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이름 발음하다 방송 사고날라! 욕처럼 들리는 양키스 신인투수 이름에 미국 중계진들 초비상 [스춘 MLB]

잘못 발음하면 욕설처럼 들리는 양키스 신인투수 이름 때문에 중계진들 '조마조마'

2025-09-05     배지헌 기자
양키스 신인투수 캠 슈리틀러(사진=MLB.com 방송화면)

 

[스포츠춘추]

선수 이름 발음하려다 방송 사고날라. 잘못 발음하면 욕설처럼 들리는 한 신인투수의 이름 때문에 방송인들 사이에 비상이 걸렸다. 뉴욕 양키스의 투수 유망주 캠 슈리틀러가 뛰어난 피칭 실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중계진들은 그의 이름 발음 때문에 매경기 조마조마하고 있다.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4일(한국시간) 기사에서 "양키스 중계방송 아나운서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캠 슈리틀러의 이름을 방송 중에 실수로 욕설로 발음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독일계 성씨인 슈리틀러를 빠르게 발음하다 보면 영어 욕설(shXX)처럼 들릴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로 지난 주말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11회 연장전에서 YES 네트워크의 라이언 루코 아나운서는 "이 경기 선발투수는 캠... 슈, 슈... 슈리틀러였습니다"라고 말하는 실수를 범했다. 루코는 곧바로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라며 가볍게 웃어넘겼지만, 해당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15만 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이런 실수를 양키스 중계진들은 오래전부터 우려해왔다. YES 방송사의 간판 아나운서 마이클 케이는 "위험천만한 이름"이라며 "슈리틀러라고 말하기 전에 잠깐 멈추거나, 아예 피할 수 있으면 피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슈리틀러라고 말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실수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다른 중계진들도 각자 나름의 대처법을 개발했다. 데이브 심스는 "1960년대 슐리츠 맥주 광고를 떠올리며 발음한다"고 했고, 여성 캐스터 수진 왈드맨은 "집중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리포터 메러디스 마라코비츠는 슈리틀러가 팀에 합류한 첫날 그에게 다가가 "정말 죄송하다. 언젠가는 당신 이름을 잘못 말할 것 같다"고 미리 사과했다. 슈리틀러는 웃으며 "당신이 첫 번째는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양키스 신인투수 캠 슈리틀러(사진=MLB.com 방송화면)

중계진들이 이토록 조심스러워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야구 중계는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많은 사람이 시청한다. 특히 어린이들도 시청하는 중계방송에서 욕설이 나오면 큰 문제가 된다. 연방통신위원회에서 방송 중 욕설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이런 발음 실수로 인한 방송사고는 과거에도 있었다. 2023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캐스터였던 글렌 카이퍼가 니그로리그 야구 박물관에 대해 설명하던 중 발음을 인종 비하 표현과 비슷하게 들리게 하는 실수를 저질러 해고당한 사례가 있다. 당시 카이퍼는 '실수'라고 항변했지만, 고의적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전례 때문에 미국 방송계에서는 선수 이름 발음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발음하기 힘든 이름의 주인공 슈리틀러는 이런 주위 반응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평생 이름 때문에 고생했다"며 "사람들이 보통 L 하나를 빼먹어서 잘못 발음한다"고 말했다. 팀 동료들은 그를 그냥 '슐릿'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올해 7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슈리틀러는 9경기 선발등판에서 2승 2패 평균자책 2.61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160km/h가 넘는 강속구와 흔들림 없는 마운드에서 자신감으로 양키스의 미래를 책임질 투수로 평가받는다. 아나운서들에게는 골칫덩이지만, 팬들에게는 기대주인 셈이다. 앞으로도 양키스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인들은 오랫동안 고통받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