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되살아난 NBA 뒷돈 스캔들, 카와이 운명은? 계약 무효-드래프트픽 박탈 중징계 유력 [스춘 NBA]

카와이 레너드 파문, 25년 전 미네소타-조 스미스 파문보다 더 심각하다

2025-09-05     배지헌 기자
카와이 레너드 뒷돈 파문이 NBA를 발칵 뒤집었다(사진=NBA 방송화면)

 

[스포츠춘추]

카와이 레너드와 LA 클리퍼스를 둘러싼 뒷돈 파문이 NBA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지난 4일(한국시간) 미 현지 매체들을 통해 레너드가 클리퍼스 구단주 스티브 발머와 연결된 환경 기업 아스피레이션으로부터 4년간 2800만 달러(약 373억원)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파블로 토레의 팟캐스트에 출연한 전직 아스피레이션 직원들은 "어떤 일도 하지 않는 대가로 받은 돈"이라고 증언했다. NBA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후원 계약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이 인터뷰한 전직 아스피레이션 직원들은 "샐러리캡을 우회하기 위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발머가 5000만 달러를 투자한 회사가 레너드에게 거의 같은 액수를 지급한 것도 의혹을 키운다. 더 나아가 보스턴 스포츠 저널은 레너드가 회사 주식으로 추가 2000만 달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총 480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이다.

NBA는 과거에도 비슷한 일로 중징계를 내린 적이 있다. 2000년 미네소타 팀버울브스가 조 스미스와 비슷한 음모를 꾸미다 혹독한 처벌을 받은 전례가 있다. 당시 미네소타는 스미스와 비밀 계약을 맺었다. 3년간 헐값에 뛴 뒤 4년차에 8600만 달러 대박 계약을 주기로 이면 계약을 체결했다.

미네소타는 350만 달러 벌금에 1라운드 지명권 5개를 박탈당했다. 구단주 글렌 테일러와 단장 케빈 맥헤일은 1년간 출입금지 처분을 받았다. 스미스의 계약은 무효가 됐다. NBA 역사상 가장 가혹한 처벌 중 하나였다. 당시 맥헤일은 "8~10개 팀이 항상 이런 짓을 한다. 그들은 교묘하게 하고 우리는 들켰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데이비드 스턴 당시 커미셔너는 가차 없었다.

레너드 사건은 여러 면에서 스미스 사건보다 복잡하다. 우선 금액이 크다. 스미스가 받기로 한 8600만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레너드는 이미 클리퍼스로부터 거액을 받고 있는 슈퍼스타다. 그가 2021년 4년 1억7600만 달러로 재계약한 것도 의심스럽다. 당시 그는 더 짧은 계약을 체결해 2022년 2억3500만 달러 계약의 기회를 노릴 수 있었다. 왜 손해를 감수하며 팀에 유리한 계약을 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더 공교로운 건 타이밍이다. 발머가 아스피레이션에 5000만 달러를 투자한 게 2021년 9월이었다. 레너드 재계약 한 달 뒤였다. 그리고 몇 주 후 클리퍼스는 아스피레이션을 23년간 3억 달러짜리 메인 스폰서로 발표했다. 이런 절묘한 순서를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레너드의 아스피레이션 계약서에는 "클리퍼스 소속이 아니면 계약이 무효"라는 조항까지 들어있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전직 아스피레이션 재무 담당자는 "레너드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삼촌 데니스(레너드의 대리인)가 지급을 요구했고, 이는 최우선 과제였다"고 증언했다.

SI(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크리스 매닉스는 "NBA 관계자들이 이번 의혹에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닉스에 따르면 한 서부 컨퍼런스 단장은 "정말 나쁜 일이다. NBA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처벌은 미네소타보다 더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와이 레너드 뒷돈 파문이 NBA를 발칵 뒤집었다(사진=NBA 방송화면)

NBA는 샐러리캡 파괴가 리그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여긴다. 발머는 자산 1530억 달러의 NBA 최고 부자 구단주다. 그가 이런 식으로 돈을 쓴다면 다른 구단들은 어떻게 경쟁하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사건이 고도로 계획적이란 점도 문제다. 스미스 사건은 단순한 비밀 계약이었지만, 이번엔 제3의 회사까지 동원한 정교한 구조다.

무엇보다 레너드는 초범이 아니다. 2019년 자유계약 당시에도 그의 삼촌이 여러 팀에 구단 지분, 전용기, 주택 등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당시 NBA 조사에서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아스피레이션이 파산하면서 내부 문서들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클리퍼스 구단은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발머가 아스피레이션에 투자한 건 레너드에게 돈을 흘려보내기 위함이 아니다. 환경 보호라는 회사 비전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팀 스폰서가 선수와 별도 후원 계약을 맺는 건 일반적"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의심스러운 정황은 한둘이 아니다. 레너드가 아스피레이션을 위해 한 일이 전혀 없다는 점, 계약서의 특이한 조항들, 그리고 무엇보다 금액의 규모가 그렇다. 아스피레이션 공동창업자 조 샌버그가 지난달 2억4800만 달러 사기 혐의로 유죄를 인정한 것도 클리퍼스에겐 악재다. 이 회사 자체가 거대한 사기극이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NBA 규정에 따르면 샐러리캡 위반 시 최대 750만 달러 벌금, 드래프트 지명권 박탈, 선수 계약 무효, 관련자 최대 1년 출장정지 등의 처벌이 가능하다. 미네소타 사례를 봤을 때 NBA는 본보기를 만들기 위해 최대한 엄벌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발머에게 750만 달러 벌금은 용돈 수준이다. 진짜 아픈 건 드래프트 지명권 박탈과 레너드 계약 무효일 것이다. 클리퍼스가 새 경기장 인튜이트 돔 개장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꿈꾸던 시점에 이번 파문은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