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봇 되겠다"더니 빈말 아니었네...8개월 기다린 복수혈전! 알카라스, 노장 조코비치 잡고 결승 진출 [스춘 테니스]

6-4, 7-6(4), 6-2 승...38세 조코비치의 25번째 메이저는 또 좌절

2025-09-06     배지헌 기자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결승행을 확정했다(사진=US 오픈 공식 SNS)

 

[스포츠춘추]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노박 조코비치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섰다.

알카라스는 6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플러싱메도우스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준결승에서 조코비치를 6-4, 7-6(4), 6-2로 꺾고 3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알카라스가 하드코트에서 조코비치를 이긴 건 생애 처음이다.

이번 승리는 알카라스가 8개월간 준비해온 '복수혈전'이다. 지난 1월 호주오픈 8강에서 알카라스는 조코비치를 상대로 1세트를 먼저 가져갔지만, 부상 투혼을 발휘한 조코비치의 기세에 밀려 세트 스코어 1-3으로 무너졌다. 당시 알카라스는 조코비치의 부상 상태를 신경쓰느라 정작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날 알카라스는 철저히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했다. 2세트에서 조코비치가 3-0으로 앞서 나가며 호주오픈의 악몽이 되살아날 뻔했지만, 알카라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바로 브레이크백에 성공하며 6-6까지 따라붙었고, 타이브레이크에서 승부를 가렸다.

타이브레이크에서 조코비치는 평소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거의 한 세트 동안 완벽한 테니스를 구사하던 그가 갑자기 서브 앤 발리를 시도하다가 첫 포인트를 내줬다. 이어진 랠리에서도 성급하게 공격을 시도하다 실수를 범했다. 알카라스가 4-1로 앞선 가운데 조코비치는 3포인트를 연달아 따내며 추격했지만, 이미 때가 너무 늦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매튜 퓨터먼과 찰리 에클셰어 테니스 전문기자는 "알카라스가 시속 211km의 서브를 정중앙으로 꽂아넣었고, 이는 마치 오른쪽 훅 펀치가 턱을 때리는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세트포인트에서 알카라스는 세컨드 서브로도 조코비치의 백핸드를 무너뜨렸다. 역대 최고의 리턴 선수로 꼽히는 조코비치도 백핸드를 길게 보내며 세트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3세트는 일방적이었다. 조코비치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알카라스는 초반부터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매치포인트에서도 조코비치는 서브 앤 발리를 시도했지만 공이 아웃됐고,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노박 조코비치(사진=마이애미 오픈 중계화면)

알카라스는 경기 후 "오늘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좋은 경기는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한 수준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조코비치에 대해서는 "역사상 최고의 리턴 선수 중 한 명과 경기한 것"이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알카라스가 집중적으로 개선한 부분은 서브였다. 그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서브봇이 되겠다"고 말해왔는데, 이날 경기에서 그 효과가 확실히 드러났다. 호주오픈에서는 1서브 성공률이 67%, 2서브 성공률이 37%였지만, 이날은 각각 84%와 54%까지 올렸다. 특히 2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4-1 리드를 날려먹은 뒤에도 서브로 위기를 극복했다.

조코비치는 올해 4개 메이저 대회 모두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모두 이 단계에서 탈락했다. 사상 첫 25번째 메이저 타이틀 획득은 또다시 좌절됐다. 24,000명이 가득 찬 아서 애시 스타디움의 관중들은 "노-박, 노-박"을 외치며 조코비치를 응원했지만, 젊은 스페인 선수의 기세를 막지는 못했다.

알카라스는 8일 결승에서 야닉 시너와 펠릭스 오제 알리아심 대결의 승자를 만난다. 알카라스가 우승하면 6번째 메이저 타이틀이자 US오픈에서는 두 번째 우승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승전 경기장을 직접 찾을 예정이라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경기다.

한편 여자부에서는 아만다 아니시모바가 나오미 오사카에 6-7(4), 7-6(3), 6-3으로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아니시모바는 토요일 결승에서 아리나 사발렌카와 맞붙는다. 사발렌카는 한국계 미국인 선수 제시카 페굴라를 4-6, 6-3, 6-4로 꺾고 2년 연속 결승행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