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같았으면 무너졌을 텐데..." 1회부터 '틀렸다' 생각한 경기 6회까지 끌고 간 문동주, 그렇게 10승 투수가 된다 [스춘 MVP]

"10승은 모든 선발투수의 목표" 데뷔 4년 만에 첫 10승 투수 된 문동주

2025-08-28     배지헌 기자
데뷔 첫 10승을 달성한 문동주(사진=한화)

 

[스포츠춘추=고척]

"10승을 해서 기쁩니다. 모든 선발투수가 목표로 하는 게 두 자릿수 승수잖아요."

2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데뷔 첫 10승을 달성한 한화 이글스 문동주는 환한 표정을 지었다. 11일 만에 마운드로 돌아온 '대전 왕자'는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6이닝 3안타 7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한화는 3대 1로 승리하며 4연승을 달렸고, 문동주는 프로 4년 차 만에 처음으로 꿈에 그리던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문동주는 지난 16일 NC전에서 팔뚝에 타구를 맞고 조기 강판된 후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경기 후 동료들의 물세례에 흠뻑 젖은 채로 취재진과 만난 그는 "맞았을 때 느낌이 좋지 않았지만, 하루 종일 아이싱이 끊어지지 않게 트레이닝 코치님들이 잘 관리해주셨다"며 "덕분에 10일 만에 복귀해 좋은 결과로 보답할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복귀전 초반엔 흔들렸다. 1회 선두타자 박주홍에게 8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고, 송성문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이어 임지열의 땅볼 때 내야 실책이 겹치면서 선취점까지 내줬다. 문동주는 "초반엔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고척돔에서 2년 만에 던지다 보니 힘이 넘쳤던 것 같다. 좀 더 정확하게 던지자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위기 상황에서 문동주는 금세 침착함을 되찾았다. 이주형을 3구 삼진으로 처리하고 루벤 카데나스를 파울플라이로 잡아내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이후 2회부터 6회까지는 강력한 구위로 키움 타선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았다.

경기후 맨발로 취재진과 마주한 문동주(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문동주는 올 시즌 자신의 성장 비결로 포크볼을 꼽았다. "포크볼이 있어서 10승이 빨랐다고 생각한다. 제가 포크볼을 던진 건 작년 말부터인데, 포크볼과 10승을 올해 한꺼번에 얻었으니 정말 고마운 구종"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문동주의 포크볼은 최고 145km/h, 평균 140km/h로 웬만한 투수의 패스트볼 못지않게 빠른 구속이 나왔다. "패스트볼 구속이 빨라지니까 포크볼 구속도 자연스럽게 올라왔다. 패스트볼을 세게 던지는데 포크볼을 살살 던지면 위험할 것 같아서, 헛스윙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던진다. 방망이에 맞추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던져서 구속이 올라가는 것 같다." 문동주의 말이다.

마음가짐의 변화는 제구력의 향상과도 연관된다. 문동주는 "제구력이 원래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프로에 와서 안타도 많이 맞고 생각과 달라지는 부분이 많아 자신감이 떨어졌다"면서 "하지만 안타를 맞아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던지니 조금씩 좋아졌다"고 밝혔다. 

달라진 마음가짐에 경험이 쌓이면서 경기 운영 능력도 향상됐다. 문동주는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면서 "작년이나 재작년까지만 해도 오늘 같은 경기에선 6회까지 끌고 가지 못하고 일찍 무너졌을 상황이었다. 그런 부분에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경문 감독도 경기 후 문동주를 칭찬했다. 김 감독은 "부상 복귀 후 첫 피칭이라 걱정했는데, 6이닝 동안 선발투수 역할을 완벽히 해내고 내려왔다"면서 "승리투수와 개인 첫 10승까지 달성해 축하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와이스의 축하를 받는 문동주(사진=한화)

문동주의 10승으로 한화는 코디 폰세(15승), 라이언 와이스(14승)와 함께 세 명의 10승 투수를 보유하게 됐다. 한화에서 선발 세 명이 10승을 달성한 것은 2007년 류현진(17승), 정민철(12승), 세드릭 바워스(11승) 이후 18년 만의 일이다.

10승을 달성했으니 더 좋은 기록을 욕심낼 만도 하지만, 문동주는 팀 승리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매 경기마다 팀이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개인적인 승리가 아니라 팀이 이기는 상황을 만들고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싶다."

"솔직히 9승 후에는 10승을 조금 의식했다. 빨리 10승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 정도면 빨리 한 편 아닌가?" 문동주는 웃으며 말했다. "이제 마음 편하게 남은 경기에서 더 많은 승을 가져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107.2이닝으로 이미 지난 시즌(111.1이닝)과 비슷한 이닝을 던진 상황이지만 문동주는 "힘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런 모습이 마운드에서 비춰져야 야수 형들도 힘을 내서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그런 에너지를 경기장에서 발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