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협박·성희롱까지"...야구선수 SNS 피해 '준 형사범죄' 수준, 선수협 강경 대응 나선다 [스춘 이슈]
163명 설문 결과 73%가 인스타그램 피해... 가족까지 무차별 표적
[스포츠춘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선수들의 SNS 피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살해 협박과 성희롱, 스토킹 등 형사범죄에 해당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선수협회는 이에 대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법적 절차를 대리 진행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4일 밝혔다.
선수협회는 지난 8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국내 프로야구선수 163명을 대상으로 SNS 피해 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프로야구선수 SNS 피해에 대한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였다.
조사 결과 전체 피해 사례의 73%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생하고 있었다. 댓글이나 DM을 통한 피해가 61%를 차지했고, 가족 및 지인 계정을 대상으로 한 피해도 12%에 달했다. 피해 발생 시기는 응원 구단이 경기에서 지거나 선수가 실책을 범한 직후가 56%로 가장 많았으며, 시즌 내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는 응답도 15%나 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피해 대상이 선수 본인(49%)을 넘어 부모(31%), 배우자 및 여자친구(13%)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해 유형도 단순한 경기력 비난(39%)을 벗어나 가족이나 지인을 대상으로 한 비방(29%)이 많았다. 특히 이 중에는 살해 협박, 성희롱, 고인 모독, 스토킹·주거 침입 등 형사범죄에 해당하는 사례까지 포함돼 있어 선수협회는 "임계치를 이미 넘어선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SNS 피해는 선수들에게 정신적 스트레스(36%)를 가하고 있으며, 경기력 저하(14%), 수면·식욕 저하(11%)로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은퇴나 이적까지 고려하는 선수도 4%에 달해 선수 커리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선수들의 대응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무시·감수(39%), 차단·댓글 신고(28%) 등 개인 차원의 대응에 그치고 있으며, 과반이 넘는 선수(55%)가 선수협회 차원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수협회는 지난 8월 20일 악성 댓글 자제를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선수협회는 "현재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경우 SNS 악용 사례는 더욱 고도화되고 광범위하게 확산될 위험성이 높다"며 "이런 행위를 벌이는 이들은 더 이상 프로야구 팬이 아닌, 프로야구 팬을 사칭한 준 범죄자"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선수협회는 향후 발생하는 비상식적인 악성 사례들을 'SNS 상에서 이뤄지는 사이버 테러'로 규정하고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구체적으로는 피해 선수들을 대리해 형사고소나 법적소송 등의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동시에 SNS 피해 발생 상황에 대한 프로토콜 및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선수단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장동철 선수협회 사무총장은 "SNS 등에서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비상식적인 언어폭력이 발생하고 있지만 문제의 발언이나 상대의 프로필을 캡처하는 등 증거 수집을 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전체의 50%를 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NS 상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을 때는 무엇보다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내용들을 아우르는 교육 자료를 제작하고 전체 선수단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