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필승조 쉬는 날...최대한 길게 던질게요" 약속 지킨 호랑이 에이스, 7이닝 책임진 네일 [스춘 현장]
필승조 휴식일에 7이닝 98구 1실점 역투…10대 1 대승으로 팀 3연승 행진
[스포츠춘추=수원]
"네일이 최대한 길게 던져줘야 한다. 최대한 오래 던져주기로 약속했다."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이범호 감독의 간절한 바람에 응답했다. 네일은 8월 2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 전에서 7이닝 1실점 호투로 팀의 10대 1 대승을 이끌었다.
필승조가 나올 수 없는 경기에서 에이스의 책임감이 빛을 발했다. 이날 KIA는 마무리 정해영과 셋업맨 전상현, 멀티이닝 릴리버 성영탁까지 승리조 불펜 트리오에게 휴식이 주어졌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전 "정해영은 오늘 나오면 3연투라서 어려울 것 같다. 전상현과 성영탁도 멀티이닝을 던진 뒤라 오늘은 쉬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모든 부담을 네일이 떠안았다. 이 감독은 "선발 제임스 네일이 최대한 길게 던져줘야 한다"면서 "네일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네일은 약속을 지켰다. 4회 1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펼치며 완벽한 출발을 보였다. KT 선발 패트릭 머피 역시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며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졌다. 4회 1사 후 앤드류 스티븐슨에게 이날 첫 안타를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들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최고 152km 투심과 스위퍼, 커터를 골고루 구사하며 KT 타선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첫 위기는 5회말에 찾아왔다. 선두타자 김상수에게 볼넷을 내준 뒤 황재균의 초구 타구가 크게 바운드되며 1루수 키를 넘어가는 안타를 허용했다. 런앤히트로 1루 주자가 3루까지 질주해 무사 1, 3루 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네일은 흔들리지 않았다. 강현우를 상대로 병살타를 유도해냈다. 그 사이 3루 주자가 득점해 1점을 허용했지만, 대량실점하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KIA 타선도 6회 대량득점으로 에이스를 지원했다. 김호령의 2루타를 시작으로 김선빈의 적시타로 1대 1 동점을 만들었다. 패트릭 위즈덤의 볼넷 이후 오선우가 우월 3점 홈런으로 4대 1 역전에 성공했다. 이 홈런으로 오선우는 전 구단 상대 홈런을 기록했다.
KIA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만루 찬스에서 타자일순으로 두 번째 타석에 나선 김호령이 중견수 앞 라인드라이브를 날렸다. 중견수 스티븐슨이 다이빙했지만 닿지 않았고, 주자 3명이 모두 홈인하며 순식간에 7대 1로 벌어졌다.
7회 나성범의 홈런, 8회 김호령의 2점 홈런까지 터지며 KIA는 10대 1로 완전히 경기를 장악했다. 김호령은 3안타 5타점으로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 타이 기록을 세웠다. KIA 타선은 최고령 중심타자 최형우가 휴식차 벤치에서 대기한 가운데서도 11안타로 10점을 뽑아내는 화력을 과시했다.
네일은 5회 1점을 내준 뒤 6회 삼자범퇴, 7회에도 안타 1개만 허용하며 무실점. 7이닝을 98구로 틀어막고 시즌 8승(3패) 째를 올렸다. 에이스가 책임을 다한 덕분에 KIA는 8회 김기훈, 9회 한재승을 투입해 경기 전 계획대로 마운드를 운영할 수 있었다.
네일의 호투에 힘입은 KIA는 3연승을 달리며 57승 4무 59패로 NC를 제치고 7위로 올라섰다. 반면 KT는 60승 4무 60패로 6위로 밀렸다. KIA와 KT의 게임 차는 1경기, 5위 삼성과도 1.5경기 차로 잠시 멀어진 듯 보였던 5강이 다시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경기 후 이범호 감독은 "네일이 등판할 때 득점 지원이 좋지 못했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타자들이 찬스에서 빅이닝을 만들어내면서 네일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계투진의 휴식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네일이 팀의 에이스답게 7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주면서 내일 경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네일은 "이전 경기에서 불펜 소모가 많았기 때문에 최대한 긴 이닝을 끌고가고자 했다. 경기 내용이 만족스러웠고, 타자들이 상대투수를 상대로 빅이닝을 포함해 큰 점수를 내서 이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만 "유일하게 만족스럽지 못한 점이 실점한 이닝에서 선두타자 볼넷을 내준 부분이다. 그 상황에서는 점수를 안내주기보단 최소화하고 아웃카운트를 늘려나가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병살타를 유도해 의도하고자 한 대로 되었다"고 밝혔다.
어려운 상황에서 마운드를 이끈 에이스의 책임감. 네일은 약속을 지켰고, 감독의 바람을 이뤄냈다. 제임스 네일이 진정한 에이스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