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주자 실점율 21.9%에서 드러난 장현식의 '흔들림'과 LG 불펜진의 '탄탄함' [스춘 이슈]
장현식, 후반기 들어 '흔들'
[잠실=스포츠춘추]
최근 6경기 성적만 보면 나쁘지 않다. 무실점, 무실점, 무실점, 1실점(비자책), 3실점(2자책), 무실점. 평균자책점 3.86.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불안감이 짙게 깔려 있다. 바로 LG 트윈스 불펜투수 장현식(30)의 얘기다.
볼넷은 적지만 안타 허용이 잦고, 등판할 때마다 위기를 자초한다. 자책점이 크게 늘지 않는 건 뒤이어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들이 그를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장현식이 만든 위기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장현식은 지난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서 구원 등판해 0.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표면적인 기록은 무난하지만, 실제 내용은 달랐다. 선두타자 정준재와 10구 승부 끝에 좌전 안타를 내줬고, 이어 박성한에게도 좌중간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최정과의 승부에서는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까지 내줬다. 무사 만루 위기에 몰린 LG는 장현식을 내리고 함덕주를 올렸고, 함덕주가 두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장현식의 실점은 없었다.
그러나 직전 등판이었던 4일 KT전은 상황이 달랐다.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선두 안현민에게 2루타를 맞고, 장성우와 이정훈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8월 31일 키움전에서는 1사 3루 위기에서 연속 삼진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폭투로 1점을 허용했다.
성적의 기복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전반기에는 3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했으나, 후반기 22경기에서는 4.50으로 치솟았다. 피안타율도 0.282에서 0.364로 크게 상승했고, 1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내려오는 경우가 잦아졌다.
특히 장현식이 마운드를 내려가며 넘긴 주자의 수는 올 시즌 32명에 달한다. 지난해 KIA 시절 75경기에서 34명을 남겼던 것과 비교하면, 52경기만에 유사한 수치에 도달했다.
그러나 여기서 흥미로운 수치가 하나 있다. 바로 ‘승계주자 실점율’이다. 지난해 KIA에서는 장현식이 넘긴 주자의 44.1%가 득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LG로 이적한 올해는 단 21.9%만이 득점했다. 다시 말해, 장현식이 위기를 남기고 내려간 상황에서도 LG 불펜진이 78.1%의 확률로 이를 틀어막았다는 뜻이다.
이는 장현식의 평균자책점을 ‘보호’하는 동시에, LG 불펜진의 견고함을 방증하는 수치다. 실제로 LG는 올 시즌 구원진 평균자책점 3.90으로 이 부문 리그 3위를 기록 중이다. 장현식의 흔들림 속에서도, LG의 불펜은 제 몫 이상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장현식은 지난해 KIA에서 필승조 핵심으로 팀의 통합우승을 이끌었고, 시즌 후 FA 자격을 얻어 LG와 4년 총액 52억 원에 계약했다.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입단한 첫 해, 그러나 잦은 기복과 위기관리 능력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염경엽 LG 감독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장현식은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카드다. 장현식이 살아나야 우리가 포스트시즌은 물론 페넌트레이스에서도 훨씬 수월해진다”며 재신임을 밝혔다. 선수 본인도 부단히 노력 중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제 팬들과 팀의 바람은 하나다. 장현식이 지난 시즌처럼 다시 제 기량을 되찾아, LG의 필승 카드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탄탄한 불펜진 속에서 장현식이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