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력 보강 절실한 롯데, 올해도 1라운드 지명은 투수? 박세웅-김원중 뒤이을 강속구 우완 '풍성' [스춘 드래프트 유망주 ③]
9월 17일 드래프트 4순위... '투수-야수' 번갈아 선택한 패턴 올해는 깰까
[스포츠춘추]
롯데 자이언츠는 최근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혹은 1차지명)에서 야수와 투수를 골고루 지명해 왔다.
2020 드래프트에선 연고지 1차지명으로 경남고 우완 최준용을 지명했고, 2021 드래프트 1차지명은 장안고 포수 손성빈을, 2022 드래프트에서는 개성고 우완 이민석을 1차지명으로 선택했다. 1차지명이 없어지고 전면드래프트로 바뀐 2023 드래프트에선 1라운드에서 휘문고 내야수 김민석을 지명하며 투수-야수-투수-야수를 번갈아 선택하는 패턴을 보였다.
2024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아예 1라운드 지명으로 투타겸업 선수를 골랐다. 경북고 에이스이자 4번타자로 고교야구를 평정한 '한국의 오타니' 전미르를 지명했다. 전미르는 롯데 입단 뒤 타자를 포기하고 불펜투수로 활약하다 혹사 여파로 팔꿈치 수술대에 올랐고, 이후 상무야구단에 입대해 투수 재활 기간 동안 타자로 출전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2025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의 선택은 다시 투수, 그것도 좌완투수였다. 롯데는 광주일고 좌완 김태현을 1라운드 4순위로 지명했다. 김태현 외에도 2라운드에서는 배명고 우완 박세현을, 3라운드에서는 야탑고 투수 김현우를 지명했다. 1~3라운드에서 모두 투수를 지명하면서 마운드 보강에 공을 들였다.
이처럼 야수와 투수를 번갈아 선택해온 롯데가 올해 드래프트에선 어떤 포지션을 가장 먼저 선택할까. 분명한 건, 롯데에 주어진 선택의 카테고리가 그렇게 다양하진 않다는 점이다. 올해 드래프트 대상 유망주 가운데 우완 투수 유망주는 풍년인 반면, 상대적으로 야수나 좌완투수 중에는 대어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야수 최대어로 꼽히는 신재인(유신고)은 롯데 차례까지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장타력과 강한 어깨를 겸비한 대형 내야수 신재인은 1라운드 3순위 이전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스카우트 사이의 예상이다. 물론 오재원(유신고), 박한결(전주고) 등 다른 야수도 있지만 1라운드 4순위에 지명하기엔 다소 얼리픽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팀 전력상으로 봐도 야수보다는 즉시전력감 투수가 필요한 롯데다. 롯데는 올시즌 야수 세대교체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8일 기준 25세 이하 야수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이 8.59승으로 10개팀 중 1위다. 25세 이하 야수가 소화한 타석 수도 1877타석으로 가장 많다. 3년째 리빌딩한다는 키움 같은 팀보다 오히려 젊은 야수 출전이 훨씬 많았던 롯데다.
롯데에는 이미 지난해부터 두각을 드러낸 윤동희(외야수), 고승민(2루수), 나승엽(1루수) 등이 있고, 올시즌 새로 급부상한 한태양(2루수, 유격수), 박찬형(3루수), 김동혁(중견수), 이호준(유격수) 등 포지션마다 젊은 야수들이 성장하고 있다. 포수 자리에도 손성빈과 박재엽 등이 있어 당장 야수가 급한 상황은 아니다.
반면 마운드 전력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에 속한다. 현재까지 팀 평균자책이 4.55로 전체 7위에 그치고 있다. 국내 에이스 박세웅이 내년이면 30대에 접어들고, 불펜의 김원중-김강현-구승민 등도 30대라 젊은 투수를 잔뜩 쌓아둘 필요성이 충분하다. 원래 야구에서 투수가 너무 많다는 말은 결코 성립할 수 없다. 투수는 아무리 많아도 항상 부족한 법이다.
