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은 뒷전, 수익만 우선' 25년 군림한 토트넘 회장 드디어 축출..."우리는 더 많은 승리를 원한다" [스춘 해축]

루이스 가문 "팬들이 원하는 건 더 많은 승리"... 신임 회장에 피터 채링턴 임명

2025-09-05     배지헌 기자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물러났다.

 

[스포츠춘추]

25년간 토트넘 홋스퍼를 지배한 다니엘 레비 회장이 물러났다. 클럽은 '사임'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상은 경질이다. 토트넘의 소유주인 억만장자 루이스 가문이 내린 결정이었다. 레비는 지난 24년간 토트넘을 일류 클럽으로 탈바꿈시켰지만, 결국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리에서 밀려났다.

토트넘은 5일(한국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레비의 퇴임 소식을 알렸다. 루이스 가문 측 인사인 피터 채링턴이 신설된 비상임 회장직을 맡는다. 지난 4월 CEO로 임명된 비나이 벤카테샴의 권한은 더욱 커질 예정이다. 루이스 가문 관계자는 "토트넘 팬들이 원하는 것을 우리도 원한다. 더 많이 이기는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를 강조했다.

레비는 2001년 3월 앨런 슈가로부터 회장직을 넘겨받았다. 재임 25년간 13명의 감독을 경질했다. 임시 감독은 제외한 수치다. 그럼에도 트로피는 2008년 리그컵과 올해 유로파리그 우승이 전부였다. 그것도 무려 17년 만의 우승이었다.

레비의 마지막 결정은 파격이었다. 유로파리그 우승 2주 후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하고 토마스 프랭크를 새 감독으로 데려온 것이다. 우승 감독을 자르는 초강수. 감독을 희생양으로 삼는 전형적 레비식 결정이었지만, 이번에는 본인도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레비에겐 공과가 뚜렷하다. 10억 파운드가 투입된 신축 경기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도 레비 시대의 성과다. 토트넘을 유럽 무대의 단골손님으로 만든 것도 그의 공이다. 딜로이트 머니리그 기준 토트넘은 세계 9위 부자 클럽으로, 연 매출이 5억1200만 파운드에 달한다.

하지만 팬들의 불만은 컸다. '이익이 우선이지 영광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는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24년, 16명 감독, 1개 트로피 - 이제 바뀔 때"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레비 아웃" 구호가 경기장을 뒤덮었다. 정작 중요한 프리미어리그 17위라는 참담한 성적도 분노를 키웠다.

우승 트로피, 그 중심엔 손흥민(사진=토트넘 홋스퍼 SNS)

그렇다면 레비는 왜 지금 물러나야 했을까. 루이스 가문은 올해 초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해 클럽 운영 전반을 검토했고, 축구적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루이스 가문의 젊은 세대가 변화를 주도했다. 조 루이스의 자녀인 비비안과 찰리가 핵심 역할을 했다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다.

레비는 성명을 통해 "팀을 세계적 헤비급으로 키웠다"며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토트넘 팬들이 원한 건 최신식 경기장이 아니라 트로피였다. 멋진 시설과 높은 매출만으로는 우승 갈증을 해소할 수 없었다.

새 비상임 회장 채링턴은 루이스 가문의 투자회사 에닉의 이사다. 그는 "클럽 안팎으로 새로운 리더십의 시대"라며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소유 구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클럽은 강조했다.

레비 체제의 종료가 토트넘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그가 구축한 탄탄한 재정 기반과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는 분명한 자산이다. 문제는 축구다. 레비가 25년간 보여준 감독 선임과 선수 영입의 패턴을 보면, 근본적 변화 없이는 비슷한 결과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새 경영진이 과연 다른 접근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