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속 자기확신...콘택트율 33.3% 상승은 '오타니 따라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스춘 FOCUS]

부진 끝 반등...박주홍, 8월의 반전 드라마

2025-08-26     황혜정 기자
키움 외야수 박주홍. (사진=키움 히어로즈)

[스포츠춘추]

공이 맞지 않았다. 그래도 바꾸지 않았다.

박주홍(24·키움 히어로즈)은 수없이 실패했다. 타격폼을 바꾸고도, 안타는커녕 배트에 공조차 맞추지 못한 날들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밀어붙였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타격 영상을 반복해서 돌려봤고, 자신만의 ‘간결한 스윙’을 만들기 위해 다시, 또 다시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버텼고, 결국 반등했다. 스윙 대비 콘택트율은 단 두 시즌 만에 무려 33.3%나 올랐다.

2023시즌, 박주홍은 투수의 공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스윙 대비 콘택트율은 54.9%에 불과했고, 1군에서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미완의 대기’라는 꼬리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2024시즌도 콘택트율은 66.1%였다. 하지만 시즌 종료 후, 박주홍은 자신의 타격 자세를 근본부터 바꾸기로 결심했다. 김태완 키움 타격코치는 “우리는 선수를 볼 때, 가장 잘 되는 것과 가장 안 되는 것 두 가지만 본다. 박주홍에게 가장 안 되는 건 ‘콘택트’였다”고 했다.

선수와 수 차례 대화했다는 김 코치는 박주홍에게 오타니의 얘기를 꺼냈다. 그 무렵, 오타니가 간결한 스윙으로 타격법을 바꾸면서 '50홈런-50도루'라는 새 역사를 쓰고 있었다. 단번에 변화의 필요성을 이해한 박주홍은 과감하게 레그킥을 버리고 ‘토탭’으로 전환했다. 이는 중심축을 안정시키고 타이밍을 간결하게 만드는 동작이다. 장타는 어렵지만, 콘택트율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특히 그는 오타니 쇼헤이의 타격 영상을 꾸준히 분석했다. 오타니가 일본에서 사용하던 레그킥 대신 메이저리그에서는 간결한 스윙으로 바꾸고 성공한 것처럼, 박주홍 역시 변화를 모색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당장 나오지 않았다.

박주홍의 타격 모습. (사진=키움 히어로즈)

새로운 타격폼을 장착하고 나선 올 시즌, 3월 타율은 0.200, 4월은 0.240이었다. 견딜 만했지만, 5월(0.087), 6월(0.000)은 충격 그 자체였다. 김 코치는 “2군에서는 잘 됐는데, 1군에만 오면 반복해서 무너졌다. 스트레스도 많았을 거다. 그런데도 ‘왜 안 되지?’ 하며 계속 연구하고 연습했다”고 회상했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박주홍이 끝까지 붙잡은 자기 확신이었다.

8월 들어 변화는 현실이 됐다. 타율 0.317(60타수 19안타), 올 시즌 들어 가장 많은 타석을 소화하며 리드오프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스윙 대비 콘택트율이다. 2023시즌 54.9%에서 올 시즌 최근 기준 73.2%로 상승했다. 이는 단 한 시즌 만에 33.3% 향상된 수치다.

폼이 간결해지고 콘택트율이 오르자 자연스럽게 팬들이 박주홍에 기대한 '한 방'은 조금 색이 옅어졌다. 8월에 홈런은 단 1개뿐이었다. 그러나 김태완 코치는 이 점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 박주홍에게는 장타보다 콘택트가 필요하다. 정확도가 더 올라가면 장타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주홍은 정확도와 출루 중심의 타격으로 팀 타선의 앞쪽을 책임지고 있다.

박주홍은 오타니를 참고했지만, 맹목적인 따라 하기는 아니었다. 반복된 실패 속에서도 자신에게 맞는 스윙을 찾고, 끝까지 실험하며 버틴 결과였다. 김 코치는 “이제야 자기만의 타격이 정립된 것 같다”라며 껄껄 웃었다.

2020년 1차 지명으로 키움 유니폼을 입은 박주홍은 그동안 1군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남기지 못했다. 지난 5시즌 동안 평균 20경기 출장에 그쳤다. 그러나 6년 차인 올해, 박주홍은 스스로를 믿고 결과를 바꿨다. 안타 하나도 힘들던 그가 이제는 키움의 리드오프로 출전하고 있다. 아직 한 달 반짝한 성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 한 달조차 없던 선수가, 지금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안다. 그리고 그 길은 더 이상 오타니의 그림자 속이 아니다. 박주홍 자신의 길이다.

키움 외야수 박주홍. (사진=키움 히어로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