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텍사스 시절 동료의 극우 정치인 변신...테셰이라, "불법이민 추방-낙태 반대" 내걸고 의원 출마 선언 [스춘 MLB]

트럼프 지지 천명하며 "불법체류자 추방·낙태 반대"

2025-08-29     배지헌 기자
마크 테셰이라(사진=MLB.com)

 

[스포츠춘추]

박찬호의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동료로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친숙한 전 메이저리거 마크 테셰이라가 은퇴 9년 만에 정치 무대에 뛰어든다. 그런데 내세운 공약들이 현역 시절 이미지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극우 강경 보수 일색이라 충격적이다.

테셰이라는 28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텍사스 제21선거구 연방 하원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평생 보수주의자로서 텍사스와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원칙을 위해 싸우기 위해 의회에 출마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의제와 텍사스 가족들, 개인의 자유를 수호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올해 45세인 테셰이라가 노리는 텍사스 제21선거구는 샌안토니오 일부 지역을 포함한 공화당 절대 우세 지역이다. 보수 성향 하원 자유당 소속인 칩 로이 공화당 의원이 텍사스 주 법무장관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공석이 됐다. 공화당 깃발만 꽂아놔도 당선되는 지역이라, 경선만 통과하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다.

테셰이라가 제시한 정치적 공약들은 현역 시절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인 극단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국경 보안 강화와 불법 체류자 추방"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또한 낙태에 대한 전면적인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으며, 수정헌법 제2조 수호를 통한 총기 소유권 확대도 주요 공약에 포함했다.

마크 테셰이라(사진=MLB.com)

테셰이라는 2001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레인저스로부터 전체 5순위로 지명받으며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박찬호가 활약했던 2002-2005년 레인저스 시절을 함께 보낸 그는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실력, 모범적인 행동으로 한국 팬들에게도 호감을 샀다. 이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뉴욕 양키스를 거치며 14년간 뛰었다. 스위치 히터 1루수로 통산 409홈런을 기록했으며, 3차례 올스타에 선정되고 골드글러브 5회, 실버슬러거 3회를 수상했다. 2009년에는 양키스와 함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현역 시절 테셰이라는 성실함과 모범적인 행동으로 정평이 난 선수였다. 군인 출신 아버지의 엄격한 교육 아래 자란 그는 약물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고수했으며, "우리 가정에서는 마약이나 알코올 같은 것들이 용납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력 향상약물(PED) 사용에도 강력히 반대 입장을 보이며 "아이들이 나를 보고 '저 사람은 한 게임에 3홈런을 쳤으니까 스테로이드를 했을 거야'라고 말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선활동에도 적극적이었던 테셰이라는 할렘 RBI에 10만 달러를 기부하고 이사회에 참여했으며, 2012년 서먼 먼슨 상과 2015년 조안 페이슨 상을 수상하는 등 지역사회 봉사로도 인정받았다. 클럽하우스에서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범적인 선수로 평가받았다.

2016년 은퇴 후 테셰이라는 교육과 기독교 사역 등 자선 활동에 참여해왔다. 그와 아내는 2021년 텍사스로 이주했으며, 이때부터 텍사스 공공정책재단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선출직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이처럼 뚜렷한 보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게 된 전환점으로 보인다.

테셰이라는 정부 효율성부 확대를 통한 '낭비적 지출' 억제, '영원한 전쟁' 종식, 의회 임기 제한 도입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의제와 맥을 같이하는 공약도 내걸었다. 

테셰이라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고 론 스타 주에서 가족을 기른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축복 중 하나였다"며 "이제 나는 내 나라와 주, 그리고 텍사스를 국가의 부러움으로 만든 보수 원칙을 섬기라는 부름에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로이 의원의 사퇴 발표 이후 테셰이라가 첫 번째로 공화당 경선 참여를 선언했지만, 벡사르 카운티 공화당 부위원장 카일 싱클레어 등 다른 후보들도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선만 통과하면, '하원의원 테셰이라'를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