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그 초토화한 한국계 특급 유망주 JJ 웨더홀트, 9월 확장엔트리 빅리그 콜업 불발 [스춘 MLB]
한국계 4분의 1 혈통, 트리플A서 압도적 활약에도 메이저리그 진출 무산
[스포츠춘추]
지난해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전체 7순위로 지명되며 화제를 모았던 한국계 내야 유망주 JJ 웨더홀트가 9월 확장엔트리를 통한 빅리그 데뷔에 실패했다. 미주리 지역 언론들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최고 유망주인 웨더홀트와 좌완 투수 퀸 매튜스를 빅리그로 승격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웨더홀트는 할머니가 한국인인 한국계 4분의 1 혈통 선수다. 2002년 볼티모어에서 태어나 펜실베이니아주 마스에서 성장한 그는 부모 모두 미국 태생 미국인이지만, 할아버지가 한국에서 군 복무 중 할머니를 만나 결혼하면서 한국의 피가 흐르게 됐다.
웨스트버지니아 대학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인 웨더홀트는 지난해 드래프트 7순위 지명과 함께 카디널스와 680만 달러(95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올 시즌 더블A 스프링필드에서 출발해 7월 트리플A 멤피스로 승격됐고, 올스타 퓨처스 게임 선발까지 이뤄냈다.
특히 트리플A에서는 36경기 타율 0.331(142타수 47안타) 9홈런 21타점 7도루 OPS 1.042의 압도적 활약을 펼치며 프로 입단 2년 만에 마이너리그를 평정했다. 이런 눈부신 성과에 힘입어 MLB닷컴은 웨더홀트를 카디널스 최고 유망주이자 전체 18위 유망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카디널스는 웨더홀트의 9월 콜업을 보류했다. 팀 성적이 승률 0.500 이하로 사실상 가을야구 진출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유망주를 콜업해서 메이저리그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이 보통이다. 그럼에도 카디널스가 웨더홀트의 승격을 미룬 것은 서비스 타임 관리 차원으로 해석된다. 시즌 막판 단순한 '경험 쌓기' 목적의 콜업으로는 귀중한 서비스 타임만 소모할 뿐 실질적 도움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대신 내년 오픈데이부터 본격적인 기회를 주는 것이 선수와 팀 모두에게 유리한 선택으로 판단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다른 현실적 고려사항도 작용했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의 린 워시 기자는 "웨더홀트의 미래 포지션이 여전히 불분명한 상황에서, 팀의 2루수와 3루수 옵션들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오프시즌 로스터 정리 후에야 웨더홀트의 역할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렌던 도노반, 알렉 벌레슨, 놀란 아레나도 등이 부상자 명단에 있어 포지션 선수 로스터에 여유가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웨더홀트는 한국계 혈통으로 인해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후보로 관심을 받기도 했다. 본인도 한국 대표팀 출전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WBC 규정상 조부모 단계의 국적은 출전 자격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2006년 1회 WBC 대회 때는 조부모 국적까지 인정됐지만, 2회 대회부터는 부모 단계까지로 제한됐다. 웨더홀트의 경우 할머니만 한국인이고 부모가 한국 국적이나 한국 출생이 아니어서 현행 규정으로는 한국 대표팀 출전이 불가능하다. 일본 대표팀도 비슷한 이유로 할머니가 일본인인 크리스티안 옐리치(밀워키)와 스티븐 콴(클리블랜드) 영입에 실패한 바 있다.
설령 출전 자격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웨더홀트 앞에는 또 다른 벽이 있다. 현재 한국 대표팀 내야진에는 김혜성(LA 다저스), 김하성(애틀랜타) 등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KBO리그 선수로도 김주원(NC 다이노스), 박성한(SSG 랜더스) 등이 버티고 있어, 아직 빅리그 데뷔조차 하지 못한 웨더홀트가 이들을 제치고 대표팀에 승선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WBC 대표팀 출전은 어렵겠지만, 이는 오히려 웨더홀트의 빅리그 데뷔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대회 부담 없이 스프링트레이닝을 정상적으로 거쳐 개막전 데뷔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디널스는 오프시즌 야수진을 교통정리하면서 웨더홀트를 위한 자리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트리플A를 평정한 웨더홀트의 메이저리그 데뷔는 이제 머지않은 현실이 됐다. 또 다른 한국계 메이저리거의 탄생을 목격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