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하자!"...오지환의 묵직한 한마디, 침묵했던 LG트윈스를 깨웠다! [스춘 히어로]

오지환 독려 후, LG 타선 대폭발→대역전승

2025-09-05     황혜정 기자
LG 트윈스 오지환이 동점 투런포를 터트린 뒤 더그아웃에서 환호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수원=스포츠춘추]

“(오)지환이 형이 더그아웃 들어오면서 ‘집중하자’고 하셨어요.”

항상 그랬다. 팀이 흔들릴 때마다 조용히 중심을 잡아줬다. 지난해 스스로 주장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묵묵히 팀을 이끌어온 LG 트윈스의 베테랑 내야수 오지환(35)이 또 한 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의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LG는 지난 4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8회초 문성주의 만루 홈런에 힘입어 10-8로 짜릿한 대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초반만 해도 LG가 우세했다. 4회까지 1-0으로 앞섰지만, 5회말 3실점으로 1-3 역전을 허용했다. 6회초 오지환이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3-3 균형을 맞췄지만, 수비 실책과 적시타로 6회말 다시 3-6으로 리드를 내줬다.

7회초 5-6까지 따라붙은 LG는 7회말 KT '괴물 타자' 안현민에게 쐐기 2점 홈런을 허용하며 5-8로 다시 끌려갔다. 분위기는 무거웠고, 더그아웃은 침묵에 잠겼다. 그때, 오지환이 나섰다. 묵직한 한마디. “집중하자.” 더그아웃을 향한 이 짧고 강한 메시지는 선수단 전체를 깨웠다.

문성주는 경기 후 “지환이 형이 그렇게 말하셨을 때, ‘형들이 아직 포기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순간을 돌아봤다. KT가 점수를 벌릴 때마다 무거워지던 분위기 속에서, 오지환의 그 한마디는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게 한 결정적 계기였다.

LG 문성주가 통산 2번째 만루홈런을 터트리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그리고 오지환은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도 보여줬다. 8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그는 KT 투수 김민수를 상대로 우중간 안타를 만들어냈고, 이어 박동원의 2루타로 무사 1,3루 찬스를 만들었다. 대타로 나선 신인 박관우의 희생플라이로 오지환은 홈을 밟으며 추격의 불씨를 지폈다.

이어 박해민과 신민재가 연속 볼넷으로 출루하며 1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고, 문성주가 박영현의 체인지업을 노리고 강하게 배트를 휘둘러 전율의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렸다. LG가 단숨에 10-8로 전세를 뒤집었다.

올 시즌 리그 1위를 달리는 LG는 이날 경기 전까지 2위 한화와도 5경기 차로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4~5위권의 치열한 가을야구를 방불케 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매사에 “야구는 끝까지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데, 선수단 역시 사령탑과 같은 자세로 경기에 임한다.

LG의 선두 질주의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다. 두터운 선수층, 코칭 스태프와 프런트의 체계적이고 꾸준한 노력은 기본이다. 여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힘, 바로 ‘선수들 사이의 문화’가 있다. 그 중심에 오지환이 있다. 베테랑으로서 솔선수범하고,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따르게 만드는 리더십이 바로 그것이다. 이날 동점 투런포 포함 3안타를 기록한 오지환의 활약은 단순히 성적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팀을 추슬러 다시 일어서게 만든 ‘리더’로서의 존재감이 더욱 빛났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