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도 그 악조건 속에 저렇게 잘하는데, KIA가 이런 야구하면 되나!" 어느 해설위원의 사자후 [스춘 이슈분석]
시즌 전 하위권 예상, 홈구장도 없이 야구했지만 5강 싸움 하고 있는 NC
[스포츠춘추]
"NC도 저 악조건 속에 저렇게 야구하는데, KIA가 이러고 있으면 되나요."
최근 KIA 타이거즈의 충격적인 3연패에 관해 모 방송사 해설위원과 대화를 나누다 나온 얘기다. 물론 3연패야 장기 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당할 수도 있는 일. 하지만 이번 3연패는 타이밍도 최악이고 경기 내용도 최악이었다.
30일 KT전에서는 대체선발 문용익을 기용한 KT 상대로 8회까지 노히트노런으로 끌려가다가 완패했다. 31일 KT전에서는 마무리 정해영이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맞고 역전패를 당했다. 2일 한화전에선 3대 21로 올시즌 최다실점을 허용하고 대패했다. 이번 3연패로 KIA의 가을야구 진출 확률은 8.8%까지 떨어졌다. 남은 시즌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뒤집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KIA 비판이 조심스럽다면서 절대 익명을 요구한 해설위원은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난해 우승한 뒤 팀 전체적인 목표의식이 사라지고 긴장이 풀렸다, 시즌 준비과정에서부터 이런 문제가 나타났다는 지적. 1.5군과 백업 선수들로 경기할 때는 상승세를 타다가 주전들이 돌아온 뒤 오히려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꼬집었다. 정해영을 계속 마무리 카드로 고집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설위원은 KIA의 부진을 NC 다이노스와 비교했다.
"NC가 오히려 KIA보다 더 승률도 좋고 순위도 높지 않나. NC처럼 악조건 속에서 야구하는 팀도 저렇게 잘하고 있는데, KIA가 지금같이 야구해서 되겠나."
NC를 비교 대상으로 삼은 이유가 있다. 작년 우승팀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모든 전문가가 '절대 1강'으로 예상한 우승 후보였다. 반면 NC는 올시즌을 앞두고 대부분의 전문가가 하위권으로 예상한 전력이었다. 일부 전문가는 최하위로 예상하기도 했다. 타선은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강한 것도 아니고, 반면에 마운드가 너무 약해서 도저히 상위권에 올라가기 어렵다는 예상이 나왔다.
실제 9월 2일 현재 NC의 팀OPS는 0.747로 4위, 팀 ERA는 4.85로 전체 9위이니 시즌 전 전력 평가가 어느 정도 적중한 셈이다. 팀의 득점과 실점으로 구하는 피타고리안 기대승률도 0.474로 전체 9위인 걸 보면 하위권 전력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NC는 시즌 23경기를 남겨둔 현재 57승 6무 58패로 거의 5할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 중이다. 5위 롯데와 1.5경기차, 6위 KT와 1경기차로 가을야구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전력만 봐선 도저히 이길 것 같지가 않은데, 막상 경기가 끝나보면 이기는 날이 많다. 2일 KT전에서도 선발 김태경이 1회부터 무너져서 0대 4로 끌려갔고 상대 선발은 국가대표 사이드암 고영표였는데도 불펜이 잘 버티고 타선이 힘을 내서 9대 4 역전승을 거뒀다.
해설위원은 "NC는 시즌 초반에 홈구장도 없이 경기를 치르지 않았나. 두 달 동안 원정 야구장을 떠돌면서 경기를 치르면서도 확 무너지지 않고 경쟁력을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NC는 개막 초반 홈구장 창원NC파크에서 생긴 불행한 사고로 2개월간 홈경기를 못 치르고 유랑생활을 했다. 롯데 홈구장 사직에서 홈경기를 치르고, 홈 시리즈를 시즌 후반으로 미루는 경기 일정 조정을 겪었다. 나중엔 울산 문수야구장을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하면서 시즌을 치렀다. 보통 팀이라면 무너져도 진작에 무너져내렸을 대형 악재 속에서 시즌을 치른 것이다. 그런데도 NC는 원정경기를 떠도는 동안에도 23승 3무 25패 승률 0.479로 5할 가까운 승률을 유지하며 버텼다.
해설위원은 "NC는 홈구장도 없고, 그렇다고 강력한 외국인 선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국내 선발이 강하지도 않다. 3선발 이후부터는 선발이 5회 전에 내려가는 일이 다반사다. 그런데도 팀이 고참들 중심으로 하나로 똘똘 뭉쳐서 이겨보겠다고 야구를 하고 있다. 그런 팀이 성적을 내는 거다"라고 NC의 선전을 높게 평가했다. 이어 "KIA도 작년에는 그런 모습이었는데, 올해는 그 모습이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KIA도 악조건 속에서 성적을 낸 팀이었다. 스프링캠프 직전 감독과 단장이 동시에 불미스러운 일로 날아가는 악재가 있었다. 감독 없이 캠프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즌 개막 후엔 주전 선수 가운데 부상자가 속출했다. 그럼에도 베테랑과 중간급 선수들 중심으로 선수단 단합을 유지했다. 우승이라는 목표로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위기를 극복했고 통합 우승까지 이뤘다.
우승한 뒤 올해는 구단에서 더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대대적인 연봉 인상이 있었고, 미국 스프링캠프 때는 구단주의 배려로 전원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이동했다. 올해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 더그아웃에는 폭염 대비 냉방 시설까지 설치했다. 남부러울 것 없이 지원하고 최상의 조건으로 시즌을 준비했는데 오히려 경기력은 하락했다. 최악의 조건 속에서 악전고투한 NC의 선전과 비교가 되는 이유다.
해설위원은 "올해 KIA를 보면 답답하고 속상하다 못해 화가 날 정도"라며 "김도영이 없는 건 핑계일 뿐이다. KIA가 작년만큼 절실하지 않고 마음가짐이 작년같지 않은 게 더 근본적 문제다. KIA가 이렇게 야구하면 안 된다. 구성원들 모두가 정말로 각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