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 유망주 많은 두산 부럽다" 강철매직 올해는 한 푸나, 외야수 오재원-유격수 박한결에 KT '군침' [스춘 드래프트 유망주 ④]
창단 이래 12년 연속 투수부터 뽑은 KT...올해만큼은 야수 지명 절실한 상황, 과연?
[스포츠춘추]
오는 9월 17일 열리는 202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6순위 KT 위즈가 어떤 선택을 할지 흥미롭다. 창단 이래 12년 연속 첫 번째 지명권으로 투수만 뽑아온 KT가 올해는 야수를 선택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내외야 할 것 없이 전반적인 야수진 세대교체가 절실한 상황에서 과연 KT의 '투수 우선' 전략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KT는 창단 이후 처음 참가한 2014 드래프트부터 지난해 열린 2025 드래프트까지 항상 첫 번째 지명권으로 투수를 선택했다. 2014 드래프트에서 창단팀 특별지명으로 뽑은 북일고 류희운과 개성고 심재민이 시작이었다. 이후 2015 드래프트 동의대 홍성무-청주고 주권, 2016 경북고 박세진, 2017 장안고 조병욱, 2018 유신고 김민, 2019 안산공고 전용주, 2020 유신고 소형준, 2021 장안고 신범준, 2022 유신고 박영현, 2023 대구고 김정운, 2024 부산고 원상현, 2025 서울고 김동현까지 일관된 패턴이었다.
물론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8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서 야구천재 강백호를 지명하는 큰 수확이 있었고, 2022 신인 2차 4라운더 안현민의 포텐셜이 올해 터져 신인왕 후보로 올라서는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그간 KT 드래프트의 초점이 주로 야수보다는 투수 쪽에 맞춰져 있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상위 지명권을 투수에만 집중한 결과, KT는 공격력보다는 투수력 쪽에 밸런스가 크게 쏠린 팀이 됐다. 매년 좋은 투수 자원은 넘쳐나는데 비해 야수 자원은 부족했다. 유한준 코치가 현역일 때부터 시작된 '야수가 없다'는 아우성이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매년 드래프트 때마다 '올해는 야수가 필요하다', '이번에야말로 야수를 뽑아야 한다', '이번에는 정말로 야수 안 뽑으면 큰일난다'는 지적이 구단 안팎에서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지명 때가 되면 늘 야수가 아니라 투수부터 뽑았다. 수준급 야수 자원이 KT 순서 앞에서 먼저 뽑혀 나가거나, 야수보다 더 좋은 투수 자원이 남아있어서 투수를 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KT 야수진은 내외야 할 것 없이 전부 심각한 상황이다. 외야에서는 중견수 배정대가 시즌아웃됐고, 좌익수 김민혁도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꾸려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야 역시 황재균, 허경민, 김상수 등 30대 노장들이 주전이다. 세 선수는 다른 팀에서 FA로 사온 선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심우준이 한화로 이적한 유격수 자리에는 장준원, 권동진이 기회를 받고 있지만 주전감인지는 미지수다. 지명타자 강백호는 올 시즌 끝나면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내년에도 팀에 남을지 불확실하다. 오죽하면 이강철 감독이 두산의 젊은 야수진을 부러워하며 "두산은 안재석, 박준순, 김민석 등 젊은 선수들이 많지 않은가. 우린 안현민 1명뿐"이라고 푸념했을 정도다.
그래서 이번 신인드래프트에서도 KT는 언제나처럼 '올해만큼은' 야수가 필요하다. 마음같아서는 1라운드부터 2, 3, 4라운드 연속해서 야수를 뽑아도 모자랄 상황이다. 다만 올해 역시도 막상 지명 순서가 돌아오면 깊은 고민에 빠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KT는 전체 6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다. 현재 지명 구도를 살펴보면 박준현이 전체 1순위로 키움행이 유력하고, 2순위로는 양우진의 NC행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3순위 한화는 이 순서라면 야수 최대어 신재인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부터는 우완 강속구 유망주들이 뽑힐 차례다. 올해 140km/h 후반~150km/h 초반을 던지는 우완 강속구 투수가 많다. 김민준, 신동건, 이호범, 정다훈, 박지훈 등의 우완 유망주 중에서 선택받는 선수들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4순위 롯데, 5순위 SSG가 우완 투수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KT 역시 우완 투수를 뽑는 게 가장 쉽고 무난한 선택이다. 하지만 1라운드에서 야수 자원을 뽑지 않으면, 2라운드에 가서 원하는 야수를 뽑을 기회가 돌아올지 장담하기 어렵다. 투수 유망주가 많은 올해는 1라운드에서 투수를 안 뽑아도 2라운드에서 뽑을 기회가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반면 상위지명후보 중에 대형 야수가 많지 않아 1라운드에서 야수를 안 뽑으면 2라운드에서는 보강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이에 외야수 유망주 오재원(유신고)와 유격수 유망주 박한결(전주고)에 관심이 쏠린다. 만약 신재인이 KT 차례까지 돌아온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서, KT 차례에서 뽑을 만한 야수로는 오재원과 박한결이 가장 KT의 지명 순번에 가까운 선수들이다.
오재원은 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가 돋보이는 외야수다. 지난해 2학년으로는 유일하게 청소년 대표팀에 발탁됐던 선수로 올해 26경기 타율 0.442(95타수 42안타), 1홈런, 13타점, 32도루를 기록했다. 역동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롤모델인 코빈 캐롤(애리조나)과 닮았다는 평을 듣는다.
A구단 스카우트는 "외야수로는 올해 1등이다. 발이 빠르고 어깨도 좋고 컨택 능력이 수준급이다. 파워는 프로에서 강화하면 된다"고 평가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수비를 잘하고 근성이 있는 선수다. 외야에서 타구 판단능력이 뛰어나다. 다소 체격이 작은 것만 빼면 크게 흠잡을 데가 없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를 중견수로 써야 할 정도로 외야가 빈약한 KT 상황에서 빠르게 주전 중견수를 꿰찰 만한 자원이다.
전주고 박한결도 주목받는 내야수다. 올해 청소년 대표팀 내야수로 선발된 박한결은 올해 타율 0.417(60타수 25안타), 4홈런, 17타점, 7도루를 기록했다. 180cm, 79kg의 우투좌타 선수로 유격수와 2루수, 1루수를 고루 소화한다.
A구단 스카우트는 "수비를 안정적으로 잘하고, 풋워크와 몸의 움직임이 좋다. 발도 빠른 편이다. 프로에서 충분히 유격수로 키워볼 만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B구단 스카우트도 "유격수를 보기에 약간 송구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풋워크, 글러브질 등이 좋아서 충분히 커버 가능하다고 본다. 올해 유격수 유망주 중에서는 가장 1라운드에 가까운 선수"라고 평가했다. 심우준이 떠난 KT의 유격수 후계자는 물론 2루수나 3루수도 가능한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오재원이나 박한결에 대해 스카우트 평가에 따라서는 1라운드에 뽑기는 다소 빠르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야수 자원이 급한 KT 실정을 고려하면 약간의 얼리픽도 필요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KT가 늘 하던 대로 투수 우선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버티고 버틴 KT 야수진의 노쇠화가 올해는 더 이상 세대교체를 미룰 수 없을 한계에 왔다는 게 중론이다. 창단 이래 계속된 KT의 투수 사랑, 올해는 변화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