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팀 강제로 바꾸기 실험 해보니...팀 세탁 '불가능' 결론 "다시는 안 봐!" "내 팀이 최고"가 대다수 [스춘 MLB]
팬들의 팀 충성도는 '철벽' 수준...절대 다수가 "내 팀 최고" 답변
[스포츠춘추]
야구팬들에게 일주일간 강제로 다른 팀을 응원하게 하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공개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역시 내 팀이 최고"였다.
통계 전문매체 팬그래프가 실시한 '2025 팬 바꾸기 프로그램'에는 1275명이 참여해 6월 16일부터 23일까지 자신의 팀이 아닌 무작위로 배정받은 팀을 응원했다. 마치 TV 예능 '아내 교환(와이프 스왑)'의 야구판 같은 이 실험의 결과는 팬들의 철벽 충성심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실험에 앞서 팬들은 자신의 응원 팀을 20-80 스케일로 평가했다. 총 42개 질문을 7개 섹션으로 나눠 메이저리그 로스터 수준부터 재미, 프런트오피스 능력, 감독 평가, 야수진과 투수진의 실력, TV 중계까지 세밀하게 평가했다.
13개 팀 팬들은 자신의 응원 팀의 최고 장점으로 'TV 중계진'을 꼽았다. 전체 리그에서 '중계진 전반'이 평균 62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팬그래프 필진은 "지금이 지역 중계의 황금시대"라며 "2010년대 초만 해도 절대 피하고 싶은 중계진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MLB.TV에서 경기를 틀면 절반 이상 팀에서 '야, 이 사람들 좋아!' 반응이 나온다"고 평가했다.
반면 팬들이 가장 미워하는 대상은 '구단주'였다. 최저점인 20점을 받은 9개 항목 중 7개가 구단주 관련이었다. 특히 피츠버그 파이리츠 팬들의 분노는 폭발적이었다. 24명 중 23명이 밥 너팅 구단주에게 20점을 줬고, 단 1명만이 30점을 줬다. 팬그래프는 "이마저도 실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애슬레틱스·콜로라도 로키스·마이애미 말린스·LA 에인절스·시카고 화이트삭스 구단주들도 모두 20점대의 혹평을 받았다. 반대로 LA 다저스 구단주는 평균 73.94점의 호평을 받았다. 팬그래프에 따르면 "큰 돈 써서 스타 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하고, 매년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서 최근 5년간 월드시리즈를 2번 우승했다. 수표를 써주고 똑똑한 프런트에 맡겨두는데 뭘 더 바라겠냐"는 반응이었다고.
한편, 응원팀 바꾸기 실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마자 항복 선언이 쏟아졌다. 특히 최약체 화이트삭스에 배정받은 팬들의 반응이 극렬했다. 팬그래프에 따르면 "화이트삭스 야구는 한 이닝도 더 볼 수 없다, 그만둔다!"는 욕설 섞인 메시지가 빗발쳤다고 한다. 화이트삭스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다패를 기록한 팀이다.
실험 종료 후 308명이 참여한 사후 설문에서 4.9%는 "지옥 같은 일주일이었다. 돈을 줘도 다신 이 팀 안 본다"고 극단적 반응을 보였다. 실험 중도 포기자들까지 고려하면 실제 거부감은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후 설문에서 팬들은 압도적으로 자기 팀이 더 낫다고 답했다. 거의 모든 항목에서 절반 가까이가 "내 팀이 더 낫다"고 답했고 4분의 1 정도만이 "배정받은 팀이 더 낫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단 하나의 예외가 있었다. '득점권 타격'에서만은 배정받은 팀이 더 낫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팬그래프 필진은 "모든 팀 팬들이 자기 팀은 항상 삼진당하고 병살만 친다고 생각한다"며 "득점권 타격만큼은 모르는 팀이라도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 심리"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팬들은 자팀의 득점권 타격에 각각 29점, 42점이라는 최저점을 줬다. "우리 팀 득점권 타격은 정말 최악"이라는 모든 팀 팬들의 공통된 한탄이 드러난 셈이다.
26%는 실험을 통해 '중계진에 대한 인식'이 가장 크게 바뀌었다고 답했다. 한 필라델피아 필리스 팬이 미네소타 트윈스를 일주일 보고 남긴 평가는 인상적이었다. " 필리스는 그냥 야구 이야기만 하고 존 크룩이 이상한 소리나 하게 놔두는데, 트윈스는 리포터 오드라 마틴의 스토리텔링과 선수들의 덕아웃 밖 이야기에 많이 의존하더라."
같은 야구 중계라도 팀마다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는 의미다. 트윈스는 감성적 스토리텔링 위주, 필리스는 순수 야구 해설 위주라는 차이점을 발견한 것이다. 팬그래프 필진은 야구 중계진이 "일주일에 5-6번 집에 찾아오는 사실상의 가족 구성원"이라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실험 후에도 배정받은 팀을 계속 응원할 의향이 있을까. 70.1%는 "가끔 볼 것 같다"거나 "미미하게나마 관심이 늘었다"는 수준에 그쳤다. 진정한 마음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한 참가자는 "내 팀을 사랑한다. 그 팀 경기를 보는 건 엄청난 편안함이다. 배정받은 팀을 보는 건 마치 '일'을 하는 기분이었다"라고 토로했다. 다른 참가자도 "배정받은 팀 경기도 재미있었지만, 결국 나는 내 팀만 보고 싶다. 이번 실험으로 진짜 팬심이 뭔지 확인했다"고 답했다.
팬그래프는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야구팬들의 편협함에 대한 좌절감이었다. 30개 팀 전체를 보려 하지 않는 태도 말이다. 하지만 많은 팬들이 전체 리그가 아닌 한 팀과만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결국 일주일간의 강제 응원 실험이 증명한 것은 야구팬들의 변하지 않는 충성심이었다. 구단주는 미워해도 중계진은 사랑하고, 득점권 타격만큼은 남의 팀을 부러워하면서도, 결국 "내 팀이 최고"라는 애정을 버리지 않는 팬심이다. 팬그래프가 내년에도 설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설문을 몇 번 더 한다고 해도 팬들의 마음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