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에 '미안해' 써서 돌려주면 5000달러 지급" 어린애 홈런볼 뺏었다가 외출도 못하게 된 여성팬, 사과 기회 받아들일까 [스춘 MLB]

트레이딩카드 업체의 제안, 여성 팬은 과연 받아들일까

2025-09-09     배지헌 기자
홈런볼을 아이에게서 뺏어간 팬(사진=MLB.com 방송화면)

 

[스포츠춘추]

전세계 야구장의 불문율 '아주라'를 어긴 미국의 한 여성 팬이 거센 온라인 비난 여론에 뭇매를 맞고 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한 트레이딩카드 업체가 이 여성에게 공개 사과할 기회를 제안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형 트레이딩카드 소매업체 블로아웃 카즈(Blowout Cards)는 8일(한국시간)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이 여성이 홈런볼에 자신의 사인과 함께 '미안해(I'm sorry)'라고 적어서 우리에게 건네주면 5000달러(약 700만원)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우리가 그 야구공을 아이에게 돌려주겠다"며 "우리의 제안은 공식적이고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사건은 지난 7일 마이애미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마이애미 말린스 경기에서 벌어졌다. 필리스 외야수 해리슨 베이더의 홈런볼을 둘러싸고 4명의 팬이 달려들었고, 한 남성이 공을 잡아 아들 글러브에 넣어줬다. 하지만 같은 필리스 유니폼을 입은 여성 팬이 이의를 제기하며 공을 요구했고, 결국 당황한 아버지가 공을 건네주고 말았다.

다행히 론디포 파크 직원들과 양 구단이 빠르게 나섰다. 경기 도중 마이애미 구단 직원이 소년과 그의 누나에게 굿즈가 가득 담긴 선물 가방을 전달했고, 주변 관중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필리스 구단도 경기 후 베이더와의 만남을 주선해 소년에게 사인 배트를 선물하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아이의 야구공을 뺏은 여성에게는 크나큰 대가가 따랐다. 옛날 같았으면 야구장 꼴불견 정도로 지나갔을 장면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논란으로 번졌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여성을 '필리스 카렌'이라고 부르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카렌'은 미국에서 자기중심적이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중년 여성을 비판적으로 지칭하는 인터넷 용어다.

많은 네티즌들이 "어른이 아이로부터 공을 빼앗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노를 표출했고, 일부는 이 여성의 신상 정보를 찾으려는 시도까지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외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블로아웃 카즈의 제안은 언뜻 생각하면 사태를 수습할 기회처럼 보인다. 공개적으로 여성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아이에게 사과하면서 과도한 온라인 비난 여론을 진정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온라인에서 바이럴되면서 새로운 논란을 야기하거나 놀림감이 될 가능성도 있다. 단돈 5000달러에 카드 회사 마케팅만 도와주는 격이 될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잊을 일을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과연 이 여성이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그리고 정말로 사과의 메시지를 적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태의 파장을 지켜보면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도 싶지만, 이게 이렇게까지 커지는 시대가 와버린 것도 현실이다. 홈런볼 하나의 수업료가 이렇게 비쌀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