해 경기 일정과 운영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며 "해당 아파트 주민들에게 무료입장 혜택을 제공하는 등 협회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협회도 나름대로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주민들께서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유사한 사례로 꼽히는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의 소음 민원 관련 소송에서 법원은 "야구장의 응원 소음은 일반 생활 소음과 성격이 다르며, 사회 통념상 참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목동야구장이 아파트 주민들과의 갈등을 넘어서 진정한 스포츠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