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을 느껴봐야 오답노트도 만들 수 있다" 확대엔트리 첫날 1군 합류, SSG 차기 안방마님의 남다른 목표 [스춘 유망주]
퓨처스 52경기 타율 0.333·8홈런 맹타 "자신감 많이 올라와 있어"
[스포츠춘추]
"오답을 느껴봐야 오답노트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1군 출전 경험을 쌓고 싶다"
SSG 랜더스의 미래 안방마님 이율예(19)가 확대 엔트리 시행 첫날인 9월 2일부터 1군에 복귀한다. 이숭용 감독이 지난주 "확대 엔트리가 시행되면 곧바로 콜업할 것"이라고 예고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이율예는 SSG가 기대하는 포수 유망주다. 지난해 2025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8순위로 입단할 당시엔 "저를 선택해주신 만큼 구단을 대표하는 포수로 성장해 20년 동안 인천의 든든한 안방마님이 되고 싶다"는 포부로 SSG 팬들과 관계자들을 흐뭇하게 한 바 있다.
지명 당시 스카우트들의 평가도 칭찬 일색이었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수비에서 이미 프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유망주"라며 "포구, 송구, 블로킹 능력이 뛰어나고 투수와의 소통 능력도 탁월하다"고 극찬했다. "진갑용, 강민호가 생각난다"는 비교도 나왔다. "프로에서 당장 백업으로 활용 가능할 정도로 수비 자세가 잘 갖춰진 완성형 포수"라고 평가한 스카우트도 있었다.
입단 후 이율예는 1군 스프링캠프를 완주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당시 세리자와 유지 코치는 "KBO리그 전체로 봐도 굉장히 높은 수준의 프로 레벨 송구 능력을 갖췄다"며 "캐칭과 블로킹을 보완하면 충분히 좋은 포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7월엔 잠시나마 1군 경험도 쌓았다. 아쉽게도 이때는 2경기 2타수 '체험'만 하고 내려갔다. 포수 기대주 조형우(24)와 베테랑 이지영(39)이 포진한 뎁스 구성상 1군에서 오래 머물기 어려웠다. 7월 24일 1군 말소 후 40일간 퓨처스에서 담금질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이 전화위복이 됐다. 입단 당시 '수비형'이란 평가를 받았던 이율예는 퓨처스 52경기에서 타율 0.333(120타수 40안타) 8홈런 25타점 출루율 0.494 장타율 0.592를 기록하며 '공격형' 포수로 진화했다. 퓨처스리그란 점을 고려해도 19세 신인 타자로는 기대 이상의 공격력이었다.
변화의 핵심은 타격 폼 수정이었다. 이율예는 "1군에 잠깐 올라갔을 때 이숭용 감독님께서 타격 폼을 수정하자고 하셨다"며 "처음에는 힘들었다. 전반기 때 타격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틀을 깨라'고 하셨고, 타격 폼을 조금 수정했는데 첫 퓨처스 경기 때부터 더 좋은 타구가 나오더라"고 말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타격은 힘이 늘면서 장타력이 좋아졌다. 배트를 강하게 돌리니까 타구가 멀리 간다"며 "155km/h 이상 들어오는 공을 칠 수 있어야 한다. 힘을 모으는 동작이 좋아졌고, 내가 가진 힘을 온전히 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타격할 때 여유도 생겼고, 공을 더 잘 보게 됐다. 일단 질 좋은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소감도 덧붙였다.
마인드도 달라졌다. "주변 조언을 들으려고 노력 중이다. '힘을 못 싣는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틀을 깨야 한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했고, 타격 동작도 바꾼 거다"라며 "틀을 깨자마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원래 잘하는 수비에서의 성장도 눈에 띈다. "전체적으로 발전하려 노력 중이다. 특히 투수 리드, 상황에 맞는 볼배합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한다"며 "투수 코치님께도 많이 여쭤본다. 결론적으론 정답은 없다더라. 스코어, 주자 상황, 타자의 성향, 타순 등 다양한 상황에 맞는 볼배합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는 겸손함도 보였다.
박정권 퓨처스 감독의 평가가 인상적이다. "이율예는 포수 장비를 찼을 때 자존감이 확 올라오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정말 연구를 많이 한다"며 "만약 안타를 맞더라도, 더그아웃에 들어와서 볼배합을 한 이유를 설명한다. 어린 선수가 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극찬했다. "주관이 뚜렷하고, 가르쳐 주는 걸 빠르게 흡수하는 선수다. 센스도 있고 똑똑하다. 리더십도 있는 선수다. 충분히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숭용 감독도 "이율예는 2군에서 퍼포먼스가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타격에서 피드백을 주면 바로 흡수한다. 수비에서 어느 정도 경험을 쌓는다면, 기존 포수들도 긴장해야 할 것 같다. 성장하는 걸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이율예 본인의 각오도 남다르다. "퓨처스리그와 1군은 전혀 다를 거라 생각한다. 오답을 느껴봐야 오답노트도 만들 수 있다"며 "1군에서 잘하는 게 베스트지만, 못하더라도 내가 느끼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1군에서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또 "장타툴을 갖춘 포수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맞추는 스윙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강한 타구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는 목표의식도 드러냈다.
현재 SSG 포수진은 주전 조형우와 베테랑 이지영으로 구성돼 있다. 타 팀 부럽지 않은 탄탄한 라인업이지만, 이율예의 가세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년 안방마님'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는 이율예의 도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