이에 지명 대상 우완 유망주 강속구 선수들에 시선이 쏠린다. A구단 스카우트는 "올해 상위 지명 후보 중에는 140 후반에서 150km/h 초반을 던지는 강속구 우완 투수가 많다"면서 "공만 빠른 게 아니라 제구력이나 운영 능력도 어느 정도 갖춘 투수들이 있어 즉시전력감으로 기대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최대어 투톱 박준현, 양우진을 제외하고 가장 자주 이름이 나오는 선수는 투수 넘버3로 평가받는 김민준(대구고)이다. 우완 정통파 투구 김민준은 '안정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올해 고교 주말리그와 전국대회 20경기에 등판해 10승 무패, 평균자책 2.16을 기록한 무패의 에이스다.
B구단 스카우트는 "제구력도 좋고, 경기를 할 줄 아는 선수다. 구속은 최고 150km도 나온 적이 있고 148, 149km도 여러 번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C구단 스카우트는 "높은 데서 내리꽂는 타점이 좋고 위에서 떨어지는 스플리터와 슬라이더가 좋다. 메커니즘이 아주 좋은 건 아니지만 유연성이 좋아서 커버가 된다"고 덧붙였다. D구단 스카우트는 "프로에서 바로 중간계투로 활용 가능한 선수라고 본다. 컨트롤에 안정감이 있고 볼볼볼볼 하는 투수가 아니다"라고 평했다.
193cm 장신의 신동건(동산고)은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오버핸드 투구가 장점이다. A구단 스카우트는 "높은 데서 아래로 내리꽂는 듯한 타점이 좋다. 공의 각이 좋고, 패스트볼의 볼끝이 좋은 투수다. 변화구로는 커브를 던지는데 역시 위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떨어지는 각이 좋다"고 평가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커브에 자신 있는지 구사율이 상당히 높다. 한동안 부상설이 있었는데 청룡기 대회에서 147km까지 던지며 그런 걱정은 쑥 들어갔다"고 말했다. C구단 스카우트는 "193cm 장신에서 나오는 공의 각도와 구위가 매력적이다. 신체조건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서울고 이호범은 올해 드래프트 다크호스로 꼽힌다. A구단 스카우트는 "올해 드래프트 다크호스 중 하나다. 150km대 빠른 볼을 던진다. 패스트볼 제구력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신체조건도 좋고 투구하는 메커니즘이 좋아서 미래 발전 가능성이 좋은 투수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변화구만 보완하면 좋은 투수가 될 것 같다. 변화구가 확실한 게 없는데 슬라이더 비슷한 공이 조금씩 좋아지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C구단 스카우트는 "지난해 서울고 투수로 KT 위즈에 입단한 김동현이 연상되기도 한다. 꾸준한 성장세가 돋보이는 투수로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게 많은 투수"라고 덧붙였다.
청주고의 정다훈도 150km/h 클럽 멤버 중 하나다. 올해 최고 151km/h를 기록한 정다훈에 대해 A구단 스카우트는 "최근 2년간 꾸준하게 성장세를 보여준 선수다. 구속도 좋고 제구력도 나쁘지 않다. 프로에서 중간투수로 빠르게 활용하기는 괜찮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타점이 높지는 않지만 팔 스윙이 간결하다.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잘 던졌고 최근에도 좋은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C구단 스카우트는 "원래는 슬라이더가 약하다고 봤는데 최근 던지는 걸 보니 괜찮더라. 변화구 개발에도 적극적인 모습이 보인다"고 평했다.
전주고의 박지훈은 고교 유망주 가운데 박준현 다음으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A구단 스카우트는 "최고 152km까지 기록했고 보통 140 후반대를 던진다"며 "제구가 양호하고, 경기 운영도 잘하고 안정감이 있다"고 말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다른 상위 유망주들과 달리 팔 각도가 약간 옆에서 나오는 스타일이다. 릴리스 포인트도 옆쪽이라 우타자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C구단 스카우트는 "특히 바깥쪽 공을 던지면 공이 대각으로 나오면서 멀게 느껴진다. 독특한 투구 스타일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올시즌 5강 싸움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투수력 부족을 절감하고 있는 롯데에게 즉시전력감이 될 만한 투수 유망주는 다다익선이다. 물론 예상을 깨고 롯데가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또 롯데에 필요한 선수가 앞에서 지명되지 않고 내려올 경우 롯데의 선택도 달라질 수 있다. 투수와 야수를 번갈아 선택해온 롯데의 지명 패턴이 올해도 이어질지, 오는 17일 열리는 드래프트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