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민 주니어 박준현 vs 키움 어린이팬 양우진' 드래프트 1순위 키움의 선택은? 2순위 NC도 머리 아프다 [스춘 이슈]
광속구 우완투수 유망주가 1, 2순위 유력 후보...키움의 선택은?
[스포츠춘추]
미래 프로야구를 이끌어갈 주역을 뽑는 2026 KBO 신인드래프트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원래라면 문서준(장충고), 김성준(광주일고)까지 포함된 4파전 양상이어야 했지만, 두 최대어가 모두 미국행을 택하면서 드래프트 판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박준현(북일고)과 양우진(경기항공고), 두 우완 강속구 투수 간의 양자 대결 구도로 압축된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박준현이 전체 1순위에 가장 가깝다.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한 구단으로부터 200만 달러에 가까운 제안을 받았지만 국내 잔류를 선택한 '박석민 주니어'는 기량과 잠재력 면에서 현재 고교야구 투수 중 최고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키움 히어로즈의 최종 선택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변수들이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8cm, 95kg의 탄탄한 체격을 자랑하는 박준현은 중학교 때부터 140km/h 강속구를 던졌고 올해는 157km/h까지 기록한 고교 최고 유망주다. 한 스카우트는 "투구 메커니즘이 나쁘지 않고 패스트볼이 묵직하다. 기량만 놓고 보면 의심의 여지 없는 전체 1번"이라고 단언했다.
또 다른 스카우트는 "슬라이더가 예리하고 제구력도 나쁘지 않다. 프로 1군에서도 당장 중간투수로는 충분히 써먹을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박준현을 어릴 적부터 지켜본 스카우트는 "아버지 박석민(전 삼성, NC 선수)의 운동능력과 야구 IQ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신체조건과 야구 재능이 올해 유망주 중에 가장 압도적"이라고 했다.
다만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경기 집중력과 일관성, 경기 운영 능력에는 발전할 여지가 있다. 한 관계자는 "승부욕은 있지만 기습 번트 안타를 맞거나 실책이 나오면 다소 흥분하는 모습도 있다"고 평했다. 다른 스카우트는 "잘 던지다가도 갑자기 무너질 때가 있다. 2이닝을 잘 던지다 갑자기 흔들리고, 다음 이닝에는 다시 안정을 찾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박준현과 경쟁하는 양우진은 190cm, 98kg의 더 큰 체격을 자랑하는 정통파 파이어볼러다. 최고 153km/h를 던지는 강속구 투수로 1학년부터 전국대회에서 좋은 투구를 선보였고, 올해도 청룡기에서 연일 역투하며 경기항공고를 4강으로 올려놓았다. 11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 3.19를 기록하며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다.
양우진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성이다. 한 스카우트는 "체격 조건은 박준현보다도 뛰어나다. 피칭 메커니즘이 좋고 힘도 좋아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컨트롤이 안 잡히는 날에도 스스로 완급조절을 한다. 변화구로 완급조절하며 던지고, 완투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청룡기에서는 8.1이닝을 혼자 책임진 경기도 있었다.
여기에 양우진만의 특별한 메리트가 있다. 키움 히어로즈의 열렬한 팬이라는 점이다. 아버지가 키움의 열성 팬이고 그 영향으로 선수 본인도 어려서부터 키움을 응원해 왔다. 최근 팔꿈치 피로골절로 청소년 대표팀에서 자진 하차했지만, 의연하게 받아들이며 차분하게 재활에 집중하는 성숙한 모습도 눈에 띈다.
현재 야구계의 일반적인 예상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키움이 박준현을, 2순위 NC가 양우진을 선택하는 것이다. 한 지방구단 스카우트는 "박준현, 양우진 두 선수가 1, 2순위 지명인 건 확실하다. 그 뒤로는 아직 확실한 선수가 없지만 2순위까지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키움 구단의 특성과 몇 가지 변수가 맞물려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첫 번째 변수는 높은 계약금 문제다. 박준현이 200만 달러 가까운 미국 제안을 거부하고 국내에 남은 만큼, 계약금도 상당히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장재영(9억원) 이상의 계약금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최근 새로 불거진 이슈도 구단들로서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일부 스카우트와 야구인 사이에서는 '키움이 예상을 깨고 양우진을 지명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한 야구인은 "양우진은 기량 면에서도 박준현에 크게 뒤지지 않으면서, 안정성과 좋은 멘탈을 갖춘 선수"라고 가능성을 점쳤다. 지난해 키움이 7순위까지 김영우(서울고, 현 LG)가 유력했다가 막판에 김서준(충훈고)으로 선회했던 전례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당시 키움의 방향 전환에는 현장 스카우트보다는 윗선의 의중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이 만약 다른 선택을 하면 2순위 NC 다이노스의 고민도 깊어진다. 앞의 야구인은 "과거 문동주냐 김도영이냐 할 때처럼 키움이 양우진을 지명하면 NC가 박준현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문제가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의견을 전했다. NC는 현재로서는 2순위 양우진 지명에 가장 무게를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월 17일 드래프트까지 앞으로 20일. 두 강속구 우완을 둘러싼 키움과 NC의 선택이 어떻게 결론날지 야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