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cm 키움 신인, 152km 강속구로 정면 승부...맞더라도 피하지 않았다 [스춘 현장]

사사구 없이 3이닝 4실점 기록

2025-08-31     황혜정 기자
키움 박정훈의 첫 선발등판 모습. (사진=키움히어로즈)

[잠실=스포츠춘추]

말 그대로 ‘씩씩투’였다.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이었지만, 키움 히어로즈 신인 좌투수 박정훈(19)은 두려움 없는 승부를 펼쳤다. 3이닝 동안 15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을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와 원정경기에서 박정훈은 192cm, 103kg의 큰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직한 포심 패스트볼은 최고 152km를 찍었고, 좌타자 몸쪽을 찌르는 공격적인 승부가 눈에 띄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설종진 감독대행은 “LG 타선에 좌타자가 많아 박정훈을 선발로 택했다. 빠른 공과 130km 후반대의 슬라이더를 잘 활용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고 선발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박정훈은 고교 3학년 시절 '다크호스'로 불렸다.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구속이 눈에 띄게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5월 열린 ‘황금사자기’에서 맹활약하며 1라운드 지명 후보로까지 거론됐을 정도였다. 좌투수라는 점에 더해 150km 이상의 강속구와 우타자 몸에 붙이는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다는 점은 프로 구단이 탐낼 만한 매력 포인트였다. 박정훈은 그해 열린 2025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28순위로 버건디 유니폼을 입었다.

황금사자기에서 휘문고 타선을 압도한 박정훈 (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이날 경기는 대체 선발로 나선 자리였다. 박주성과 김연주가 엔트리에서 말소된 상황에서, 설 감독대행은 “신인의 패기를 믿는다. 점수를 내줘도 피하지 말고 맞붙어 보라”며 단 3이닝만 맡기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박정훈은 3이닝 동안 7안타 4실점을 기록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삼진은 하나도 없었지만, 볼넷 또한 없었다. “안타를 맞더라도 피하지 않는다”는 투구 철학이 그대로 드러났다. 연속 안타를 내줘도 흔들리지 않고 스트라이크 존을 과감히 공략했다.

키움 박정훈의 첫 선발등판 모습. (사진=키움히어로즈)

특히 좌타자들을 상대로 던진 몸쪽 속구는 위력적이었다. LG 타선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았던 신민재와는 1회말 8구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결국 좌전 2루타를 허용했지만, 좌익수가 공을 한 번에 처리하지 못하며 길어진 안타였다. 그만큼 박정훈의 공은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총 64구 가운데 포심 패스트볼은 31구, 슬라이더는 24구, 체인지업은 9구였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2km, 슬라이더는 138km까지 나왔다. 고교 시절 문제로 지적됐던 제구도 이날은 큰 흠결이 없었다.

첫 선발 등판에서 기록은 다소 아쉬웠지만, 씩씩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하며 '두려움 없는 신인'이라는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한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