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에 좌타자 많으니까, 필요하면 내가 나간다" 불펜 등판 자원한 헤이수스, KT 가을야구 카드 되나 [스춘 현장]
좌완 불펜 부재 포스트시즌 약점될라, 외국인 선발투수의 불펜 자원이 갖는 의미
[스포츠춘추=수원]
KT 위즈는 좌완 불펜투수 한 명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는 팀이다.
3일 기준 KT 1군 엔트리에서 좌완투수는 선발 오원석과 외국인 선발 엔마뉴엘 데 헤이수스 단 두 명뿐이다. 불펜진은 우규민, 김민수, 이상동, 주권, 손동현, 박건우, 원상현, 박영현 등 온통 우완투수들로만 채워져 있다. KT 덕아웃 벽에 붙은 라인업용 화이트보드에는 우완 불펜을 쓸 자리가 모자라서, 우완인 원상현의 이름을 좌완투수 자리에 적어둘 정도다.
좌완 불펜투수가 없다 보니 좌타자가 많은 팀을 상대로 경기 후반 불펜 운영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다 물론 손동현(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178), 이상동(0.200) 등 좌타자 상대로도 피안타율이 좋은 우완투수들이 있지만, 스플릿 기록과 별개로 좌완 불펜의 부재는 상대의 라인업 구성과 대타 기용을 수월하게 해주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이강철 감독도 고민하는 지점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서는 그런대로 버틴다고 해도, 한 경기와 한 타자가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좌투수 부재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외국인 좌완 선발투수 엔마뉴엘 데 헤이수스의 불펜 등판이 눈길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헤이수스는 지난달 31일 KIA전에서 불펜으로 등판해 1이닝을 소화했다. 당시 헤이수스는 28일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서 6이닝을 던진 상태였지만, 이틀 휴식 뒤 이날 불펜으로 6회에 등판했다. 4대 3 한 점차로 앞선 6회초에 오원석에 이어 등판한 헤이수스는 1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켜냈다.
올라오자마자 주자 두 명을 허용해 위기를 맞이했지만, 세 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하는 위력투로 한 점 리드를 지켜냈다. 이 경기에서 KT는 9회말 김상수의 역전 적시타로 7대 6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헤이수스는 이틀 휴식을 취하고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한다. 지난 선발등판 기준으로는 6일 만이지만, 중간에 불펜 피칭이 끼어있어서 실제로는 이틀 휴식 후 등판이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강철 감독은 “오늘 헤이수스 투구수는 정상적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지난 불펜 등판은 선발등판 준비 기간에 소화하는 불펜피칭으로 여긴다는 설명이다. 이 감독은 “본인이 먼저 경기 전에 자원했다”면서 “원래 불펜피칭을 하는 날이었는데, ‘KIA에 좌타자가 많은데 왼손투수가 필요하면 내가 나갈 수 있다’고 자원했다”고 전했다. 만약 헤이수스 등판이 필요없는 상황이면 원래대로 불펜투구를 할 계획이었고, 30구 정도로 제한할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헤이수스의 불펜피칭은 추후 시즌 막판 순위싸움이 치열할 때와 포스트시즌에서 KT에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이 감독은 “이전에도 웨스 벤자민이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으로 나온 적이 있다”면서 “우리가 가을야구에 올라가게 된다고 가정하면, 불펜에서 한번 던져보길 잘 한 것 같다. 경험을 해본 게 좋다”고 밝혔다. 또한 시즌 막판 잔여경기 일정이 드문드문 있는 만큼 LG 등 좌타자가 많은 팀을 상대로도 등판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날 KT는 주포 강백호와 2루수 김상수가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대신 장성우가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하고 황재균이 2루수로 출전한다. 이 감독은 강백호의 제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고, 김상수는 허리가 계속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날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던 안현민은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다.
KT는 허경민(3루)-앤드류 스티븐슨(중견)-안현민(우익)-장성우(지명타자)-황재균(2루)-문상철(1루)-강현우(포수)-장준원(유격)-유준규(좌익)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으로 경기에 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