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FA 중에 유격수다운 유격수는 김하성 하나뿐...보라스가 이런 대박 찬스를 놓칠리 없다 [스춘 MLB]

올 겨울 FA 시장 유격수 부족으로 협상력 상승

2025-09-08     배지헌 기자
애틀랜타 이적 후 맹활약하는 김하성(사진=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공식 SNS)

 

[스포츠춘추]

'어썸 킴' 김하성이 내년에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현지 매체 분석이 나왔다. 올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유격수 부족 현상이 김하성의 협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MLB닷컴은 8일(한국시간) 김하성의 애틀랜타 합류 후 활약상을 분석하며 장기 계약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매체는 "김하성이 남은 시즌 동안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면 애틀랜타가 연평균 최소 1600만 달러(약 224억원)의 다년 계약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하성은 현재 2026시즌 1600만 달러 선수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계약을 유지하고 애틀랜타에 남을지, 아니면 옵트아웃을 행사해 FA 시장에 나설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애틀랜타는 올해 남은 시즌 김하성에게 지급할 약 200만 달러를 일종의 '스카우팅 비용'으로 여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애틀랜타의 유격수 고민은 절실했다. 시즌 내내 이 포지션에서 해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하성이 오기 전까지 애틀랜타 유격수들은 타율 .217, 장타율 .249, OPS .524로 메이저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시즌 종료를 한 달여 앞두고서야 구단이 웨이버를 통해 김하성을 영입한 이유다.

뒤늦은 영입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김하성은 애틀랜타에서 17타수 5안타로 타율 .294를 기록하며 즉시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수비에서도 눈부신 플레이를 여러 차례 선보이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브라이언 스니커 감독은 "김하성이 할 수 있다면 남은 경기에 모두 출전시켜도 좋겠다. 이미 보여준 것처럼 이 팀에 무엇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보고 싶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샌디에이고 시절 동료였던 주릭슨 프로파는 "그는 형제 같은 존재다. 탬파베이에서와 달리 애틀랜타에서는 대화할 사람들이 있어서 다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팀 분위기가 김하성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겨울 FA 유격수 시장을 살펴보면 의외로 빈약하다. 구단들이 앞다퉈 영입하고 싶어할 선수가 드물다는 얘기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보 비셰트는 타격에서는 관심을 끌겠지만 수비에서 메이저리그 유격수 중 최하위인 -13 OAA(아웃 어보브 애버리지)를 기록하고 있다. 진정한 유격수라고 부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트레버 스토리도 마찬가지다. 콜로라도를 떠난 뒤 좀처럼 평균 이상의 타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 보스턴에서 302경기를 뛰며 wRC+ 93을 기록했고, 이번 시즌 수비 지표도 -2 OAA에 그쳤다. 향후 2시즌 5500만 달러가 보장된 계약에서 옵트아웃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비셰트와 스토리를 제외하면 올란도 아르시아(구단 옵션), 미겔 로하스, 아이제아 카이너-팔레파, 아메드 로사리오, 폴 데용, 그리고 김하성 정도만 FA 유격수 후보로 거론된다. 선택의 폭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검증된 유격수 김하성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애틀랜타 이적 후 맹활약하는 김하성(사진=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공식 SNS)

그동안 현지 매체와 전문가 사이에선 김하성이 선수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었다. 올해 어깨 수술 후유증과 햄스트링, 종아리, 발, 허리 부상 등으로 고생했기 때문이다. OPS .705라는 아쉬운 성적과 잦은 부상을 고려하면 1600만 달러가 보장된 계약을 포기하지 않을 거란 예상이다.

하지만 김하성의 에이전트가 스콧 보라스라는 점이 변수다. 보라스는 시장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데 능하다. 올겨울 유격수 FA 시장이 유독 얇다는 점을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MLB닷컴은 "김하성의 도박은 그리 큰 위험이 아니다. 단순히 1년 1600만 달러보다 더 나은 조건을 얻을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하성의 올해 부상들이 어깨 수술 후 정상적인 오프시즌을 갖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는 해석도 설득력이 있다. 만약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내년 시즌 건강하게 복귀한다면 골드글러브 수상 경력이 있는 검증된 유격수로서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보라스라면 이런 시장 상황에서 김하성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릴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김하성의 선택이 관건이다. 안전하게 1600만 달러를 받고 애틀랜타에 남을지, 아니면 빈약한 유격수 FA 시장에서 더 큰 계약을 노려볼지 결정해야 한다. 애틀랜타가 먼저 손을 내밀어 연장계약을 제안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어차피 내년에 유격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김하성보다 나은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